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난 그늘…범죄 사각지대 ‘셰어하우스’

돈아끼려는 女 노린 성폭행사건 잇달아
집주인 동의없는 계약, 보증금 떼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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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30대 남성 3명에게서 ‘남는 방이 하나 있으니 같이 들어와 살겠느냐’는 연락이 왔는데 두려움부터 앞섰습니다.” 지난 10일 대학생 김 모씨(25·여)는 하우스메이트 구인 사이트에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월 10만원 선에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방을 하나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충격을 받았다. 매달 45만원씩 들어가는 방세를 아끼기 위해 하우스메이트를 생각했다가 성적 의도가 개입된 남성들에게 놀아난 듯한 불쾌감을 쉽사리 지울 수 없었다. 

전·월세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주거비 부담을 줄여 보려는 취지에서 등장한 셰어하우스가 ‘범죄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동거인이 절도를 하거나 집주인 동의 없이 세입자가 임의로 재임대를 해서 보증금을 떼이는 사례도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범죄도 빈발하고 있다. 

하우스메이트는 셰어하우스에 거주하지만 각기 다른 방을 쓰는 사람을 말한다. 아파트, 오피스텔 등에 이미 살고 있는 세입자가 쓰지 않는 방을 기존 월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사이트에 올리면 개별적으로 연락해 하우스메이트로 들어오는 식이다. 하우스메이트 사이트에서 값싼 방을 구하는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사실상 동거’를 원하는 남성들의 검은 손길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성관계는 없으니 안심하라”며 여성을 집으로 유인한 뒤 성폭행을 저지르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하우스메이트로 지내던 신 모씨(29·여)를 성폭행한 혐의로 염 모씨(30)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2012년 10월에는 하우스메이트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강간치상죄가 적용돼 징역형이 내려졌다. 송기열 강동경찰서 경장은 “아무래도 동거인 모집 사이트가 등장한 게 오래되지 않아 이와 관련한 범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야 인지할 수 있어 적발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인터넷 포털에서 하우스메이트를 검색하면 30여 개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한다. 5년 전에 등장한 모 사이트는 회원이 이미 7만명에 육박했다. 이들 사이트에는 대놓고 성적인 만남을 원한다는 글도 실시간으로 올라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4일 한 하우스메이트 사이트에는 “올해 37세, 169㎝, 57㎏의 잘생긴 남자”라며 “술 적당히 마시는 분으로 하우스메이트를 구한다”는 글이 등록됐다. 해당 남성은 “생활비는 10만원만 내면 되고 ‘성적인 것을 어느 정도 생각하는’ 여자 분이었으면 한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다른 하우스메이트 사이트에 “집세는 10만원이면 되고 공과금은 받지 않으니 같이 지낼 여성 하우스메이트를 찾는다”는 글을 올린 서울 강북구의 박 모씨(37)는 굳이 여성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그냥 혼자 지내는 게 쓸쓸하고 외로워서 그러니 이해해 달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에 대해 모 하우스메이트 사이트 관계자는 “남성이 여성 하우스메이트를 찾는 건 같은 방을 쓰는 관계가 아닌 한 집에서 각각 다른 방을 이용하는 목적”이라며 “같이 한 방을 쓰는 룸메이트를 구하면 강제 탈퇴 및 아이피 접근 제한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우스메이트를 노린 부동산 사기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집주인 동의 없이 세입자가 임의로 재임대 계약을 하면 보증금을 떼여도 돌려받기 어렵다. 지난 7월 관악구에서 하우스메이트를 구했다는 김성익 씨(가명)는 집주인 동의 없이 전전세로 들어갔다가 상의 없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한밤중에 쫓겨났다. 그는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지금도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고 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월세난이 심각해지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지금처럼 방을 얻기 힘들고, 얻어도 임차료가 비싼 틈을 비집고 틈새시장이 생겨 이런 종류의 공급과 수요가 생기는 것 같다”고 염려했다. 

[김시균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2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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