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이라는 올가미’ 이선 번스타인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

직원들 일거수일투족 한 눈에 관찰당할수록 생산성 오히려 떨어져 사적인 공간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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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구글은 ‘개방형 사무실(open office space)’로 유명하다. 이곳 직원들은 흔히 말하는 칸막이 사무실이 아니라 탁 트인 공간에서 업무와 회의를 한다. 사람들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이런 구조를 만든 것이다. 

리더에게 이런 개방형 사무실 구조는 ‘소통에 활력소’만이 아니다. 부하 직원이 무엇을 하는지 한눈에 관찰하고 파악하기 쉬운 구조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 직원이 투명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리더들도 이를 흡족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과연 이런 투명한 사무 공간이 100% 좋은 것일까. 이선 번스타인(Ethan Bernstein)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업무 공간에 투명성이 지나치면 오히려 직원들 신뢰도는 떨어진다”고 경고하며 “리더들은 개방된 사무 공간 안에서 ‘사적인 공간(zones of privacy)’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에 ‘투명성이라는 올가미(The Transparency Trap)’란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기고하기도 했다. 다음은 번스타인 교수와 일문일답한 내용. 

―투명하게 열린 공간에서 일하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 

▶일단 명확하게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나는 회사 내 탁 트인 공간에서 ‘투명’하게 일하는 것이 생산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리더들이 반드시 사무실 내 ‘투명한 업무 공간’과 ‘사적인 공간’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데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난 수백 년 동안은 투명성 부재로 조직에 타격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기술 발달과 사무실 구조에 따라 투명성보다 사적인 업무 공간의 가치가 더 높아진 시대다. 지금은 과거와는 다르게 오히려 투명성이 넘쳐흐른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투명성은 신뢰도와 직결되는 핵심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나는 투명한 업무 공간이 도리어 신뢰를 약화시키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는 신뢰감을 쌓기 위해 본인을 사사건건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신뢰감을 느끼지 않는다. 반대로 우리가 직접 관찰하는 대상을 더 신뢰하게 마련이다. 과거에는 오랫동안 투명성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젠 ‘열린 업무 공간’의 투명성 정도가 지나친 수준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신뢰가 더 떨어지는 위험성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투명성의 덫’이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사무 공간 안에서 사적인 공간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가. 

▶네 가지 타입으로 사적인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첫째, 팀 간 경계선을 마련하는 ‘집중의 공간(zones of attention)’이 있다. 예를 들면 게임 개발·유통 업체인 밸브 소프트웨어에서는 신제품을 위한 협업을 할 때 ‘카발(cabal)’이란 팀을 만드는데, 팀마다 업무 공간을 직접 선택해 다른 직원들과 동떨어진 곳에서 일할 수 있다. 

둘째, (직원 업무에 대한)피드백과 평가를 따로 분리하는 ‘판단의 공간(zones of judgment)’이 있다. 예를 들면 미국 대형 화물운송 기업은 각 트럭에 운전자가 안전하게 운전하고 있는지 분석할 수 있는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했다. 이는 사무실 관리자가 아닌 운전자만 볼 수 있어 역량평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셋째, 결정 권한과 업무 개선에 대한 권한을 분간하는 ‘초과 자원 활용 공간(zones of slack)’이 있다. 예를 들어 플렉스트로닉스 회사는 직원들이 잉여자원을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멕시코 과달라하라 공장에 ‘문샤인숍(moonshine shop)’이란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남는 자원을 활용해 각자 생산라인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개발해 업무 개선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어떤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험을 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 ‘시간 공간(zones of time)’이 있다. 예를 들어 자전거 제조업체인 자이언트 바이시클 최고경영자인 토니 로는 최고재무책임자인 보니 투에게 여성 고객 요구를 더 충족시키는 사업 모델 개발을 지시하면서 6개월 동안이나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고 자율권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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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로서 투명성이 높은 데 따른 가장 큰 이점은 직원들이 무엇을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적인 공간이 제공되면 업무시간을 허투루 쓰는 직원이 있지 않을까. 

▶(투명한 공간의 반대 개념을)사적인 공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대부분 그 공간 안에서 한 사람 이상이 일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각기 다른 곳에 ‘격리(isolate)’하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역으로 상사는 부하직원이 본인을 관찰한다 하더라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 

▶절대로 아니다. 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원들이 상사 ‘레이더’ 안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상사도 본인 동료나 부하직원에게 ‘감시’를 받는다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상사, 동료, 부하직원, 그 누구가 됐든 타인 기대에 부응하려 한다. 이 때문에 ‘관찰자’ 직급은 생산성 저하를 막는데 매우 미미한 영향력을 미친다. 상상해 보자. 모든 경영진 회의가 하나도 빠짐없이 촬영되어 회사 내부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다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의 안건, 분위기, 생산성이 얼마나 달라질지는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윤선영 연구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94135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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