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100원 액면가 바꿔 거래 편리하게 하자는 주장…지하경제 잡고 소비촉진 효과

새 화폐 제작 비용 많이 들고 ATM·자판기 등 교체도 부담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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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이란 용어를 자주 보게 됩니다. 1년에 한 번씩 국회가 정부와 공공기관을 감사하는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인데요. 매일경제신문도 최근 사설을 통해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리고 왜 사회적인 논란이 되는 것일까요? 차근차근 짚어 보겠습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영어로 쓰면 Re-Denomination입니다. Re가 '다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을 다시 하자는 말이죠. 그렇다면 디노미네이션은 뭘까요? 용어 의미 자체는 돈의 액면가이지만 통상적으로 액면가를 떨어뜨린다는 말로 쓰입니다. 즉 1000원짜리 지폐를 100원으로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죠. 결국 리디노미네이션은 액면가 조정을 다시 하자는 것, 즉 돈의 단위를 조정하는 '화폐 개혁'을 하자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는 1953년과 1962년 두 차례 화폐 개혁을 단행한 적이 있죠. 

그렇다면 왜 리디노미네이션을 하려고 하는 걸까요? 일상생활에서야 만원 단위나 10만원 단위로 돈을 쓰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죠. 하지만 기업들이 대규모 거래를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면 단위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납니다. 실제로 이번에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국정감사장에서 "만, 억, 조 단위를 뛰어넘는 경 단위는 법률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한 거 아니냐고 말한 바 있죠. 너무 단위가 크다 보니 계산을 하고 결제를 함에 있어 불편을 초래한다는 비판입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면 결제 때 편리해질 뿐만 아니라 지하 자금을 양성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화폐 액면가를 바꾸면 각자 가지고 있던 돈을 은행에 가서 교환해야겠죠? 그 과정에서 지하 자금이 대거 수면으로 떠오를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탈세범의 자금 추적이 더 쉬워지는 거고요. 

더군다나 리디노미네이션이 요새 들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보통 리디노미네이션의 단점으로 지목돼 온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지금은 오히려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죠.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서 1000원 하던 과자가 갑자기 10원이 된다고 해보죠. 그렇게 되면 사람 심리가 괜히 물건 값이 싸진 것 같아서 예전 같았으면 심사숙고하고 살 것을 그렇게까지 생각 안 하고 사게 된다는 논리죠. 씀씀이가 커진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지금이 리디노미네이션 적기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물가 정체기 혹은 물가 하락기에는 물가 수준을 어느 정도 적정하게 올려줘서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논리죠.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아요. 리디노미네이션을 하려면 당장 신규 화폐를 발행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신규 도안을 만들어야 하고 조폐공사에서 새로 화폐를 찍어야 합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죠. 전국에 있는 현금인출기, 음료수 자판기 등도 모두 설정을 바꿔 놔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그렇게 바꾸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죄다 돈이 드는 일이죠. 일회적으로 기기를 수리·보수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찬성과 반대 측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미 2004년 박승 총재 당시 리디노미네이션 이야기를 쟁점화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 너무나 논란이 컸던 탓에 한국은행은 이와 관련된 논의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곤 합니다. 이번 국정감사 때 이주열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발언했다가 바로 해명 자료를 낸 것도 이 때문입니다.  

[나현준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919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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