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마케팅 강자 신한카드 서울대와 손잡고 대학생 교육도

생활 속에서도 활용법 무궁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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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전자 국내 영업담당인 김 모 과장에게 새로 나온 노트북 판매 촉진 방안을 내놓으라는 회사의 특명이 떨어졌다. 

김 과장은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우선 하이마트 등 주요 유통점포와 연계해 공동 이벤트를 벌이는 걸 생각해볼 수 있다. 혹은 판촉물을 제작해 불특정 다수 매장에 돌리거나 억단위 마케팅 비용을 들여 광고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속도보다 중요한 게 방향이다. 누가 노트북 구매에 관심이 많은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먼저다. 지난달 24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SAM(Shinhancard bigdata Academic Mentoring) 2014’ 행사는 이런 상황에 빠졌을 때 어떻게 큰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족집게 강의였다. 이 행사는 신한카드가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들과 함께 대학생 100명을 상대로 ‘생활 속의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려주는 자리였다. 빅데이터 시대 준비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신한카드 고민이 담긴 자리였다. 

이번 강의를 사례를 들어 살펴보자. 이번 프로그램에 참석한 학생들은 축적된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령·소득별 소비구조와 지역상권을 분석했다. 대치동이나 목동을 비롯한 학구열이 높은 지역 30·40대 부모가 교육용으로 활용 가능한 IT기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독 이 동네에만 가면 인터넷 강의 용도로 쓰일 만한 태블릿PC를 비롯한 IT제품 결제 수치가 확연히 높은 게 눈에 보였다. 신한카드 빅데이터가 내놓은 최적의 조언이 “목동과 대치동을 공략할 만한 마케팅 전략을 연구해라”인 셈이다. 똑같은 노력을 들인다고 가정할 때 다른 곳보다 목동과 대치동 노트북 판매량을 훨씬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빅데이터 솔루션은 카드 결제를 받는 모든 영역에 걸쳐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매출이 부진한 커피숍을 상대로 신한카드가 매출 분석을 해주고 30·40대 주부들이 오전 10시~11시 20분에 집중적으로 오는 경향이 있으니 이때 프로모션을 진행해 매출을 바짝 올리라는 조언을 해주는 식이다. 주부를 상대로 원플러스원 마케팅을 하거나 할인 쿠폰을 주고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 

SAM 2014는 이같이 살아 있는 빅데이터 마케팅 사례를 여럿 접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강연 내용을 토대로 빅데이터 마케팅 인사이트를 5가지로 정리해 추려봤다. 신한카드가 업무에서 실제 쓰고 있는 사례가 두루 담겼다. 

① 직감·예측을 과학으로 만들라…18개 群으로 나눠 타깃 마케팅 

신한카드가 만든 빅데이터 기반 소비 분류방식 ‘코드나인(Code9)’을 들여다보면 “모든 것을 데이터로 만들자”는 신한카드의 고집이 묻어난다. 코드나인은 남자·여자를 각각 9개 그룹으로 묶어 소비자를 성향에 따라 총 18개군으로 나눠서 분류한 신한카드 고유 빅데이터 결과물이다. 

이를 위해 클러스터링(clustering) 기술이 널리 쓰였다. 클러스터링 분석은 다양한 대상을 작은 군집으로 나누고, 같은 집단에 속한 군집이 다른 집단보다 더 유사하다는 걸 보여주는 분류기법이다. 데이터를 수천 가지 그룹에 할당해 분류기준을 조금씩 달리하면서 더 이상 유사한 군집을 뽑아낼 수 없을 때까지 수만 번 반복작업을 하는 식이다. 이렇게 나온 18개 군집은 고도로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같은 군집을 상대로 타깃마케팅을 하면 거의 예외 없이 먹혀든다. ‘세련된 30대 강남 주부들이 새로나온 격자 무늬 머플러를 좋아할 거야’라는 직감과 예측을 정밀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 바꿨다는 얘기다. 

