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물가 안정이라는 취지에서 비롯된 정부의 식품 가격 규제는 업계의 편법 인상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 [김호영 기자]
유통 업계는 경품으로 소비자의 공짜 심리에 호소하고 있다. 특히 홈쇼핑에서는 고가 경품을 받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다. C쇼핑몰의 경우 지난 추석 연휴 동안 `매일 공짜 선물` 경품 행사를 열고 한우와 배 선물세트 등 300여 가지 경품을 내걸기도 했다.
홈쇼핑에 건강기능식품을 납품하는 한 중소 업체 대표는 "상품 판매에 따르는 각종 판촉 비용은 중소 업체가 부담하는 사례가 많다"며 "경품 부담까지 지게 되면 물건을 많이 팔아도 홈쇼핑에서 남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무한 리필`과 경품 경쟁도 제값 받기 관행과는 거리가 먼 출혈 마케팅 사례다. 유통비용을 줄여 질 좋은 제품을 싼값에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게 목적이지만 자칫 저렴한 가격이 부메랑이 돼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도 발생한다.
명예퇴직한 박 모씨(52)는 5년 전 `가격 파괴` 고기전문점을 열었다. 창업 초기에는 그나마 장사가 잘되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원가는 변하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수지를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같은 상권에 비슷한 고기전문점들이 들어서며 서비스 경쟁은 치열해졌다. 결국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박씨는 "무한 리필은 기본적으로 가격 경쟁이지, 품질 경쟁은 아니다"며 "이 때문에 저렴한 원재료를 사용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식음료 시장에서 시장경제원칙은 어긋나기 일쑤다.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 정부의 가격 통제를 `꼼수 인상`으로 교묘히 피해가기도 한다.
올해 초 A사는 자일리톨 성분의 코팅껌 용량을 18g(12개)에서 16g(11개)으로 슬쩍 줄였다. 가격은 그대로였다. B제과 업체는 7개 스낵의 용량을 찔끔 늘리고 가격을 20%가량 쑥 올렸다.
`꼼수` 가격 인상이 벌어진 배경에는 정부의 행정 규제가 한몫했다. 설탕ㆍ밀가루 등 생필품뿐 아니라 과자ㆍ껌의 가격 인상안도 소관 부처에 구두로 보고하고 허가를 받는 게 오랜 관행이라고 업계는 토로했다.
올해 초 A어린이음료는 포장지 등을 리뉴얼한 뒤 가격을 6.5% 올렸다. 라면과 분유 역시 포장지나 내용물을 리뉴얼하고 값을 올리는 수법이 종종 포착된다. 내용물은 얼마 없는데 포장지만 풍선처럼 질소로 가득 찬 `질소 과자`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가격 통제 시기에는 값은 유지한 채 내용물 함량을 줄였다가 이후 규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값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제과 업계 관계자는 "증가하는 원가 요인을 어떻게든 반영하고 가격 규제를 슬쩍 피하려는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소비자 눈속임이다.
우유 역시 생산이 늘고 소비는 줄어도 값은 떨어지지 않는 이상한 가격 구조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원유 재고량은 1만4896t으로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재고가 쌓여도 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원유가격연동제`라는 가격 결정 메커니즘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원유가를 바탕으로 1년간 원가 변동 요인을 적용하기 때문에 과잉생산이나 수요 감소 등 가격 하락 요인은 제때 반영하기 어렵다.
[기획취재팀 = 황인혁 차장(팀장) / 서찬동 차장 / 고재만 기자 / 최승진 기자 / 홍장원 기자 / 박윤수 기자 / 장재웅 기자 / 이현정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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