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지니스리뷰는 올 들어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인사고과 평가 제도를 없애는 트렌드에 대해서 분석하는 글을 최근 발표했다.
어도비(Adobe)와 주니퍼(Juniper)는 A·B·C 등급처럼 업무 실적을 등급으로 매기는 직원 평가 제도를 실험적으로 없앴다. 강제 해고 순위(Forced-ranking)를 매기거나 업무 실적의 변화량을 측정하는 시스템도 없앴다. 물론 여전히 능력에 따라서 연봉을 차등적으로 책정하고 업무에 대한 평가도 계속하고 있지만, 이전과 같은 ‘1점, 2점, 3점’과 같은 식으로 매기는 방식은 최소한 아니라는 것이다.
하버드비지니스리뷰에 따르면 2015년 초 기준으로 최소 150만명의 직원을 데리고 있는 글로벌 기업 30곳이 이 같은 고과 시스템을 없앴다. 숫자를 강조하는 대신 회사 간부와 평직원 사이의 지속적이고도 실속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고 있다.
『고요한 리더십』의 저자 데이비드 록은 2011년부터 ‘왜 인사고과 평가 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지는지’에 대해 분석해왔다. 록에 따르면 A·B·C등급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직원들의 동기 부여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위협과 보상은 개인의 반발만 불러올 뿐이다.
등급 평가 제도를 없애는 것은 많은 기업과 간부들로부터 “미친 짓”이라는 반발을 불러왔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직원의 모든 것을 정량화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직원들에게 차등적으로 봉급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 소규모 회사들의 생각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등급 평가 제도를 없애는 것은 이 시대의 트렌드라는 점이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70%는 현재 다른 고과 평가 제도를 도입하거나 평가 제도의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데이비드 록은 “왜 근무 평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①근무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예전 같으면 해가 바뀔 때마다 ‘새해 목표’, ‘12개월치 목표’ 등을 세웠겠지만, 요즘엔 그와 같은 목표를 세울래야 세울 수가 없다. 직원의 1년, 1개월, 1주 목표를 세울 수도, 이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측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많은 직원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가지 업무에 관여하고 있고 다양한 TF에 속해있다. 1년에 한 번씩 등급을 매기는 게 무의미한 21세기 근무 환경이다.
②A등급 놓고 경쟁, 협업 저해=등급 평가제도는 협업을 경시하게 만든다. 학창 시절 때마냥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A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훌륭한 실적을 내고 있는 팀이라고 하더라도 직원 10명 중 A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고작 1명 혹은 2명이다. 결국 사람들은 경쟁할 수밖에 없고 협업에 실패하게 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등급 평가 제도를 없애자마자 직원들의 협업하는 비율이 급상승하기도 했다.
③직원들의 능력과 사기를 북돋워야 한다=젊은 세대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태어난 15∼35세 젊은 층)’는 일을 하면서 성장하고 배우는 것에 대한 갈망이 크다. 1년에 한 두 번 매기는 평가제도를 없앰으로써 회사 간부들은 평직원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최소한 3~4회씩 직원들의 근무 실적에 대해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은 궁극적으로는 직원들의 자기 개발, 공정한 연봉 책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일에 대한 열정을 고취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직원들을 평가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 대부분은 ‘A등급이냐, B등급이냐’를 논하는 성격이 크다. 과거의 실적에 대한 평가에만 골몰하는 게 아니라 직원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하고 클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를 해야 결국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직원을 알파벳이나 숫자가 아닌, 개개인의 사람으로 대하는 접근법만이 통하는 시대가 됐다”고 하버드비지니스리뷰는 지적한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출처: http://media.daum.net/economic/all/newsview?newsid=20151216093004977&p2m=fa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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