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직원에 문제있다고?…리더의 대화지능 높여라

`대화지능` 저자·커뮤니케이션 대가 `글레이저`
성과 얻고 싶다면 직원의 마음을먼저 돌봐줘야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미국인 마크는 영국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의 인사 담당자로 일하던 시기를 악몽으로 기억한다. 당시 그는 이 공장을 인수한 미국 본사의 지시를 받아 낙후된 공장 운영 방식을 현대화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는 직원들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었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작업환경이 안전해질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조직적으로 저항했다. 관리자들 사이의 갈등을 부추겼다. 새로운 성과평가 방식이 쓸모없다며 거부했다. 마크는 안타까웠다. 직원들 스스로 복을 걷어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크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운영 방식의 장점을 말하고, 설득하려고 했다. 그러나 통하지 않았다. 왜 직원들은 마크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불안 때문이었다. 영국 공장 직원들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율의 전통이 있었다. 자율은 직원 정체성의 핵심이었다. 이들은 미국 본사를 위협으로 인식했다. 불안과 두려움은 인간의 뇌에 깊숙이 작용한다. 타인을 믿고 신뢰하는 것을 힘들게 만든다. 공장 직원들이 마크와 경영진을 신뢰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협력하지 못한 것도 불안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왜 불안두려움은 신뢰와 협력을 방해하는 것일까.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며 대화지능의 저자인 주디스 E 글레이저 크리에이팅 위 연구소(Creating We Institute) 회장은 우리 두뇌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글레이저 회장에 따르면 우리 두뇌는 신뢰와 불신을 관장하는 영역이 각각 다르다. fMRI로 뇌를 스캔한 결과, 신뢰는 주로 전전두엽피질이, 불신은 주로 편도체가 관장한다. 편도체는 진화과정에서 아주 오래전에 형성된 원시 뇌에 속한다. 반면 전전두엽피질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만들어졌다. 

문제는 인간이 두려움불안위협을 느끼면 편도체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뢰를 관장하는 전전두엽피질이 닫혀 버린다. 그래서 상대방을 믿지 못하게 된다. 마크의 공장 직원들도 불안을 느끼면서 전전두엽피질이 닫혀 버린 것이다. 그 결과 경영진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기가 어려워졌다. 

글레이저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 MBA팀과의 인터뷰에서 리더가 직원들을 변화시키고 가치를 창조하고 싶다면, 직원들과 대화할 때 직원들이 불안이나 두려움이 아닌 안전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리더와 직원 간에 신뢰와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리더는 직원들이 솔직한 얘기를 털어놓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계층제가 뚜렷한 한국에서 많은 직원들은 리더와 대화할 때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두뇌 속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전전두엽피질은 닫힌다. 그래서 리더의 말에 복종하더라도 공감하지는 않는다. 결국 리더가 바라는 대로 행동하지 않게 된다. 이런 직원들 앞에서 리더는 말하기(tell)-또 말하기(sell)-고함치기(yell) 신드롬에 빠지게 된다. 직원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또 말하지만, 효과가 없자 고함을 지르게 된다는 뜻이다. 

- 인간 두뇌는 타인과 만나면 그가 적인지 친구인지부터 판단한다고 했다. 

▶ 우리 뇌는 상대가 친구, 즉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아니면 적, 다시 말해 못 믿을 사람인지부터 판단한다. 먼저 원시 뇌가 판단의 근거가 되는 신호를 감지한다. 그러고는 그 신호를 뇌의 다른 부분에 전달한다. 우리 뇌는 0.07초면 상대가 적인지, 친구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자동적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된다. 

예를 들어 B과장이 화가 난 A부장과 대화하게 됐다고 가정해보자. B과장의 원시 뇌는 A와 대화하는 게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를 감지한다. 

그러면 뇌의 다른 부분으로 신경전달물질을 보내 공유와 협력을 중단시킨다. 동시에 우리 뇌는 A부장과 좋지 않았던 기억을 끄집어낸다. 이 사람은 전에도 내게 이랬어. 그를 믿을 수가 없어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만든다. 

- 무의식적이지만 우리 뇌가 상대를 못 믿을 사람이라고 판단하게 되면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것인가. 

▶ 그렇다. 적이냐, 친구냐는 판단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빠르다. 못 믿을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편도체를 비롯한 우리 뇌에서 두려움을 관장하는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 달아나거나 싸우거나 죽은 척하라고 몸에 지시한다. 자신을 지키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 그 순간에도 전전두엽피질 등 두뇌의 신뢰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수는 없는가. 

