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경영의 대가 `조지프 바다라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 돈을 잃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한다. 그러나 평판을 잃는 것엔 조금의 관용도 없다.-워런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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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은 효자상품이었던 타이레놀 덕분에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다. 미국 시카고에서 갑자기 사망한 7명이 모두 타이레놀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나 순식간에 타이레놀 시장점유율은 37%에서 7%로 떨어졌다. 얼마 후 누군가가 일부러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한 것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고 존슨앤드존슨은 직접 책임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다른 회사라면 사건이 조용히 묻히길 기다렸겠지만 존슨앤드존슨의 당시 최고경영자(CEO)인 제임스 버크는 달랐다. 그는 이 문제를 즉시 언론과 정부기관에 알리면서 공론화했다. 그는 TV 방송에 직접 출연해 "타이레놀은 위험 제품이다. 아직 집에 보관하고 있다면 절대 복용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100만달러의 비용을 들여 미국에서 판매된 타이레놀 3100만병을 모두 환불 조치했다. 

그는 "악의를 가진 사람이 타이레놀 포장을 마음대로 개봉할 수 있었다"고 문제를 고백하면서 새로운 제조 공정으로 이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문제를 공개적으로 알린 제임스 버크 CEO 덕에 타이레놀의 시장점유율은 1년도 안 돼 원래 자리를 회복했다. 

존슨앤드존스의 타이레놀 사건 대처는 투명성을 중시하는 리더가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얻게 된 윤리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무한경쟁의 압력 속에선 누구나 불리한 사실은 꽁꽁 숨기고 법적 테두리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사업을 시도하고자 하는 유혹을 받는다. 이럴 때 리더의 역할은 윤리적 가치를 앞세우는 정면돌파다. 단기적으로 이익을 얻거나 위기를 모면하는 것보다 구성원들에게 윤리경영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장기적으론 이익이 될 수 있다. 

리더십의 대가 조지프 바다라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매일경제 MBA팀과 한 인터뷰에서 "이윤 추구에 대한 압박이 거셀 때일수록 리더는 투명성이나 준법과 같은 윤리경영의 핵심가치를 지키는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바다라코 교수와의 일문일답. 

-무한경쟁의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들은 도덕적인 가치에 대해선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 같다.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시장의 압력이 강해질수록 리더들은 도덕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많은 이윤을 남기라는 압력에 대항해 구성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기업윤리를 지킬 때 잠재적인 위험을 줄이고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장기적 성과로 이어진다. 어떻게 보면 도덕적 가치는 시장친화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책임감 있는 리더가 가지고 있어야 할 도덕적 가치의 덕목은 어떤 것이 있나. 

▶많은 리더들을 보고 연구한 결과를 일반화하자면 성공적인 리더들은 두 가지 가치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하나는 투명성이고 다른 하나는 명확한 윤리 규정에 대한 강조다. 이 두 가지를 가진 리더들은 시장에서 겪게 되는 리스크와 기회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었다. 

-기업의 투명성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나. 

▶자기 회사의 문제를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통제할 수 있는 리스크와 아닌 것들에 대해 시장은 끊임없이 업데이트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정보 공개는 기업을 개선하고 성장시킨다. 

미국 연방 최고재판소 판사였던 루이스 브랜다이스가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라고 한 것처럼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숨기지 않고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알린다면 그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특히 요즘엔 소위 관계 계약(relational contract)라고 해서 여러 이해당사자가 같이 일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의 흐름이 막혀 있으면 상호 간 신뢰와 협력이 일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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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와 투명성을 통해 문제를 돌파해 나간 사례가 있는가. 

▶침몰 직전의 IBM을 구한 루 거스너 전 CEO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 줬다. 그의 취임 전 IBM은 관료주의와 무사안일주의에 젖어 소비자들의 불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루 거스너는 PC에서 결함이 발생되자 바로 결함을 인정하고 펜티엄 PC를 전량 폐기하는 선택을 했다. 그의 솔직함 덕에 IBM은 시장의 신뢰를 다시 찾았다. 

비록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에 맞선 구글도 좋은 예다. 구글은 문제를 공론화했고 야후 시스코 등과 함께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 문제 해결에 관한 정보를 서로 공유했다. 인터넷 통제에 반대하는 구글은 진정성을 담아 수차례 입장 표현을 했고 호의적인 여론도 조성할 수 있었다. 

-어차피 제도와 시장이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이상 리더로서는 그냥 따르면 되는 것 아닌가. 

