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고착화 위기, 새 동력은 깜깜…남미형 침체 닥친다

中경착륙? ‘시스템 리스크’ 주목…작고 빠른 기업만이 살아남을것
D의 공포?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 환란후 최고…日 따라갈수도
경제엔 좌우 없다…독일 하르츠 개혁같은 특단의 조치 나와야


◆ 한국경제 긴급 진단 (上) / 위기의 경제 돌파구 없나…전문가 좌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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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을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김호영 기자]

“한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있어 특별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과감히 규제를 풀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게해줘야 한다.” 한국 경제 상황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으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도 불구하고 중국발 리스크가 언제든 한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일본 유로권 경제 상황과 서로 상반된 통화정책 기조 때문에 엔저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되며 우리 경제를 옥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김도훈 한국산업연구원 원장,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 등 경제 전문가 4명을 초청해 위정환 경제부장 사회로 좌담회를 개최하고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들어봤다. 

―최근 우리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는가.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한마디로 장기 침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일본이 경험한 20년 침체와 비슷한 사이클이다. 다른 침체된 선진국과 우리의 차이는 선진국은 복지·연금제도를 완비한 상태에서 저성장을 맞았고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복지 지출 확대로 재정적자가 심각해지면 일시적인 경제 위기 극복 후에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지는 남미형 경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중국 수출 중 70% 이상이 중간재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중국 내 최종재 생산도 줄어 한국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중국은 성장률이 7%대라고 발표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실제로 4~5%에 그칠 수도 있다. 경착륙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유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일본화(Japanification) 초기 단계다. 저성장·저금리·저수익·고위험·고실업·고령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하락은 호재라 얘기하지만 산유국 재정이 나빠지며 디폴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리가 호재라고 생각한 게 오히려 악재를 내포하고 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구조적인 성장률 침체다. 노동과 자본이 각각 저출산·고령화, 투자 위축으로 감소해 성장 동인으로서 기능이 줄어들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가 양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생산성 향상 측면에는 한계가 있어 투입 측면 감소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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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염려도 제기되고 있다. 

▶윤 원장〓현재는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는 디스인플레이션이지만 이 단계를 거쳐 물가 자체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권 원장〓우리 연구원이 측정한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를 보면 이 수치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다. 1999년 이후 0.30에 못 미쳤는데 올해 1분기 0.31을 기록하고 2분기에는 0.38로 올라갔다. 일본도 이 지수가 0.3으로 높아진 이후 1%대 물가상승률을 이어가다가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진입했다. 

▶김 회장〓일단은 디스인플레이션 상태지만 여러 가지 구조가 일본과 비슷하다. 한국은 연금시스템까지 미비한데, 이에 따라 미래가 불안해 소비를 줄일 수도 있다. 한번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반드시 소비를 미루니 물가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가장 큰 대내외 위험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 회장〓세계적 장기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다. 이른바 ‘뉴 노멀’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또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본 유출입과 일본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한 엔저 가속화도 염려된다. 

▶권 원장〓현재 추세대로라면 1980년대 이후 잠재성장률이 10%대에서 1%대까지 떨어질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OECD 국가 중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며, 2038년에는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한다고 전망했다. 전체 실업률 대비 청년실업률 비율도 지난해 2.58배로 OECD 평균 2.3배보다 높다. 

―특히 중국 경제에 대한 염려가 크다. 중국 경제 전망과 우리 전략은. 

▶김 원장〓중국 경제는 ‘경착륙’이라기보다는 ‘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높은 성장세에 기댔던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생산 과잉을 정리하고 산업·소비구조를 고도화한다고 할 때 잘 준비만 하면 오히려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다. 

▶권 원장〓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2분기 7.5%였던 성장률이 3분기 7.3%로 떨어진 것으로 볼 때 정부가 떠받치는 경기 활성화는 한계에 달한 모습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중국의 ‘시스템 리스크’다. 사회주의 정부가 시장경제를 통제하지 못하면 중국 경제는 경착륙할 수 있다. 

▶윤 원장〓중국이 내수시장 중심으로 선회하고 있는 만큼 가공무역에서 벗어나 한국도 수출 품목을 최종 소비재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 특히 제조업체들이 소비시장에 진출하기에 앞서 금융권도 중국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해야 한다. 

