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클러스터를 주제로 애너리 색서니언(AnnaLee Saxenian)이 1994년에 발표한 저서 <지역적 우위(Regional Advantage)>에 묘사돼 있듯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산업이 찬란한 역사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외부 참여의 위력 덕분이다. 1970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몇몇 기술 기업이 보스턴 루트 128(Route 128, 기술고속도로)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10대 기술기업 중 어떤 것도 루트 128에 터를 잡고 있지 않다. 보스턴이 실리콘밸리에 최고의 지위를 빼앗긴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정답은 외부 네트워크다. 매사추세츠에 위치한 기술 기업들은 대체로 개방성보다는 비밀 유지를 중요하게 여겼으며 직원들이 경쟁기업으로 옮겨가거나 창업을 하지 못하도록 비경쟁 조항을 철저하게 시행했다. 실리콘밸리는 오래 전부터 좀 더 개방적인 문화를 갖고 있었으며 강제력 있는 비경쟁 조항을 활용하지 않았다. 또한 실리콘밸리는 훨씬 밀도 있고 연결성이 높은 네트워크를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런 네트워크가 있으면 사람들이 좀 더 간편하게 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이런 문화 덕에 경쟁 상대와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코피티션(coopetition, 협력을 뜻하는cooperation과 경쟁을 뜻하는 competition이 결합된 신조어)’이라는 표현까지 생겨났다. 다시 넷플릭스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아마존이 운영하는 인스턴트 비디오(Instant Video)가 직접적인 경쟁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자사의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행을 위한 팀: 네트워크 개발을 장려하라. 필자들이 집필한 <어떻게 나를 최고로 만드는가>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성공적으로 경력을 발전시켜 나가려면 개인적인 역량과 더불어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네트워크 능력을 두루 활용해야 한다. IWe(I의 we 승, 개인의 팀 승)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팀(네트워크)의 도움이 있으면 개인의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개인의 능력이 네트워크의 강도(IWe)와 더불어 증가하듯 기업의 능력 역시 직원들이 보유한 네트워크의 강도에 따라 증가한다. 따라서 직원 개개인의 네트워크와 정보 수집을 위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능력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또한 이런 요소를 명쾌하고 확실하게 인정되는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링크트인 프로필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거나 트위터(Twitter)에서 다수의 팔로어를 보유한 직원은 자신이 소속된 기업에 충성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에 도움이 되는 옳은 일을 하는 셈이다. 직원을 채용할 경우에도 후보자의 네트워크 강도와 다양성을 우선시해야 한다.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직원을 영입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기존 직원들과 겹치지 않고 상호 보완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람을 채용하면 더욱 좋다. 필자들이 개인에게 제안하는 조언 중 하나는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흥미로운 사람과의 교류를 위한 펀드(interesting-person fund)’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에는 직원들을 위한 ‘네트워킹 펀드(networking fund)’를 유지하면 된다. 기업에 되돌아오는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펀드 활용을 위해 두 가지 사항을 준수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첫째, 직원들이 네트워킹 펀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회사 밖으로 나가야 한다. 회사 밖으로 나가야 좀 더 다양한 외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지 않겠는가! 둘째,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얻은 정보가 공유될 수 있도록 네트워킹 펀드를 사용한 직원들의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직원들이 업무와 관련 있는 점심 식사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하지만 네트워킹 활동을 위한 점심 식사를 비용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기업은 드물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줄곧 네트워킹을 위한 점심 식사를 한다. 물론 이런 만남은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니 직원들의 이런 활동을 단순히 허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권장해야 한다. 모든 직원의 ‘개인적인 전문 지식과 시장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매사추세츠 소재 마케팅 소프트웨어 기업 허브스폿(HubSpot)은 좀 더 간편한 방식을 활용한다. 직원이 어떤 책에 관심이 있다는 글을 사내 위키에 올려 놓으면 허브스폿은 당장 해당 직원이 킨들(Kindle)을 통해 원하는 책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똑똑한 사람과 점심 식사를 할 계획을 갖고 있는 허브스폿 직원은 어떻게 행동할까? 허브스폿은 이런 방침을 갖고 있다. ‘비용처리 가능. 승인 불필요.’ 