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발표·토론수업때 쩐다·케바케·흑역사 등 은어·비속어 버젓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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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 26일 모 사립대 사범대학 교육행정 수업시간. "A정책의 결과가 좋지 못해 교육정책 분야에서 정책 흑역사가 되고 말았습니다"라고 한 학생이 발표했다. 담당 교수가 "흑역사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발표 중이던 학생은 머뭇거렸다. 흑역사는 일본 애니메이션 '턴에이 건담'에서 처음 비롯된 말로 굳이 표현하자면 '잊고 싶은 과거'라는 뜻이다. 

# 2. 모 사립대 재학생 정아름 씨(가명·23)는 이틀 전 학생 3명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주제로 조별과제를 만들다 한바탕 소동을 빚었다. 발표자료를 만들기로 한 조원이 최종적으로 완성한 자료에 비속어가 난무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이 조원들에게 건넨 자료에는 '정책이 집적거리다' '씹는다' 등 황당한 표현이 가득했다. 정씨는 "이게 최종안이 맞는지 의심했다"며 "수정하지 않았다면 망신당할 뻔했다"며 한숨지었다. 

새학기가 시작된 대학교 발표·토론 수업에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만연하던 은어와 비속어가 난무하고 있다. 일부 학생의 '국어 파괴'는 심각한 수준으로 "대학 신입생들에게 글쓰기를 다시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글쓰기와 읽기'라는 교양수업을 강의하는 한 교수는 최근 몇몇 학생 보고서를 읽고 황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알바(아르바이트를 줄인 말)' '쩐다(뉘앙스에 따라 '지독하다'거나 '잘한다'로 사용되는 신조어)' '관종(관심 종자의 줄인 말)' 등 적절하지 않은 단어를 상당수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신입생들 첫 글쓰기 과제를 받아보면 참담한 심경"이라며 "초·중·고등학교 때 국어교육을 어떻게 받은 건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대학 울타리를 넘어 직장으로 눈길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지난 25일 오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회사 신입에게 초안 메일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초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된 보고서에는 'ㅈㄱㄴ'이라는 자음만 적혀 있었다. 'ㅈㄱㄴ'은 '제목이 곧 내용'을 줄인 말로 '제곧내' 초성만 딴 인터넷 용어다. 이 글이 올라오자 '상사로서 격식 없는 이런 보고서를 받으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 '기본적인 언어교육은 받은 신입인지 의문이다' '무례함이 지나치다' 는 지적이 빗발쳤다. 

[김시균 기자 / 박윤예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30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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