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에도 캤고…21세기에도 캔다 

"평균 27년 걸리는 광산 개발…우리는 한번도 멈춘적 없다"


■ 세계 2위 광산기업 리오틴토 샘 월시 CEO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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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는 적색사막이 펼쳐진 서호주 필바라. 1962년 이곳에서 엄청난 규모의 철광석이 매장돼 있는 지역이 발견된다. 원자재 탐사 전문가인 토머스 무어 프라이스의 이름을 따 이곳은 마운트 톰 프라이스라고 명명된다. 철광석 채굴에 나선 것은 영국과 호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광산기업 리오틴토. 철광석을 채굴하는 것은 리오틴토도 처음이었다. 해안으로부터 290㎞나 떨어져 있는 이곳에서 철광석을 캐내 배에 실어 수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광산부터 운송수단까지 모든 것을 전부 건설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66년부터 시작된 필바라의 철광석 수출은 호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큰 의미가 있다. 5년 후인 1971년 아직 건설되지도 않은 한국 최초의 용광로에 이곳의 철광석을 수출하는 계약이 맺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포스코(포항제철)다. 당시 계약을 맺었던 사람은 바로 고 박태준 포스코 회장이었다. 

1966년 연간 100만t을 생산하던 이곳의 철광석 생산량은 현재 3억3000만t으로 330배 가까이 늘어났다. 광활한 땅에서 광물을 캐내는 리오틴토의 스케일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 2위 광산기업인 리오틴토는 톤수 기준으로 세계 최대 해운 화주(貨主)다. 말하자면 물량 기준으로 세계 1위 해운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엄청난 규모의 원자재를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운송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철도망을 보유한 민간 회사이기도 하다. 

매일경제 더비즈타임스는 지난달 방한한 샘 월시 리오틴토그룹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세계 원자재 시장 전망과 리오틴토의 경영철학에 대해서 들어봤다. 리오틴토가 1876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140년 이상 지속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평균 27년이나 걸리는 광산개발에 계속 투자하고 성장했기 때문이다. 수십 년 앞을 내다봐야 하는 광산기업에 1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철광석 가격은 그렇게 심각한 고민거리는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샘 월시 CEO는 "원자재 가격 조정기는 2년 정도 유지되겠지만 구리는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상장회사가 주주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시각을 유지하려면 회사의 비전, 건전한 재무제표, 멀리 보는 이사회 모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광산 시장이 언제 회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 광산업은 사이클이 있는 산업이다. 고점과 저점을 주기적으로 지난다. 우리가 고점을 지나면 사람들이 과도하게 투자하고 그러면 시장이 침체되고 투자가 중단된다. 그러면 생산단가가 올라가고 조정기를 거쳐 다시 가격이 올라간다. 향후 광산시장의 조정기가 2년 정도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2017년 이후 어느 정도까지는 조정이 있을 것이다. 다만 여러 변수가 있다. 환율이나 시장 변동성 같은 것이다. 

― 원자재 시장이 최악이었던 지난해에도 철 생산을 늘렸다고 들었다. 

▷ 그렇다. 업계의 평균적인 광산개발 프로젝트를 보면 평균 27년이 걸린다. 탐사를 시작해서 생산을 하게 될 때까지를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탐사를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7년 후 "샘 월시 CEO가 27년 전에 대체 무엇을 한 거지"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해 45억달러를 투자했고 올해는 40억달러를 투자한다. 탐사에는 2억달러를 투자한다. 우리는 북호주의 앰런프로젝트(보크사이트), 몽골 오유톨고이 프로젝트(구리) 등을 이미 발표했다. 나는 고객들에게 이런 농담을 하곤 했다. 우리가 계속 사업을 확장하지 않았으면 지금 당신에게 영어가 아니라 스페인어로 얘기했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우리가 스페인에서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 광산프로젝트 하나에 27년이나 걸린다면 장기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상장사로서 주주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시각을 갖는 비결은 무엇인가. 

▷ 우리는 광산 회사고 다운스트림이 없다. 장기적인 광물 개발을 보고 장기 투자를 한다. 그러려면 제대로 된 비전이 필요하다. 우리의 비전은 낮은 비용으로 장기간 광산을 운용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재무건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야 시장이 안 좋을 때도 계속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우리는 가장 수익성이 좋은 광산 기업이기도 하다. 결국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려면 회사 비전, 경영, 이사회 등이 모두 종합적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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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틴토는 다양한 광물을 생산하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어떤 광물이 좋다고 생각하나. 기관투자가가 아닌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투자할 만한 광물은. 

▷모든 원자재가 좋지만 구리가 가장 전망이 좋다. 왜냐면 광산업체들이 미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산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환경문제도 있고 정부 승인도 받아야 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투자하고 있는 오유톨고이 몽골 프로젝트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우리가 노천에서는 프로젝트에 성공했지만 다음에는 땅을 파고 들어가야 하는데 정부 승인을 받기 위해 2년 반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또한 이를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스도 필요했다. 

리오틴토는 다양한 광물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이는 광물별로 다른 사이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리가 당장 반등한다는 것은 아니고 역시 2~3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구리가 과잉 공급 상태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에서 구리 생산능력이 1억500만t이나 늘어났다. 

―현재 원자재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무엇인가. 