사내로 유입되는 네트워크 정보는 최고경영진이 신경 써야 할 부분 중 하나다. 최고경영진은 네트워크 정보를 강화하고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뛰어난 네트워크와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는 직원들은 기업의 매력도를 판단할 때 이런 부분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여긴다. 동문 네트워크 구축 가치 있는 직원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보여야 할 반응은 해당 직원이 마음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반응은 새로운 직장에서 멋진 성과를 올리라고 격려하며 자사의 동문 네트워크에서 활동할 것을 권하는 것이다. 직원이 회사를 떠난다고 해서 해당 직원과의 관계를 반드시 끝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동문 네트워크(alumni network)는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이다. 베인에서 경력계발 및 동문 관계 담당 글로벌 이사로 일했던 신디 르위튼(Cindy Lewiton)이 이야기한 것처럼 “직원이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붙들어두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평생 동안 지속되는 연맹 관계를 맺는 것이 목표다.” 일부 산업과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는 1960년대부터 동문 네트워크를 운영해 왔다. 맥킨지 동문 네트워크에는 2만4000명이 넘는 회원(연 매출이 10억 달러가 넘는 기업에서 일하는 230명 이상의 CEO 포함)이 가입돼 있다. 부즈앨런해밀턴(Booz Allen Hamilton)의 동문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는 사람의 수는 3만8000명에 이른다. 동문 네트워크의 확실한 장점 중 하나는 전 직원들을 재고용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 기업CEB(Corporate Executive Board)는 CEB 동문 네트워크(CEB Alumni Network)를 운영하자 단 2년 만에 재고용률이 2배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동문 네트워크의 가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때 자사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은 외부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다. 이들은 경쟁 정보, 효과적인 비즈니스 관행, 새롭게 떠오르는 업계 트렌드 등을 공유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자신의 전 직장이었던 조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으며 가능한 상황이라면 전 직장을 적극적으로 돕는 경향이 있다. 톰 티어니는 “베인이 훌륭한 비즈니스를 새롭게 시작하는 데 가장 커다란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동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경영 컨설턴트들이 기업 동문 네트워크를 개척했다고 볼 수도 있다. 경영 컨설팅 회사의 조직 관행(2년 주기의 분석 프로그램, ‘승진 아니면 퇴출(up or out)’ 방식의 승진 제도, 클라이언트와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컨설턴트들을 격려함)이 이런 개념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 링크트인에는 수천 개의 기업 동문 그룹이 있다. <포천(Fortune)>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링크트인에 동문 그룹이 있는 기업이 98%에 달한다. 이런 그룹이 공식적이기보다 비공식적인 경우가 많다. 동문들이 서로 연락을 유지하고 도움을 주고받기를 원하는 탓에 자발적으로 동문 그룹을 만들어낸 것이다. 네덜란드 트웬테대(University of Twente)는 연구를 통해 조사대상 기업 중 공식적인 동문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기업은 15%에 불과하지만 67%의 기업에 독립적으로 생겨난 비공식적 동문 그룹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문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것은 곧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동문 네트워크의 존재가 자사가 최고의 인재를 붙들어두지 못한다는 신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 공식적인 네트워크를 운영하건 그렇지 않건 전 직원들이 모여서 네트워크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동문 네트워크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한때 자사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이용 가치가 있으며 사용될 날을 기다리는 자원과도 같다. 이런 자원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실행을 위한 팁: 퇴사 인터뷰를 활용하라. 전통적인 퇴사 인터뷰는 잃어버린 기회를 의미한다. 퇴사 인터뷰를 실시하는 관리자들은 금세 잊어버릴 형식적인 피드백을 수집하기보다 퇴사하는 직원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그리고 퇴사자들을 동문 네트워크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개인 e메일 주소, 전화번호, 링크트인 프로필, 트위터 사용자 이름, 블로그 주소, 전문 분야 등 전 직원에 관한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퇴사 인터뷰가 신뢰 구축을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퇴사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냉정하게 예의 바른 태도로 일관하거나 분노를 쏟아붓는 직원들이 많다. 퇴사 인터뷰를 할 때 퇴사를 앞둔 직원들에게 관계의 지속적인 본질을 강조하면 자사를 돋보이게 만들 수 있다. 