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빚 2347조…1년새 103조↑ "가계빚보다 심각"

美금리인상 눈앞인데 한계기업 구조조정 지지부진
기업부실 → 은행부실 → 시스템위기로 번질 가능성


◆ 시한폭탄 기업부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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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기업부채발 경제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저금리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양산되고 있다. 경기가 침체를 거듭하면서 기업들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세계 경제가 요동치면서 쓰러지는 기업이 속출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부채는 늘고 기업의 성장성은 둔화되는데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한계기업들의 도산은 불가피하다. 기업의 부실은 금융기관의 부실로 전이된다. 이 경우 국가신용도는 떨어지고 우리 경제의 시스템 위기가 현실화된다는 것이 기업부채발 경제위기 시나리오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가계부채보다 기업부채가 더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현재 한국 경제가 닥친 상황을 단적으로 설명했다. 가계는 기본적으로 자산이 부채보다 많고 단위당 부채 규모가 작아 가계부채발 경제위기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반면 기업부채는 단위당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로 성장성이 급속히 둔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경제에 미치는 파괴력이 훨씬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총부채(은행 대출+비은행 대출+회사채+기타 채무 등)는 2015년 1분기 말 기준으로 2347조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03조원 늘었다. 이는 2014년 1분기 증가액(55조원)의 2배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은행의 기업여신 규모도 2015년 1분기 현재 1042조718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보다 62조원 이상 늘었다. 기업부채는 2013년 이후 저금리 기조를 타고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2~3년 사이 연 20조원가량 늘어난 것에 비하면 3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은행의 기업 여신은 2013년 이후 저금리 기조를 타고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박사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관리하는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은행들이 부담해야 할 잠재적 부채는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향후 경기가 회복되면 구조조정 기업들이 되살아 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 같은 기대와 반대로 가고 있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하락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도 하락세를 걷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업경영분석'을 통해 발표한 2015년 1분기 기업의 성장지표는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법인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1분기 1.6%에서 올 1분기에는 -4.7%로 급락했다. 총자산 증가율도 같은 기간 1.9%에서 1.1%로 감소했다. 경기 회복을 통해 구조조정 기업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무색하게 하는 지표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성장 이전에는 일시적 충격에 따른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를 채권단 자금지원으로 해결하고 경기 회복을 기다리면 영업이익으로 부채를 갚는 선순환이 가능했지만 저성장이 상시화된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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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환경도 좋지 않다.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우리나라도 시차를 두고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저금리에 편승해 부채를 늘리고 구조조정을 게을리 한 한계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실제 은행권의 각종 지표에서 위험 경고음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기업의 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3월 말 2.31%에서 6월 말 2.35%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부실채권 비율은 총여신에서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 중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 비중도 지난해 33.4%에서 올해 1분기에는 34.9%로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라는 것은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차입금의 평균 이자율이 1%포인트 오르면 전체 기업에서 고위험기업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26.9% 늘어난다"며 "이들의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상시화된 저성장 국면에서 정상 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상 기업들이 은행 빚보다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같은 이른바 '시장형 차입'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회사채 잔액은 2010년 말 285조68억원에서 올해 5월 말 399조1784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업어음은 2013년 말 124조7310억원에서 올해 8월 말 128조9190억원으로, 전자단기사채는 같은 기간 12조9844억원에서 31조2603억원으로 각각 늘어났다. 시장형 차입 비중이 높으면 채권금융기관들의 사채 매입 부담이 높아져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성사가 무산되고 기업의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 회사채 시장에서 우량등급(AA-)과 비우량등급(BBB-) 채권 간의 금리차도 올 1월 5.85%포인트에서 9월에는 5.92%포인트까지 확대됐다. 

기업들의 부실화가 가시화되면 이는 결국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이 부실해질 경우 이는 곧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고 경제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미국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자동차 공업이 밀집돼 있던 중부지방에서 시작됐다"며 "당시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부실화가 심해지면서 실업을 양산하고 근로자들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져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영우 기자 / 정석우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872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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