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자매장 점령한 日 덤핑제품…삼성·LG `울며 겨자먹기` 가격인하

후발주자 中업체도 덩달아 할인…파격적 세일에 해외직구족 ‘솔깃’


◆ 엔저 일본산 덤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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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주 세코커스 베스트바이 전자제품 매장에서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2주 앞둔 지난 15일 도시바 삼성전자 등이 TV 할인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 박봉권 특파원]

지난 주말 찾은 뉴저지주 세코커스 베스트바이 전자제품 매장. 

소니 65인치 LED 3D UHD(초고화질) TV 앞에 원래 가격은 2799달러인데 800달러를 할인해 1999달러에 판매한다는 가격표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TV 등 홈시어터 관련 제품을 799달러 이상 구매할 경우, 24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소니 샤프 도시바 등 일본 가전제품 앞에는 이처럼 예외 없이 가격 할인·무이자 할부 판매를 광고하는 포스터가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매장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리키 씨는 “엔저로 가격 할인 등 인센티브 제공 여력이 커진 덕분인지 3주 전부터 일본 전자업체들이 무이자 할부 판매를 대대적으로 시작했다”며 “다른 나라 가전제품 메이커들도 따라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인 PC리처드 파라무스 매장의 크레이그 루퍼트 매니저는 “고객들이 엔저와 같은 환율 이슈는 잘 모른다”면서도“프리미엄 제품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엔저 추세가 계속될 경우, 그만큼 일본 업체들의 가격 할인 여력이 더 커질 것이고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값이 더 싼 일본 전자제품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엔저를 호기로 삼아 일본 전자업체들이 그동안 잃었던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마케팅도 좀 더 공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달 말 시작되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시즌을 앞두고 한·일 TV업체들의 가격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TV업계에 따르면 베스트바이 시어즈 등 미국 주요 가전 양판점에서 TV 메이커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하하며 손님맞이에 나섰다. 올해는 특히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이 기존 재고 물량을 떨어내는 한편, 엔화 약세를 이용해 덤핑공세에 가까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때 TV업계를 석권했던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은 이번 기회에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일본 소니의 55인치 UHD TV를 1500달러 할인된 1499달러에 팔기로 했다. 2999달러에서 최근 40% 할인한 1799달러로 내렸다가 추가로 할인폭을 키운 것이다. 파나소닉은 50인치 풀HD TV를 199달러까지 내렸다. 소니의 32인치 풀HD TV는 60달러 할인한 189달러에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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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TV업체의 가격경쟁이 본격화하자 중국 업체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업체들이 엔저의 덕을 보고 가격을 내릴 수 있었다면 중국은 생산원가 자체가 낮아 경쟁력이 있다. 

중국 하이센스는 미국의 대형 유통매장인 시어즈에서 65인치 UHD TV를 1299달러에 팔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 시작되면 10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과 일본 TV업체의 가격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미국의 대형 쇼핑몰은 과거에 미국 중저가 TV 브랜드인 비지오로 승부를 걸었으나 이번 시즌에는 비지오와 더불어 하이센스를 대표 주자로 내세웠다. 삼성·LG·소니 중심인 베스트바이도 하이센스의 중대형 HD TV를 대거 전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하이센스는 가격 인하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짙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경우 북미 시장에서 당장 이익을 내겠다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면서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가격을 내리고 보는 ‘출혈경쟁’도 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센스 외에도 하이얼 창훙 콩카 등이 조심스럽게 북미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미 평판TV 시장에서 절대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아성이 위협받자 두 업체도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베스트바이에서 55인치 UHD TV 가격을 900달러 할인된 1299달러로 내렸다. LG전자는 500달러 할인해 1299달러로 맞췄다. 삼성전자는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한정 수량으로 899달러까지 내릴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 2분기 북미 평판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31.8%로 1위를 유지했다. 2위는 LG전자로, 시장 점유율 16.5%를 기록해 한국 기업이 북미 평판TV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소니는 시장 점유율이 8.5%에 불과했지만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기간을 기점으로 점유율이 대폭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일 TV업체들의 가격경쟁은 미국 현지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국내 직구족에게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배송비와 세금 등을 떼고도 한국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해외에서 구입한 제품의 경우 AS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최근 해외 직구가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외 직구 TV에 대해서도 1년간 AS를 보장한다. 

TV뿐만 아니라 미국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6도 할인에 들어갔다. 월마트 계열인 샘스클럽에 따르면 아이폰6는 2년 약정 기준으로 16기가 99달러, 64기가 199달러, 128기가 299달러에 판매된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추석인 추수감사절 다음 날로 28일이다. 이날에는 백화점 양판점 등에서 30~40%는 기본이고 반값, 반의 반값 등 큰 폭의 세일이 진행된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서울 = 이진명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3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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