▶ 편도체와 전전두엽피질의 관계는 노예와 주인의 관계다. 한쪽이 주인이 되면 다른 쪽은 노예가 된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면 원시 뇌(편도체)가 우리 뇌의 주인이 된다. 뇌의 다른 영역은 원시 뇌에 복종하게 된다. 반대로 뇌의 신뢰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원시 뇌가 그에 복종하게 된다. 인간의 뇌는 오랫동안 그렇게 진화해 왔다.  

■ 불안 느끼는 순간 신뢰의 뇌 는 닫힌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통신회사 버라이존은 임원인 롭에게 리더십 코칭을 받도록 지시했다. 그가 강압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바꾸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거쳐간 12명의 코치는 모두 두 손을 들었다. 롭이 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롭은 이제 13번째 코치를 만났다. 다음은 코치와 롭의 첫 대화다. 

▶ 코치〓당신의 리더십 스타일은 무엇입니까? 

▶ 롭〓직원들이 업무에 최선을 다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 코치〓최선을 다한다는 게 무슨 뜻이죠? 

▶ 롭〓나는 직원들이 매일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전적인 업무를 부여해요. 나는 그들이 하겠다고 말한 일은 반드시 하게 만듭니다. CEO에게 보고해야 할 때는 완벽해질 때까지 보고서를 고치도록 시켜요. 회사 밖에 있을 때에도 직원들에게 전화해서 그들이 내 기대만큼 일을 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합니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죠. 

▶ 코치〓그래서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나요? 

▶ 롭〓대부분은 아니에요. 나는 계속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압박을 하죠. 음. 아마 그들을 해고할 때가 됐나 봐요. 

조직에서 상당수 보스들의 리더십 스타일은 롭과 비슷하다. 부서원들에게 할 일을 지시하고, 확인하는 것을 리더십의 요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과 나누는 업무상 대화도 지시나 확인에 그친다. 그러나 이래서는 성과를 내기 힘들다. 롭 역시 직원들을 해고해야 할 때라며 실패를 자인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디스 E 글레이저 크리에이팅위 연구소 회장은 리더들의 대화지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롭처럼 대화지능이 낮은 리더들은 지시하고 확인하고 설득하는 낮은 레벨의 대화밖에 못한다. 

반면 대화지능이 높은 리더들은 부서원들과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고 새로운 가치를 함께 발견하는 높은 레벨의 대화를 나눈다. 글레이저 회장은 그게 직원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 대화를 수준에 따라 레벨 1, 레벨 2, 레벨 3로 나누는데. 

▶ 레벨 1은 정보와 데이터를 교환하는 수준의 대화다(보스가 직원에게 지시대로 보고서는 만들었니?라고 묻는 질문은 레벨 1이다). 이런 대화는 자기중심적이다. 내가 아는 것, 옳다고 믿는 것을 확인하려는 욕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욕구가 충족되면, 인간은 편안함을 느낀다(예를 들어 보스가 자신이 믿는 바를 부하에게 말하고, 부하가 이를 이행하면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상대가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내가 왜 옳은지를 설명해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든다. 리더가 부하 직원을 설득하는 대화는 레벨 2다. 

반면 레벨 3는 상대방과 함께 무엇인가를 공유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자 하는 대화다. 상대를 신뢰하고 상대의 의견에 열려 있다. 상대를 설복해 이기는 게 목표가 아니다. 파트너로서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 

▶ 자크 나세르는 2000년 자동차 회사 포드의 CEO가 됐다. 나세르는 톱다운 방식의 계층제 조직을 바꾸고 싶어했다. 처음에는 좋았다. 그는 전국을 돌며 타운홀 미팅을 열고 직원과 대화했다. 모든 직급의 직원들에게 조직 변화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나세르가 바라는 만큼 행동하지 않았다. 그는 실망했다. 이윽고 그는 이른바 말하기(tell)또 말하기(sell)고함치기(yell) 신드롬에 빠졌다. 그는 결국 CEO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런 신드롬은 레벨1 대화에서 흔히 나타난다.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레벨 1의 대화다. 그런데 상대방이 자기 말대로 하지 않으면 어떤 리더들은 고함을 친다. 이렇게 되면 부하 직원은 두려움을 느낀다. 두뇌 속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신뢰의 네트워크는 닫힌다. 

- 레벨 2 대화에서 나타나는 신드롬은. 

▶ 자신의 옮음에 중독되는 신드롬이다(글레이저 회장에 따르면 우리 뇌는 옮음에 중독되기 쉽다. 자신이 옳다는 게 입증되면 몸에서 도파민이 나오고 쾌감을 느낀다. 문제는 도파민은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 그래서 우리 두뇌는 마치 중독된 것처럼 자신의 옮음을 계속 갈망하게 된다). 이런 신드롬에 빠지면 타인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그저 자신의 옮음을 관철시켜 승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상대를 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두뇌 속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 두뇌 속 두려움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지 않도록 막는 최고 항생제는 신뢰공감지원이라고 했다. 

