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덮친 거대한 파도…핀테크로 거듭나든지 서서히 죽든지

송금수수료 10분의 1로 줄고 거액대출 10분만에 ‘척척’


◆ 글로벌 핀테크 전쟁 ① 핀테크가 바꾸는 '금융패러다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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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그레이트 길퍼드 거리에 있는 개인 대 개인(P2P) 온라인 대출업체 ‘레이트세터’. 리디언 루이스 레이트세터 대표(CEO)는 지난달 런던 본사에서 매일경제 기자와 만나자마자 “그동안 은행이 너무 오만했다”고 일갈했다. 레이트세터처럼 쉽고 간단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와 은행이 외면받고 있다는 뜻이다. 레이트세터는 대출 심사 때 까다롭게 구는 은행에 신물 난 영국 서민 입장에선 천국 같은 곳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받은 돈을 모아 인터넷으로 대출을 신청한 개인에게 꿔주는 게 이 회사의 사업구조다. 루이스 CEO는 “2만5000파운드(약 4300만원)까지는 10분이면 대출 처리가 끝난다”며 “많게는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은행에 비해 훨씬 빠르고 간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 시티지역 소재 온라인 송금 전문업체 큐런시클라우드는 싼 수수료를 무기로 상인들에게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은행에서 다른 나라로 돈을 보내려면 거래액의 1~2%에 달하는 고액 수수료를 내야 한다. 큐런시클라우드는 10분의 1 수준인 0.1~0.25%만 받는다. 1억원을 송금할 때 수수료로 90만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이 회사 마이클 라벤 CEO는 “고액의 송금수수료가 부담스러운 중소기업과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싼 수수료 맛을 본 중소 상인들이 몰려 한 달에 7억달러(약 7700억원) 가까운 돈이 큐런시클라우드에서 거래된다. 

이처럼 금융소비자가 은행 대신에 톡톡 튀는 서비스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이미 몇몇 핀테크 기업은 은행 못지않게 덩치를 불리며 금융사 반열에 올라섰다. 

미국 최대 P2P 대출업체 ‘렌딩클럽’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시가총액만 한국 기준으로 10조원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상장한 ‘온덱’ 도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주가가 40% 넘게 뛰었다. 모바일로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알선하는 사업 모델로 인기몰이다. 

이미 이들 업체는 은행 못지않은 리스크 관리능력을 갖췄다. 레이트세터 대출사고율은 1%를 밑돌아 영국 은행과 별 차이가 없다. 비결은 빅데이터 분석이다. 대출자 신용을 비롯한 여러 가지 개인정보를 취합해 빅데이터로 돌려보면 은행보다 훨씬 정밀한 심사를 할 수 있다. 2010년 설립 이후 4년여간 기업 2만여 곳과 개인 6만여 명이 여기서 돈을 융통했지만 큰 사고 한번 없었다. 

함유근 건국대 교수는 “신용을 심사하는 수단이 한정된 서류에서 인터넷에 퍼져 있는 빅데이터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 데이터 간 인과관계를 분석해 기존 은행보다 훨씬 폭넓게 신용을 추측해 정확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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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레이트세터 본사에서 리디언 루이스 CEO가 스마트폰으로 개인대개인(P2P) 대출 시범을 보이고 있다. [홍장원 기자]

P2P 대출뿐 아니라 수표거래에도 핀테크는 적용된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개인 간 수표를 주고받을 수 있다. 휴대폰 문자로 받은 모바일 수표를 들고 집 근처 현금자동인출기(ATM))에 들러 비밀코드 9자리를 누르면 곧바로 현금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은행은 막강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결제·대출·송금을 비롯한 금융업 모든 서비스를 독점해왔다. 하지만 핀테크 기업의 거센 공습에 ‘핀테크 기업으로 변신하거나 혹은 서서히 죽거나’ 양자택일을 해야 할 기로에 섰다. 

이런 변화는 미국·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케냐 모바일 기업 엠페사(M-Pesa)는 휴대폰 문자 기반 뱅킹 서비스로 사실상 은행 노릇을 하고 있다. 휴대폰으로 돈을 보내고 결제를 하는 서비스다. 나이로비 시내 허름한 포장마차까지 엠페사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금융과 IT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합종연횡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 은행 BBVA는 지난 2월 미국 온라인 은행 ‘심플’을 1억2000만달러에 사들였다. 10월에는 미국 지급결제 스타트업 드올라와 제휴를 맺었다. 12월에는 스페인 빅데이터 스타트업 마디바솔루션스를 인수했다. 

영국 바클레이스는 지난 6월부터 핀테크 스타트업 10곳을 뽑아 13주 동안 집중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은행과 IT기업 실무진이 직접 만나 가려운 부분을 찾아 힘을 합치자는 의도다. 이에 반해 아직 한국은 핀테크 인수·합병(M&A) 무풍지대다. 

[특별취재팀 : 런던·파리·바르샤바 = 홍장원 기자 / 베이징 = 김대기 기자 / 홍콩 = 윤재언 기자 / 새너제이 = 김효성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583035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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