물론 기업과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퇴사 인터뷰는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할 방법을 배우기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퇴사를 앞둔 직원들은 재직 중인 직원들에 비해 솔직하게 의견을 표시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들은 그동안 자신이 일해 온 직장의 비즈니스 및 조직 관행과 관련된 결함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퇴사를 앞둔 직원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퇴사를 앞둔 직원이 자사의 가장 뛰어난 인재 중 하나라면 좀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퇴사 과정을 전문가답게 처리하고 나머지 조직원들을 함께 데리고 나가지 않는다는 가정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부류의 직원들은 항상 최선을 다하고 네트워크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하면 커다란 가치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퇴직자들을 관리할 때 가치가 양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익을 얻고 싶으면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 어떤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가에 따라 제공 가능한 이익이 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경영 컨설팅 기업들은 업계 클라이언트 대열에 합류한 동문에게 무료로 통찰력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기업은 관례적인 직원 할인과 더불어 동문 할인을 제공한다. 비용은 크지 않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신뢰와 호의는 상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조직을 떠난 전 직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충성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또 다른 기업으로부터 좀 더 나은 기회를 제안받았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동문 네트워크를 구축할 자원이 없다면 링크트인이나 페이스북(Facebook)에서 등장한 비공식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것도 좋다. 자사에 도움을 준 동문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동문 모임에 회사 경비를 지원하거나 피자 값을 내 주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비공식 네트워크를 지원할 수 있다. 동문 뉴스레터를 배포하는 방법 또한 사실상 공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선순환 열정적으로 네트워킹 활동을 하고, 링크트인 프로필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새로운 기회에 대해 고민하는 직원은 골칫거리가 아니다. 사실 기업가적이고 외향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사람들이 오히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인재의 필요성과 우수한 직원 중 대다수는 오랫동안 한 조직에 머물지 않는 현실을 조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CEB는 고용주로부터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2만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끝에 4명 중 1명이 ‘올해 안에 다른 곳으로 이직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고의 인재를 붙들어두는 방법(How to Keep Your Top Talent) 참조, HBR 2010년 5월) 이와 같은 엄청난 진실을 받아들이면 직원들이 야망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솔직하고 생산적인 관계를 구축하기가 한결 쉬워질 것이다. 이런 관계가 구축되면 직원들이 업무에서 좀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능한 직원들이 좀 더 오래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필자들이 상상한 새로운 고용 협약의 핵심은 충성심이 협약의 토대가 되지는 않지만 전적으로 거래적인 것만도 아니라는 것이다. 고용주와 피고용인 간의 새로운 협약은 서로의 성공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조직과 개인 간의 동맹이다. 인재 쟁탈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런 협약은 모두가 원하는 창의력과 적응력이 뛰어난 슈퍼스타들을 조직에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 비밀 병기가 될 수 있다. 기업가적인 직원들은 기업의 성공에 도움이 되며 성공을 거듭하는 기업은 기업가적인 직원들에게 한층 매력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선순환 덕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인재 쟁탈전에서 경쟁 우위를 갖게 됐다.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들 역시 이런 접근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리드 호프먼 · 밴 캐스노차 · 크리스 예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은 링크트인 설립자이자 이사회 의장이며 벤처캐피털 회사 그레이록의 파트너다. 밴 캐스노차(Ben Casnocha)는 기업가이며 호프먼과 <어떻게 나를 최고로 만드는가: 스스로를 탐나는 인재로 만드는 실리콘밸리 CEO들의 경력관리법(The Start-up of You: Adapt to the Future, Invest in Yourself, and Transform You Career, Crown Business), 2012년>을 공동 집필했다. 크리스 예(Chris Yeh)는 기업가, 투자가,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으며 PB웍스(PBworks)의 마케팅 부사장이기도 하다. 번역 |김현정 trans lator.khj@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