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잡아라" 자녀들에 `돈굴리기` 특강

자산규모따라 교육 프로그램까지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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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고객 자녀들 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커플매칭'을 서비스로 했다면 요즘은 자녀 자산관리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슈퍼리치' 고객을 상대하는 강남의 한 시중은행 PB(Private Banking)센터 부센터장의 말이다. 잘해야 본전인 커플매칭보단 고객과 고객 2세를 동시에 잡는 자산관리 교육 프로그램으로 마케팅이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슈퍼리치 부모의 치맛바람이 이제는 자녀 자산관리까지 범위를 넓혀가자 여기에 맞춰 PB센터 역시 고객 2세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 교육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PB센터의 자산관리 교육 프로그램은 아직 초기단계로 단발성 행사로 열리고 내용은 현실에 도움이 되는 실용지식 위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생 자녀를 위한 자산관리 기초과정으로 펀드·주식과 같은 투자상품이나 적금과 같은 소득공제 상품을 상세히 설명하는 식이다. 서울 강남의 한 PB센터 관계자는 " 2~4시간짜리 특강에 담을 수 있는 내용에는 한계가 있지만 실시간 업데이트된 정보를 제공하고 트렌드를 알려준다"고 전했다. 

고객의 자산규모에 따라 엄격히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A시중은행 PB센터의 고객 2세 대상인 프로그램 개요 문서에는 '효율적인 마케팅이 될 수 있도록 대상고객 선정에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당부했다. 금융자산 규모 1억원, 5억원, 10억원대 고객의 자녀를 위한 프로그램이 각각 있었다. 재테크, 금융상품을 다루는 한 프로그램은 금융자산 5억원(50억~100억원대 자산가로 추정) 이상 고객이거나 영업점장 추천 고객으로 명시했다. 이 프로그램들 대상인 부자 고객은 자산관리 세미나에 자녀를 동반하거나 금융 상담을 할 때 자녀를 동석하게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한편 슈퍼리치 2세들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주기 위한 프로그램도 성황이다. 성인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진로상담, 취업지원 등 종류도 다양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PB센터 팀장은 "부자들은 '시크릿'한 것을 좋아한다. 그 프로그램 안에서 2세들만의, 그들만의 네트워킹이 시작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한국 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개인)는 약 18만2000명에 달했다. 자신의 금융상품 및 투자 관련 지식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전년 대비 17.5%포인트 증가한 74.5%다. 공부하는 부자가 늘고 있는 데는 불안한 미래를 위해 대비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세에게도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조세나 법률 관련 금융 고급 서비스가 확대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하며 "한국 경제가 장기적 침체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면서 사회 전체에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871232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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