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김밥 장수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에서 김밥을 판다. 1줄에 2000원. 출근하는 직장인을 상대로 하루에 30~40줄 정도를 판다. 오전 9시를 넘겨서야 가지고 나온 김밥을 모두 팔고 집으로 돌아간다.
김밥 장사는 그녀가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4년째 평일 아침마다 김밥 장사를 하다 보니 단골도 꽤 생기고 어색함도 사라졌다.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에는 노량진의 한 음악학원에서 드럼을 가르친다. 다른 날은 곡 작업도 하고, 연습, 공연도 한다. 창작과 연습이 뮤지션에게는 물과 공기 같은 것이다. 그래서 돈은 안 되지만 김밥 장사를 택했다. 김밥 팔고, 레슨 하고, 무대에 서도 그녀가 버는 돈은 월 100만원 안팎이다.
중학교 시절, 가난한 형편 탓에 악기를 사지 않고 음악을 배울 수 있어서 선택한 것이 드럼이었다.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1학년 때, 호기심과 설렘을 가득 안고 세션으로 참여해 처음 홍대 무대에 섰다. 행복했다. 졸업할 무렵엔 뮤지션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기대와는 달리 뮤지션은 고달팠다. 그냥 고달픈 정도가 아니라 빈곤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다. 먹고살기 위해선 음악만 할 수는 없었고, 틈틈이 식당과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수입은 늘 최저임금에도 못 미쳤다.
홍대 무대에 첫발을 디딘 지 10년이 지났다. 올해 서른.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도 받았다. 홍대 뒷골목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좌절하고 많이 울기도 했다. 그녀의 꿈은 거창하지 않다. ‘대박’이 아니라 창작과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면 된다. 승자독식의 대중음악 시장에서 쉽지 않다. 다양성을 인정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무대 위의 한 시간만 눈부시게 밝고, 무대 아래의 하루 한달 일년이 캄캄해서는 안 된다. 삶도 음악이어야 한다.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192057355&code=2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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