▶김 원장〓중국 경기 침체와는 별개로 중국 기업 기술력은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 국내 기업들은 중국과도 ‘질적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거대 공룡이 된 중국과 맞상대해서는 승산이 높지 않다. 한국은 퍼스트무버와 패스트폴로 사이에서 ‘패스트 무버’ 전략에 바탕해 빠른 대응과 생존을 최우선시하는 날쌔고 작은 육식 공룡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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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 돌파를 위해 박근혜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 원장〓경제에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기 위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추진하려면 법률 개정 등 장치가 필요하다. 정부 계획만으로는 어렵고 정치적 결단을 통해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끌어안아야 한다. 정부 혼자 추진하다가 핵심 분야에서 합의가 안 되면 정책 추진이 안 된다. 예산을 늘려서 하는 내수 부양은 가능하지만 구조 개혁 부분은 전체적인 힘을 모으도록 설득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김 회장〓중국의 추격으로 인한 산업 이전을 막기 위해 신산업 정책 수립이 중요하다. 일본의 산업재흥계획과 같이 신성장업종 선정을 하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신성장업종 육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포함시켜야 한다. 

―경제 혁신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권 원장〓독일 ‘하르츠 개혁’을 참고할 만하다. 독일은 2000년 초반 과도한 정규직 보호를 풀고 파견근로제나 파트타임 일자리 등 미니잡(Mini job)을 허용하는 정책들을 도입했다. 실업자 수가 2001년 308만명이었지만 2012년에는 231만명으로 줄며 성공을 거뒀다. 재미있는 건 가장 우파적인 정책을 좌파정권인 슈뢰더 정권이 도입했다는 것이다. 슈뢰더 정권은 이 같은 정책을 펴면 뒤에 있을 선거에서 질 줄 알면서도 개혁을 밀어붙였다. 

▶윤 원장〓지금은 ‘큰 것 한 방’과 같은 화끈한 정책 처방은 어려운 상황이다. 효과가 큰 정책만 찾으려 하지 말고 효과가 작은 정책이라도 여러 가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할 때다. 안으로는 고급 서비스업 육성 등 다소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정책들을 과감히 추진하고 밖으로는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시행해야 한다. 

―우리 미래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안은 있는가. 

▶김 원장〓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특별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 내 투자 확대는 ‘신성장 분야’에서 획기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야, 진보와 보수, 성장과 분배 등 이분법적 틀을 넘어서는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특히 새로운 서비스 분야나 서비스와 제조업이 결합된 신성장 분야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을 풀어야 한다. 미국은 대기업이 인수·합병(M&A)을 해서라도 새로운 분야를 흡수하는데 우리는 뛸 선수 중 잘 뛰는 선수는 빼고 해야 한다는 사고로는 어렵다. 

―우리나라 실질 실업률은 10%를 넘는다.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데 실업 문제를 해결할 묘안이 있나. 

▶권 원장〓구직 포기 청년실업자인 니트족이 청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5위다. 서비스 산업 활성화와 규제 개혁을 통해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 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도 문제다. 노동시장에 유연성이 없으면 일자리는 창출되기 어렵다. 

▶김 회장〓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높고 노사 분규가 심해서 기업들이 고용 확대를 꺼린다. 우리나라 금융권 대졸 초임이 4000만~5000만원 수준인데 홍콩보다는 2배, 우리보다 국내총생산(GDP)이 2배 높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라이프 사이클을 놓고 볼 때 우리는 초임과 피크임금 간 차이가 3배에 달하고, 독일은 2배 수준이다. 비용 부담 때문에 회사들이 직원들을 조기 퇴직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조가 자기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이유는 퇴직 후 대비가 잘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퇴직연금 활성화를 통해 노후 대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상복지를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했다. 복지 혜택을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재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권 원장〓무상복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상복지라는 용어는 포퓰리즘 성향이 강하고 다분히 정치적으로 보인다. 결코 무상이 아닌데 말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비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이런 복지 지출을 줄여야 세수 확보를 위한 세율 인상이라는 조세 왜곡 현상을 막을 수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도 있는데, 저성장 고착을 염려하는 상황에서 세율 인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 원장〓과연 우리 사회가 무상복지를 누릴 만한 경제적 여건이 되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보다 선진국이고 복지가 잘돼 있는 프랑스도 어린이집 보육서비스를 살펴보면 가난한 사람에게는 무상으로 혜택을 제공하지만 부자들은 비용을 다 지불한다. 증세 논의 나오는 것 자체가 이상하고, 꼭 해야 하니 증세를 한다는 사고 방식을 반성해야 한다.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법이 있을까. 

▶윤 원장〓국회가 법안을 의결하는 요건을 과반에서 60%로 높인 선진화법을 조속히 폐지 또는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수결 원칙만이라도 회복시키면 국회의 무능함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거버넌스만 문제 삼지 말고 정당의 거버넌스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사회 = 위정환 경제부장 / 정리 = 서동철 기자 / 전정홍 기자 / 김태준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33921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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