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P 올리면 부실기업 64곳 - 빚 92조 증가

부실기업 부채 많아지면 월街 먹잇감 될수도
좀비기업 비중 낮추면 정상기업 고용 늘어나


◆ 기업發 경제위기 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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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발 금리 인상 충격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들의 저수익·고부채 구조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까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충격이 실물경제를 강타해 위기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올해 말 금리를 올리면 한국 등 신흥국 시장에 투자됐던 달러 상당 부분이 미국으로 회수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발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 한국은행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 기업의 재무 상태에 큰 충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수익에 시달리며 간신히 이자비용을 대고 있는 기업들에 치명적이다. 

매일경제신문이 금융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금리 인상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금리를 0.5%포인트(50bp)만 올려도 국내 자산 2위 한국전력과 양대 전자메이커인 LG전자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만성 부실기업에 포함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1위 농기계 업체인 대동공업도 금리 0.5%포인트 인상 충격에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시중금리가 오르는 만큼 부채 이자비용이 평균적으로 늘어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이 성장성이나 수익성을 개선하지 않고 저금리에 따른 과실만 향유하다 보니 소폭의 금리 인상 충격에도 취약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빚의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비금융 상장사는 498개사다. 

부실기업 수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때 514개로 늘어나고, 0.5%포인트 올리면 531개, 1.0%포인트 높일 때는 562개로 증가한다. 0.25%포인트 금리 인상 때마다 15개 정도 부실기업이 추가로 발생하는 추이를 보인다. 

부실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총액(부실부채) 규모도 금리가 오름에 따라 증가하지만 특히 0.5%포인트 인상 부분에서 폭발적으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이자보상배율 1 미만 비금융 상장사의 부채총액은 219조7940억원 수준이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부실부채는 222조5800억원으로 늘어나고, 금리 0.5%포인트 인상 시에는 301조9590억원으로 급증한다. 금리를 1.0%포인트 올리면 부실부채는 312조원을 넘어선다. 

상장사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부실부채 비중을 따져보면 현재 31.8%에서 0.25%포인트 인상 시 32.2%로 늘고, 0.5%포인트 상승 시 43.8%, 1.0%포인트 상승 시 45.2%까지 높아진다. 

'저수익의 늪'에 빠진 한국 기업들이 금리 인상 충격에 취약한 가운데, 전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미국 월가의 심상찮은 분위기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는 글로벌 경제위기 때마다 마치 먹잇감을 몰 듯 한 가지 테마를 정해 떼몰이(herding) 베팅을 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주택대출을 중심으로 한 민간부채에,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때는 국가 재정부실에 초점을 맞췄다. 곧 현실화할 미국발 금리 인상 이후 위기국면에서는 '신흥국의 고(高) 민간부채 경제'를 타깃으로 잡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러 정치경제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미국 월가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높은 민간(기업+가계)부채를 공격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되면 최근 민간부채 비중이 급증한 브라질 한국 터키 러시아 호주 등이 큰 타격을 입게 되고 특히 그간 환율 변동폭이 크지 않았던 한국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 장기 금리가 올라가고 이 경우 우리나라 자본이 이탈하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하락한다. 한은은 금리를 올려 자본유출을 막을 수밖에 없고 이는 기업과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미국발 금리 인상이 가져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이런 가운데 한계상황에 있는 부실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해서 우량기업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약간의 외부 충격에도 버텨낼 힘이 없는 기업들이 금융 지원으로 연명할 경우 정상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부실기업 퇴출 지연의 부정적 파급효과'라는 보고서에서 2010~2013년까지 산업별 자료 회귀분석 결과, 한 산업의 좀비기업 자산 비중이 10%포인트만큼 높아질 경우 해당 산업에 속한 정상기업의 고용 증가율은 0.53%포인트, 투자율은 0.18%포인트 하락한다고 밝혔다. 2013년 금융기관으로부터 만기연장이나 이자보조를 받았지만 이자보상배율은 1 미만인 국내 좀비기업 자산 비중은 15.6%다. 좀비기업의 자산 비중을 10%포인트만 낮춰도 정상기업이 고용을 연간 11만명가량 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국내 상장사(금융사 제외) 중에서도 금융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보유한 자산이 전체 상장사 자산의 1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좀비기업 자산 비중은 2010년 6.7%에서 2011년 8.5%, 2012년 10.5%까지 높아진다. 2013년에는 9.0%까지 낮아지다가 지난해 다시 9.9%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금융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란 금융사로부터 만기 연장이나 이자보조를 받고 있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을 의미한다. 

정 연구위원은 "1990년대 초 일본 상업은행들은 자신의 부실을 숨기기 위해 부실기업에 대해 대출기간을 연장하고 이자 면제 혜택을 주면서 되레 정상기업에 대한 여신을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실기업 퇴출이 지연되면서 정상기업의 고용과 투자가 위축돼 산업 내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하락하는 등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별취재팀 〓 노영우 차장 / 박준형 기자 / 전범주 기자 / 정석우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949317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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