똑똑한 집단이 못되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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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더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넛지' 저자이자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일했던 캐스 R 선스타인과 집단 의사결정 심리학자 리드 헤이스티가 쓴 조직행동 연구서다. '똑똑한 개인을 넘어서는 똑똑한 집단(wiser)'을 만들기 위한 팁들을 제시했다. 

집단이 개인보다 나을 것이란 믿음은 오랜 전통이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집단이 소수 최고 인재의 자질을 능가할 수 있다"고 봤다. '정의론'으로 유명한 철학자 존 롤스도 "토론은 정보를 통합하고 논의의 범위를 확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같은 견해에 반대한다. 그는 "민간이든 공공이든 집단적 논의에도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논의 때문에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저자에 따르면 집단은 다음과 같은 요인 때문에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다. 구성원들은 먼저 말을 꺼내고 행동을 시작한 사람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폭포효과). 집단은 토론을 거친 후에 논의 전 구성원의 성향 중 가장 극단적인 입장을 결론으로 도출한다(집단 극단화). 집단은 모든 사람이 이미 아는 내용에 집중한 나머지 '한두 명만 갖고 있는 결정적인 정보(숨은 프로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폭포효과와 관련해 사회학자 매슈 살가닉은 실시간 음악 차트 비밀을 한 가지 알아냈다. 살가닉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48개 무명 밴드 노래를 듣고 그중 마음에 드는 노래를 한 곡 이상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초기 다운로드 횟수가 많은 노래는 계속 상위권에, 반대의 경우에는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초기 실적이 약간만 좋으면 그 노래가 진짜 히트곡이 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친 조 케네디는 아들의 책 '용기 있는 사람들' 초판본을 수만 부 구매해서 일약 베스트셀러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스타인은 '정말 똑똑한 아버지 아닌가'라고 썼다. 

저자 연구팀은 집단 극단화 현상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집단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진보적인 정치색으로 유명한 도시인 '볼더' 출신 좌파 성향 참가자들과 보수적인 '콜로라도스프링스'의 우파 시민 두 개로 나눴다. 미국 내 첨예한 정치 쟁점인 기후변화, 소수집단 우대, 동성애 등에 대해 토론하게 했다. 그 결과 볼더 시민들은 훨씬 더 진보적으로, 콜로라도스프링스 주민들은 보수적으로 변했다. 저자는 "토론 과정에서 남들도 자신과 생각이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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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보기에 공유되지 않은 정보는 쓰레기나 마찬가지다. 한 연구에선 신입사원 면접, 공직후보 선출 등 과정에서 지원자의 일부 정보만 실험 참가자들에게 알려줬다. 조사 대상 집단 대부분이 엉뚱한 결론을 냈다. 저자는 "집단 내 공유된 일부 정보가 공유되지 않은 정보를 지배하거나 몰아내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특히 기업이나 정부 리더들은 경험이나 명성이 부족한 사람들의 견해를 수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지위가 낮은 구성원은 침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숨은 프로필' 현상이 어느 집단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똑똑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뭘 해야 할까. 우선 리더가 말을 아껴야 한다. 구성원이 먼저 얘기하도록 해주면 꽤 값진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구성원 모두에게 특별한 역할을 지정해주면 금상첨화다. 최고의 전문가 한 명보다는 다수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조언을 받는 게 좋다. 

[이기창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611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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