▶ 누군가가 나를 믿고 공감하며 지원한다고 생각해보라. 이것은 그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신호다. 이 신호를 받으면 우리 몸속에서 옥시토신(oxytocin) 호르몬이 분비된다. 호르몬 작용으로 우리는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기분이 들면 두려움은 줄어든다. 안전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상대방과 터놓고 레벨 3의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 그 같은 대화의 예를 들어달라. 

▶ 밥 루츠 전 GM 부회장이 그런 예다. 그는 글로벌 배터리 기업인 엑사이드(Exide)를 고객 중심 회사로 바꾸려고 했다. 루츠는 회사의 리더급 직원들과 31회에 걸쳐 모임을 가졌다. 당시 내 역할은 루츠와 직원들이 레벨 3의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대화 과정을 설계하는 일이었다. 매번 모임은 사흘에 걸쳐 계속됐다. 직원들은 공개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했다. 

- 성과가 낮은 직원에게도 리더는 신뢰와 공감지원을 보내야 하는가. 

▶ 직원 성과가 리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갭(gap)은 언제 어디에서나 있다. 이때 리더에게는 용기(candor)와 돌봄(caring)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그저 그 같은 갭을 내버려두거나, 없는 척하는 것은 용기가 없는 행위다. 우리 모두를 기만하는 것과 같다. 보스와 직원 간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동시에 리더는 직원을 돌봐야 한다. 리더가 자신을 돌보고 있다는 것을 직원이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직원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효과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 이에 앞서 리더는 성과가 낮은 직원에 대한 자신의 좌절감을 다스리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질러서는 안 된다. 

- 레벨 3의 대화만이 직원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완전히 변화(transform)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 그렇다. 대화 중에 에너지가 어떻게 창조되고 사라지는지를 40년간 연구했다. 레벨 12의 대화는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내 의견을 입증하고 지키려면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레벨 3의 대화는 다르다. 대화 상대방 양쪽 모두에게 힘을 부여한다. 에너지를 창조하고 서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 자기 얘기만 늘어놓다 설득하고 소리 지르고…당신 대화레벨은? 

 기사의 4번째 이미지

- 높은 레벨의 대화를 하려면 먼저 자신의 대화가 어떤 레벨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다. 

▶ 대화 대시보드(Conversational Dashboard 위 그림 참조)를 이용하면 된다. 이것은 대화 중에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비주얼화한 것이다. 대시보드 왼쪽으로 갈수록 두려움과 불신이 자리 잡고 있는 원시 뇌가 활성화된다. 오른쪽은 그 반대다. 이 대시보드를 보면 자신의 대화가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 있다(글레이저 회장은 10년 전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NWE를 컨설팅하면서 대시보드 개념을 떠올렸다. NWE는 직원 간에 불신이 높았다. 사내 정치가 조직 문화를 파괴하고 있었다. 글레이저 회장은 NWE 임원 25명을 한 방에 모았다. 방 안에는 불신과 두려움의 기운이 감돌았다.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보지 않으려 했다.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앉았다. 글레이저 회장은 앞으로 나아가 그림을 그렸다. 대화 대시보드였다. 그리고는 여러분은 어디쯤 있는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임원들은 그순간 직관적으로 자신들이 대시보드 왼쪽 끝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대화 레벨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대시보드를 활용할 수 있겠다. 

▶ 그렇다. 그러려면 대시보드의 오른쪽으로 이동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몇 년 전 나는 한 미술관을 컨설팅하면서 대시보드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 이 미술관 큐레이터 18명은 자신들의 주요 작품을 미술관 메인 홀에 내놓기를 두려워했다. 자신들의 최고 작품을 빼앗기는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큐레이터들은 뇌 속 편도체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돼 있었다. 나는 이들이 대시보드 오른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서로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대화의 기회를 열었다. 그 결과 서로가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서로에게 연대감을 느끼게 됐다. 점점 이들의 대화는 대시보드의 오른쪽, 레벨3로 향상됐다. 

■ Who she is… 

주디스 E 글레이저(Judith E Glaser)는 세계적인 리더십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다. 컨설팅 회사인 벤치마크 커뮤니케이션즈와 크리에이팅위연구소(Creating We Institute)를 설립해 각각 CEO와 회장을 맡고 있다. 글레이저는 뇌과학에 기반한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대화지능(Conversational Intelligence), 크리에이팅위(Creating We)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썼다. 

[김인수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345810


Posted by insighta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