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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웃돈 것은 단연 대기업 설비투자의 힘이다. 엔화값 약세로 수혜를 입은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설비투자로 경기를 끌어올리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발표한 GDP 성장률 개정치에서 설비투자 증가율은 2.7%에 달했다. 앞서 재무성이 별도로 집계한 올해 1분기 기업 설비투자 증가율도 7.3%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개선됐다. 

대기업 설비투자 증가는 엔저로 인해 수익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2014년도(올해 3월 말 결산) 상장기업 가운데 약 30%가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달러당 엔화값은 125엔 중반으로 내려앉았고, 연내에 13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에 상응한 설비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5년도에도 제조업(17.3%)과 비제조업(2%) 모두 전년보다 설비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후 초엔고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을 끝내고 전열을 정비한 일본 기업들이 성장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히타치(9100억엔) 소니(4300억엔) 파나소닉(2850억엔) 등 전기전자 기업들도 올해 대대적인 투자 재개에 나섰다. 

여기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보고 투자 확대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지난 2일 일본 재계대표단체인 게이단렌 정기총회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기업 수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민간 부문 투자가 저조하다"며 투자 독려에 나서기도 했다. 

1~3월 GDP 통계에서 개인소비는 0.4% 증가로 속보치와 별 차이 없었다. 작년 4월 소비세율 인상 이후 타격을 받은 소비가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지만 향후 개선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소비를 자극하고 있는 요인은 꾸준히 늘고 있는 방일 관광객이다. 이날 발표한 4월 경상수지 중 여행지는 1334억엔 흑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55년 만에 흑자로 전환한 여행수지가 엔저에다 비자 완화, 면세품 확대 등 관광객 유치 전략과 맞물린 관광객 급증으로 흑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내국인 소비 부진을 외국 관광객들이 일정 부분 만회하면서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기업의 설비투자 가운데 물류센터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향후 내수 소비 증가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대기업들이 설비투자와 함께 임금과 보너스 인상에 나서고 있어 소비를 자극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이단렌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에 동참하면서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춘투에서 2년 연속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아베 정부는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엔저로 돈을 번 상장기업들에 투자를 하든지, 임금을 올리든지, 주주에 환원을 하든지 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주주 환원정책은 주가를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부의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 역시 소비를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1~3월 GDP 성장률 가운데 민간재고 기여도가 0.6%로 높은 편인 데다 성장률 자체도 예상을 크게 웃돌아 4~6월에는 성장률이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간재고가 높아지면 당장 성장률을 견인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향후 성장률 하락의 요인이 된다. 일본경제연구센터가 경제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4~6월 예상 성장률은 1.7%(연율 기준)로 나타났다.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상은 이날 "개선되고 있는 성장 트렌드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550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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