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극적타결

63조 국영자산 매각조건…부채 상환시 재투자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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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긴축과 긴축반대로 팽팽히 맞섰던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이 절충점을 찾으면서 국제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내몰았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위기가 일단 봉합됐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정상들이 이날 합의에 도달한 것은 '그렉시트'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가기보다는 그리스를 유로존에 남겨두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해외 언론들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원칙전술'이 그리스의 '변칙전술'을 이겼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그리스 지원 여부를 둘러싸고 확인된 유로존 내 균열이 상당한 여진을 남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합의안의 요지는 일단 국가부도 상황인 그리스의 '급한 불'을 임시 대출인 브리지론으로 막아주고 채무경감을 포함한 새 구제금융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그리스는 연금삭감 등 뼈를 깎는 추가구조조정과 함께 국영자산을 담보로 채권단에 제공한 후 순차적 매각을 이행해야 한다.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연체한 15억유로를 포함해 이달 안에 국제통화기금(IMF)에 20억유로를 갚아야 한다. 20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에 35억유로를 상환하는 등 만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런 부채들은 일단 120억유로에 달하는 브리지론으로 변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돈은 새 구제금융이 시작되면 곧바로 갚아야 할 돈이다. 그리스는 이 대가로 연금을 대폭 삭감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해야 한다. 법인세는 26%에서 28%로 올리고 음식점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13%에서 23%로 대폭 인상키로 했다. 섬지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30% 인하 혜택도 폐지해야 한다. 전력사업 국가소유 공기업은 매각할 계획이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조치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 밖에 채권단은 그리스 행정부에 정치권 개입을 배제하는 조치를 20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또 시리자 정부가 집권 후 도입한 법안 중 긴축 정책 약속에 어긋나는 법안들은 수정을 전제로 재검토하도록 하는 등 그리스에 '굴욕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채권단은 이번엔 예전 구제금융과 달리 그리스가 상환하는 돈 일부를 그리스 재성장에 투자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유로존 정상들은 독일이 제안한 500억유로(약63조원) 규모의 국유자산을 국외에 설립된 펀드에 편입해 이를 부채를 상환하는 데 활용하라는 방안을 수정했다. 합의문은 500억유로 규모를 펀드에 편입하되 250억유로는 은행의 자본확충에 쓰도록 했으며 125억유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감소에, 나머지 125억유로는 투자에 활용하도록 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부채를 상환하거나 GDP를 늘리는 방안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두 가지 용도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이 펀드를 국외에 설립된 펀드로 운용하라고 주문했지만 합의문은 그리스에 설립하고 유럽연합(EU) 채권단의 감시 아래 그리스 정부가 운용하도록 했다. 이 같은 벼랑 끝 협상 유도에는 메르켈 독일 총리의 강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그는 "그리스가 양보할 만큼 양보했으니 이제 물러서라"고 연일 설득하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타결 종용에서 아랑곳없이 "긴축타결이 먼저, 채무조정은 나중"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여론이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쪽으로 기우는 듯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리한 쪽은 그리스였다. 지난 12일 유로존 정상회의장에 들어가면서도 "반드시 타결된다는 기대는 말라"며 잘라 말했다. 결국 궁지에 몰린 치프라스 총리는 '백기'를 들었다. 

그는 '유로화가 실패하면 유럽이 실패한다'는 자신의 신념도 지키면서 잘못된 '도덕적 해이'를 반복시킬 실패 사례를 방지하는 데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지용 기자 / 이덕주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670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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