② 데이터 기반으로 문제 풀어라…마케팅 효과 실시간으로 파악 

신한카드는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을 어떻게 하면 잘 쓸지를 연구했다. 결론은 역시 빅데이터였다. 신한카드가 진행한 A홈쇼핑 마케팅 분석 시뮬레이션을 살펴보자. 먼저 빅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연간 매출에 미치는 변수들을 찾았다. 이걸 수년간 쌓인 실제 매출 데이터와 비교해 모형의 정확도를 높였다. 특정 마케팅에 돈 1억원을 들이면 매출이 얼마나 늘어날지를 케이스별로 꼼꼼히 살필 수 있게 됐다. 돌발적인 상황을 최소화하고 어디에 화력을 집중할지 결정할 수 있다. 이른바 실시간 마케팅 최적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카드해약 방지 시스템도 같은 맥락이다. 신한카드는 정교한 고객 이탈 예측모형을 개발했다. 카드 이용 패턴과 홈페이지 민원, 고객 상담과정의 불만 홈페이지 접속이력 등을 통해 이탈 예상고객을 감지하고 사전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 결과 빅데이터 이탈 방지모형 도입 전과 비교해 이탈률이 22.4%포인트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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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열린 ‘SAM 2014’ 에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신한카드]

③ 감정도 데이터로 들여다봐라…해외직구족 열광 카드 만들어 

SAM2014에서 강연자로 나선 정교민 서울대 교수는 ‘감성분석을 통한 SNS 분석기법과 루머분류에의 응용’이란 주제강연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떠도는 얘기가 진실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솔루션을 소개했다. 

신한카드는 이미 이 같은 솔루션을 응용해 빅데이터 기반 감성(Sentimental) 분석을 하고 있다. 특정 이슈에 대응하는 소비자 반응을 블로그나 SNS에 올라온 텍스트를 기반으로 숨은 감정까지 데이터화하는 작업이다.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느낌뿐 아니라 그 강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해외 직구 관련 61만건의 SNS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어떻게 직구족을 겨냥해 신상품을 출시할지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이렇게 나온 카드가 ‘신한 스마트 글로벌 카드’다. 

해외신판에 대해 2%를 할인해주고, 배송비를 깎아주고, 고장수리 보험까지 들어주면서 직구족이 가장 열광하는 카드로 자리매김했다. 

④ 데이터를 시각화해 보여줘라…무슨 옷 입을지 알아서 골라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데이터에서 의미를 추출하더라도 보는 사람이 알기 쉽게 쓰여 있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에 불과하다. 데이터에 의미와 통찰력을 부여하는 ‘센스메이킹(Sensemaking)’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빅데이터 센스메이킹은 신한카드와 LF(옛 LG패션)가 공동으로 진행한 ‘코드나인 런웨이’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LF 온라인몰에 가면 ‘코드나인 전용관’이란 게 있다. 디자이너를 비롯한 패션 전문가가 코드나인이 분석한 18개 소비성향에 맞춰 맞춤 코디한 스타일을 제안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카드 결제 데이터로 추산한 개개인의 옷 취향을 ‘맞춤형 코디’라는 시각화 작업으로 눈앞에서 보여줄 계획도 세우고 있다. 

소비자도 모르는 소비자 속마음을 눈앞에 펼쳐진 옷 리스트로 보여줄 수 있다는 얘기다. 무슨 옷을 골라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40대 남성을 빅데이터가 멋쟁이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⑤ 빅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라…유행할 트렌드 미리 알 수 있어 

신한카드는 빅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신한카드 회원 의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구매단가, 구매횟수 등 소비패턴을 조합하면 시즌별로 의류 구매 트렌드를 미리 들여다볼 수 있다. 이걸 제휴사인 LF 패션 전문가와 합작해 LF 신제품 개발 과정에 써먹을 수 있다. 빅데이터로 뭐가 유행할지 트렌드를 짚어보고 선제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LG전자와도 협력 작업을 하고 있다. LG전자의 ‘톤플러스’라는 제품을 예로 들어보자. 목걸이 형태 블루투스 헤드셋이다. 직장인들이 드레스셔츠 칼라 안쪽으로 걸고 다니기 편리한 제품이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멋내기 좋아하는 사회 초년생의 이목을 끌기에 딱이다. 

신한카드는 젊은 층이 주로 분포한 코드나인 ‘루키’군을 상대로 이 제품을 집중 세일즈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일반 타깃마케팅 대비 2~5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홍장원 기자 / 김제림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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