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 여전…국민소득 3만弗 `가물가물`
부동산·주식 온기 불구 실물은 냉랭
100엔당 970원대 `엔저충격` 부담
3분기 생산·소비 개선기미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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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 경제가 겪은 극심한 내수 부진이 그대로 반영됐다. 민간소비 둔화뿐 아니라 달러당 원화값의 급격한 상승 역시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명목 GDP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디플레이션` 징후가 보인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명목 GDP는 전분기 대비 0.4% 감소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2008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명목 GDP는 실질 GDP에 GDP 디플레이터를 곱해 산출한다. GDP 디플레이터는 쉽게 말해 물가수준을 나타내는데 올해 2분기 GDP 디플레이터 등락률은 0.0%로 2012년 4분기의 -0.2% 이후 가장 낮다. 내수 디플레이터는 0.9% 상승했지만, 원화값 강세 영향으로 수출과 수입 디플레이터가 각각 -8.2%, -8.9%를 기록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국민총소득(GNI) 역시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2분기 실질 GNI는 전분기 대비 1.1% 늘어나면서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2009년 이후 1%대 증가율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역시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명목 GNI는 전분기 대비 0.2% 감소하며 2012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질 GDP가 더 중요하긴 하지만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매출 증가율이 명목 GDP에 가깝기 때문에 기업의 채산성 측면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디플레이션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계속 부진하다면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올해 2분기 이후에도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대외 여건부터 좋지 않다. 원ㆍ엔 환율이 100엔당 970원대를 오르내리며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수출 주력 품목이 일본과 겹치는 상황에서 엔화 약세가 지속돼 수출경쟁력에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일본 중앙은행이 현재의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엔저 기조를 바꿀 만한 요인이 없다"며 "원ㆍ달러 환율이 1010~1020원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엔화 약세가 지속돼 원ㆍ엔 환율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 역시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미약한 회복세에 물가상승률마저 둔화되면서 세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2일 중기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세금 깎아달라는 것인데 정부도 세수가 들어오지 않아 죽을 맛"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왔다는 최 부총리의 발언도 경기와 물가가 모두 바닥을 기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심각한 상황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3분기 들어서도 생산활동과 소비활동 동향에서 뚜렷한 개선세가 보이지 않아 정부가 내세운 경제성장률 3.7%, 물가상승률 1.8% 목표가 모두 달성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분기 상황이 예상보다 더 나쁜 건 사실이다. 올 하반기 유로지역 경기 침체와 현대ㆍ기아차 노사 분규가 가장 중요한 리스크 요인"이라고 했다. 

최근 주식과 부동산 등 자본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실물경기는 여전히 냉랭해 자산-실물 간 괴리가 생길 조짐도 보인다. 일부에서는 정부는 적극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풀고, 한은은 확장적 금리정책을 펴면서 부동산 시장 회복의 불씨를 키워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엔저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수출이 더 잘되기는 어렵고 실물경제가 살려면 결국 내수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며 "한국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 자산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줘야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이달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경제지표가 악화된다면 금통위에서 추가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여러 지표를 보면 긍정적인 신호와 부정적인 신호가 혼재된 상태"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전범주 기자 / 이현정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170602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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