▶리더가 투명성을 핵심가치로 지켜 나가기는 쉽지 않다. 리더는 자신감과 야망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이다. 자기가 느끼는 걱정과 비관이 조직 전체로 퍼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런 그에게 자기 회사의 결점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은 큰 도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규정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결함을 숨기려 한다. 언론과 이사회에 소극적으로 정보를 알리고 밀실에서 결정을 내리려 한다. 

실패에 대해 관용이 부족한 사회 분위기도 리더가 자기 회사의 결점을 숨기도록 유도한다. 한번 실패했다고 리더를 비난하면 그들의 정보공개 의지는 꺾인다. 실패를 이유로 낙인을 찍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 세계은행이 국제적 실패대회(FAILFair)를 재작년 열어서 실패는 혁신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확산시킨 것도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 차원이다.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리더들은 합법과 불법 사이의 경계선을 넘고자 하는 유혹을 받기 쉽다. 스스로 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부하 직원의 불법을 방조하기도 한다. 

▶윤리적인 선을 분명히 설정하는 것이 리더의 책임 중 하나다. 그래야 법과 윤리를 위반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막을 수 있다. 

기업 내외부 사정은 복잡하고 갖가지 네트워크로 얽혀 있다. 이런 상황에선 직원들이 저지르는 비리는 쉽게 발각되지 않는다. 특히 시스템과 규범이 혁신 활동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비리행위를 통해 이득을 얻을 기회는 많다. 성과에 대한 압박이 심하고 평생직장을 보장받지 못하는 세상에선 비리행위를 하려는 인센티브가 더 커진다. 

-준법감시인이 아닌 리더가 직접 나서서 윤리적인 선을 그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직원들은 준법관리 부서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이는 리더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워런 버핏이 1991년 살로몬 브러더스의 CEO로 왔을 때 살로몬 브러더스는 여러 차례 윤리 문제를 일으켜 회사가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워런 버핏의 성실성과 평판이 절실했다. 버핏의 취임 첫 일성은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 돈을 잃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한다. 그러나 평판을 잃는 것엔 조금의 관용도 없다"였다. 그는 리더가 불법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지 않는 이상 고수익에 눈이 먼 트레이더들은 언제든 법적, 윤리적 선을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던 것이다. 

-비리로 인한 이익은 당장에 나타나지만 손해는 한참 후에 나오는 것이라 리더로선 자기 손에 피를 묻히며 비리를 단속하긴 어려울 듯하다. 

▶요즘처럼 사람과 자본이 국가를 넘어 서로 지뢰선처럼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선 작은 비리 하나도 기업에 엄청난 손해를 끼칠 수 있다. 베어링 브러더스의 파산도 싱가포르 사무실 소속 젊은 직원의 비리가 도화선이 됐다. 선물딜러인 그는 거래 정산을 맡은 권한을 남용해 일본 주식시장에 비밀리에 10억달러의 베팅을 했다. 그후 고베 지진이 터졌고 일본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결국 베어링 브러더스는 도산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기업에서 종종 자신의 회사의 미션에 대해서 반복해 이야기한다. 이런 목적들도 도덕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가. 

▶회사의 설립 목적이나 미션은 도덕적 가치가 아닌 컨센서스(consensus)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자기 기업들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느냐에 대한 구성원들의 합의다. 애플의 경우엔 `우주에 흔적을 남기는 것(put a dent in the universe)`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윤리적 측면에서 핵심 가치는 리더와 임원진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지키고자 애쓰는 것이다. 단기적으론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많은 조직에서 공개적으로 알리진 않는다. 그러나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리더가 어려운 결정의 순간에 내리는 결단을 통해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린다. 

리더는 컨센서스 가치와 도덕적 가치를 모두 잡는 저글링(juggling)에 능숙해야 한다. 도덕적 가치를 항상 염두에 두면서도 컨센서스 가치도 놓쳐선 안 된다. 

-리더로서는 최대한 성과를 내면서도 가치까지 추구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거기다 사회적 책임까지 다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받고 있다. 

▶이익 달성처럼 시장에서 요구하는 목표를 다 충족해야 사회적 책임도 다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은 직원들이 잘할 수 있고 사업 역량이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는 분야에 한정돼 진행되어야 한다. 이 점을 지킨다면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이윤 추구와 별개의 항목이 아니다. 

■ Who he is… 

조지프 L 바다라코(Joseph L Badaracco) 교수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기업 윤리와 전략을 가르치고 있다. `좋은 투쟁:무자비한 세상 속의 책임 리더십(The good struggle: Responsible Leadership in an Unforgiving World)` `조용히 리드하기(Leading Quietly: An Unorthodox Guide to Doing the Right Thing)` 등 다수의 경영 저서를 펴냈다. 

[김제림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239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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