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겸손이란? 주주이익 치중하는 대신 사회문제 해결 나서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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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기업가로서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을 꼽으라면 '겸손(humility)'을 꼽겠습니다. 내가 만든 제품을 사주길 바라는 국가가 있다면 먼저 그 나라에 우리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창조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기업이 단순히 주주 이익에 치중하다보면 제품을 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신경을 쓸 수 없습니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려면 주주뿐만 아니라 종업원, 고객, 그리고 사회와 문화 전체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경영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겸손함을 갖고 그들의 문제를 경청해야 합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가장 강조한 키워드는 '겸손'이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자기 포장으로서의 겸손이 아니라 사회 문제 전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겸손이다. 지난 4~7일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열린 언스트&영(EY) 세계최우수기업가상 시상식에서 비공개 강연 연사로 참여한 슐츠 회장은 기업이 주주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그는 이날 강연 내내 '아메리칸 드림의 파열(Fracture of American Dream)'을 강조하면서 오늘날 미국에서 자수성가한 기업가가 탄생하기 어려운 구조적 불평등과 미국 정치인의 리더십 부재를 비난했다. 노골적으로 "지금 미국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그가 "2016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슐츠 회장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언제나 나에게 중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빈민가 임대주택에서 성장한 그는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대학을 졸업한 인재였다. 부모와 이웃들이 얼마나 사회적·구조적 문제 때문에 힘들었는지를 목격하면서 컸다. 

이 때문인지 '당신은 어떤 유산(legacy)을 남기고 싶은가'라는 마크 와인버거 EY 회장의 질문에 "나는 내 아버지가 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했던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었고 이를 유산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배경 설명이 조금 필요하다. 슐츠 회장의 아버지는 기저귀를 배달하는 운전기사로 일했는데 발목을 다치자 곧바로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그가 7세 되던 1960년의 일이었다. 그 이후 슐츠 회장의 가족 식탁에는 먹을 음식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슐츠 회장의 아버지가 일할 기회가 주어졌던 회사는 바로 종업원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주주를 위한 경영만을 하는 곳들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중국에 진출할 때 이 일화를 정반대로 이용했다. 

"우리가 중국에 진출했을 때의 일입니다. 사람들은 스타벅스가 중국에 진출한다는 것을 미친 짓이라고 했습니다. 녹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인들에게 커피가 웬말이냐고요. 당시 이사회에서 절대다수가 중국 진출에 반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나는 중국에 가서 가장 먼저 현지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가족을 초청하는 연례 행사를 열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등이 행사장의 거대한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알다시피 중국은 한 가족에 한 자녀를 갖는 전통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직원들의 가족에게 회사가 얼마나 당신들의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respect) 이해하려 노력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이 행사 덕분이라고 믿습니다." 

그는 기업이 종업원을 위하는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를 평가하고 경쟁을 유도하는 기업문화보다 인류애가 가득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전략이라고 했다. 

"기업 경영에는 수많은 전략이 있지만 문화와 사회를 바꾸는 전략은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위대한 브랜드는 광고나 프로모션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거나,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 입장을 언급하며 "당신이 어떤 가치들을 지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객들이 알게 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등 기업가로서의 사회 문제 참여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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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처럼 기업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조언에 대한 그의 답도 '겸손을 유지하라(Stay humble)'였다. 그는 자신의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는 유대인입니다. 반드시 그래서가 아니라 나는 종교에서 대단한 인생의 교훈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 매우 신앙심이 깊은 랍비 한 분과 이스라엘 통곡의 벽(Wailing Wall)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벽을 앞두고 10피트 앞까지 다가갔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그 랍비가 멈춰서면서 '나는 여기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신앙심에 불타던 분이라 나는 적잖게 놀랐습니다. '아니 무슨 말씀입니까. 여기까지 오셨는데요'라고 내가 재촉했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러더니 '나는 더 이상 가까이 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자격이 없다'고 하시는 것 아닙니까.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나는 그분을 생각하면 끊임없이 사교적이고 한없이 겸손했던 모습에 고개가 숙여지곤 합니다. 많은 기업인이 초반에 성공을 거두고 나면 그걸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우쭐해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을 옆에서 보는 이들은 그에게 아무런 향기도 느낄 수 없을 겁니다."슐츠 회장은 랍비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겸손함을 기업인들도 가져야 한다고 청중에게 전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씨가 썼던 글귀를 인용하자면 '세상에는 두 번 다시 해서는 안 될 일이 있고, 늘 다시 도전해야 하는 일이 있다. 어떤 아름답고 거룩한 일에 제 힘을 다 바쳐 실패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그 일에 뛰어드는 것을 만류하지 않는다. 그 실패담이 제 능력을 극한까지 발휘하였다는 승리의 서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슐츠 회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비록 실패하더라도 기업가들이 늘 다시 도전해야 하는 일이 있다"며 "바로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를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도전을 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모나코 = 신현규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563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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