▷중국은 원자재 시장의 성장 동력이었다. 몇 주 전 CEO들이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났는데 그는 중국 경제가 6.5~7% 성장할 것을 확신했다. 10년 전 10%씩 성장할 때에 비하면 지금 중국 경제가 2배가 되었기 때문에 6.5% 성장은 10년 전 10% 성장과 같다. 중국은 세계 2대 경제대국이고 리 총리가 말했듯이 여전히 도시화할 지역이 있고 800만명이 빈곤선에 있다. 이는 모두 중국 정부가 투자를 해야 하는 요인이 된다. 또한 중국은 일대일로로 아시아에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만들었다. 아시아에 도로와 항구 등이 만들어질 것이고 이는 모두 원자재 시장의 수요가 된다. 나의 중기적인 전망은 밝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철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점결탄 수입을 줄인다고 들었다. 수입 점결탄이 아니라 국내 생산 점결탄을 쓰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철광석 수요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점결탄 부족 현상이 예상된다. 그러므로 점결탄 자체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중국이 수입을 줄인 것은 수요가 아니라 환경문제 때문이다. 

―리오틴토는 140년 된 회사다. 이름도 스페인에 있는 강 이름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긴 역사를 유지할 수 있었나. 

▷리오틴토는 스페인에 있는 붉은 강의 이름이다. 구리 채굴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이는 철 때문으로 과거에도 물빛이 붉은색이었다. 우리 회사는 그곳에서 1876년에 시작됐다. 다른 회사들과 달리 우리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새로운 광산 개발과 성장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원자재 하락기에 어떤 회사들은 탐사를 중단했지만 우리는 계속 탐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유기적 성장이 우리 강점이다. 

―한국 현 정부는 기업들의 원자재 투자에 소극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각국 정부들은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대출을 늘리는 것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룩하려고 하고 있지만 실제 성장을 이끄는 것은 민간 기업들이다. 원자재 시장의 주요 투자자들은 민간 기업이며 이 회사들이 성장 엔진이다. 예를 들어 로이힐 광산에 투자하는 포스코가 있다. 민간 기업들이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리오틴토가 올해 철광석 수출 50주년을 맞았다고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50년 전 리오틴토가 처음 철광석을 채굴했던 호주의 그 지역은 황무지였다. 당시에는 일본이 첫 수출 지역이었다. 그리고 1971년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과 수출 계약을 맺었다. 우리는 그 지역에 도로, 마을, 광산, 철도, 항구 등 모든 것을 만들어야 했다. 그 광산의 이름은 마운트 톰 프라이스인데 이 광산 개발에 큰 역할을 한 미국 엔지니어 이름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철광석은 50년 후 연간 100만t에서 3억3000만t으로 늘어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람들은 이 광산이 그런 엄청난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우리가 마을을 다섯 개나 만들고 1300㎞에 달하는 철로를 건설할지도 상상하지 못했다. 리오틴토는 민간 기업 중 세계에서 가장 긴 철로를 소유하고 있다. 또 우리는 세 개의 항구를 건설해 철광석을 수출하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를 광산회사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또한 톤수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화주이기도 하다. 그동안 카길이 1위였지만 지난해 우리가 추월했다. 우리는 광산회사이기도 하지만 물류회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엄청난 양의 원자재를 지구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긴다. 이를 아주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 서호주의 철광석 수출 사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저비용으로 이뤄지고 있다.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을 만나본 적이 있나. 

▷계약을 맺은 것이 45년 전이고 내가 입사한 것이 25년 전이다. 45년 전에 나는 아주 젊었다. 개인적으로 현대제철이 제철소를 직접 한다고 했을 때 매우 놀랐다. 나는 이것이 과거 포항제철과 같은 대단한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제철은 엄청난 성과를 달성했다. 지금은 2012~2019년까지 우리와 점결탄 계약을 맺고 있다. 

―전기차로 인해 리튬이 뜰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나. 

▷리오틴토는 세르비아에서 제다라고 하는 리튬광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연구 단계다. 나는 커리어를 자동차회사에서 처음 시작했다. 그래서 자동차업을 유심히 보고 있다. COP21(파리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해 자동차 산업에 단계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도 미국이나 현대차와 같이 전기차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스페이스 마이닝(소행성에서 희귀금속 등 광물을 채굴하는 것)에 대해서 들어봤나. 어떻게 생각하나. 

▷아까 말한 대로 우리는 광산 및 물류회사다. 스페이스 마이닝을 한다면 문제는 우주에서 물류인데 그 문제가 해결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주에서 캐내는 것이 다이아몬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상에 수많은 광물이 있기 때문에 스페이스 마이닝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리오틴토는 무엇을 하고 있나. 

▷우리는 에너지 효율적인 기술을 생산에 적용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있다. 또한 친환경적이지 못한 용광로를 폐쇄했다. 지난 5년간 리오틴토는 탄소배출을 21%나 줄였는데 이는 엄청난 숫자다. 하지만 더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가 생산하는 어떤 광물들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은 수력발전에 많이 쓰인다. 구리도 송전 시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금속이다.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에서 만드는 강화철에도 우리 철광석이 쓰인다. 우리를 포함해 많은 기업이 탄소배출 감축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5개 대학, 브리지스톤 등의 기업들과 협력해 자동차의 연비를 높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필바라 광산이 위치한 서호주는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에 이 지역이 왜 중요한지 알려줄 수 있나. 

▷서호주는 여전히 개발 중인 지역이다. 거대한 LNG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광산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호주의 3위 수출국이고 7위 수입국이다. 이 차이에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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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 월시는… 

1949년 호주 멜버른에서 출생한 샘 월시는 2013년부터 세계 최대 광산업체 중 하나인 리오틴토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그는 1991년 리오틴토에 합류하기 전 제네럴모터스(GM)와 닛산에서 20년간 일했다. 리오틴토에 합류한 후 알루미늄사업부, 철광석사업부, 호주사업부 CEO 자리를 두루 거쳤다. 

그는 2012년 리오틴토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내는 등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로 CEO 자리에 올랐다. 당시 63세로 적지 않은 나이였다. 어려운 시기에 CEO가 돼 리오틴토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7월 CEO에서 물러나 은퇴한다. 

[박용범 기자 / 이덕주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361843&year=2016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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