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불황에 연체 늘어 이자부담 눈덩이…회생·파산 신청 올들어 벌써 867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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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한 소규모 식품제조업체 대표 A씨는 올해 초만 해도 꿈에 부풀어 있었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그가 소스와 드레싱 등을 만드는 회사를 차리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반대도 많았다. 그러나 A씨는 외식 사업이 발달하고 완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소스류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시작은 의욕적이었다. A씨는 인수 직후 기업부설 연구소를 세우고, 유명 업체들과 거래를 체결했다. 군대에 납품 계약도 맺었다. 하지만 회사 운영은 계속 어려워졌다. 몇 차례 이자를 연체한 이력이 발목을 잡았다. 회사 신용도는 떨어졌고 원금 일부를 상환하지 않으면 만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기에 이르렀다. 결국 A씨는 자금난에 빠진 회사에 대해 회생절차를 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때 백화점, 코엑스 등에 10여 개 매장을 운영하던 패션 유통업체 B사 역시 이자 부담을 못 이겨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B사는 2010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첫 의류 브랜드 매장을 연 뒤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투자자들이 늘면서 이자 부담도 커졌지만 매출이 꾸준히 늘어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2011년 여름, 기록적인 폭우는 B사에도 피해를 끼쳤다. 매장 지하창고 두 곳이 침수되면서 3억원어치 상품을 폐기처분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초 메르스 여파로 매출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떨어졌다. 급한 대로 월세 부담이 높은 매장 한 곳을 철수했지만 한번 악화된 유동성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채권자들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할 위기에 놓인 B사는 눈물을 머금고 회생신청을 했다.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은 도리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회생 및 파산신청을 한 기업은 전국 867개(회생 505개, 파산 362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3개(회생 515개, 파산 318개)에 비해 30여 개 증가했다. 이는 영업이익으로도 이자를 갚기 버거운 '한계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일부 한계기업은 차입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줄줄이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 

불경기로 소비심리는 계속 위축되는 반면, 금융권의 대출 회수는 갈수록 엄격해져 저금리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법원 법정관리 조사위원들에 따르면, 일부 한계기업에는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의 연체이자가 적용돼 저금리는 남의 얘기"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866900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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