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6개국과 핵협상 13년만에 타결

탄도미사일 8년 금수…합의 불이행땐 무효화
美공화당 "역사적 실수"…의회 통과 쉽지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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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협상 타결 주인공이자 최대 수혜국은 단연 미국과 이란이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 핵무기 보유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란에 대해 핵주권을 부분적으로 인정해 주기는 했으나 중동 맹주인 이란이 본격적으로 핵 보유국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막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이후 줄곧 추진했던 중동 정책에 대해 성공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1979년 이슬람 혁명과 테헤란 미국대사관 점거 사건 이후 국교가 단절됐던 이란과 36년 만에 '화해'하는 전기를 마련함으로써 쿠바와 국교를 정상화한 데 이어 또 하나 외교적 성과물을 챙기게 됐다. 시종일관 협상을 주도하면서 여타 당사국인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 대해 미국 영향력을 재확인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합의안 서명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외교가 의미 있고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이번 협상은 미국 리더십의 전통과 궤를 같이한다"고 자평했다. 

이란 역시 상당한 실리를 챙겼다. 이번 합의를 통해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면서 석유 수출 등을 통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국가 발전과 국민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각종 경제 제재에서 벗어남으로써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협상 타결 직후 "윈윈 해법으로 희망의 장을 열었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종 쟁점이었던 군사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과 핵 연구개발 제한에 이란이 끝까지 반발한 것 역시 핵 개발에 대한 미련보다는 경제 제재 해제 시기를 앞당기고 해제의 폭을 최대한 늘리려는 의도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이란 핵 협상 타결로 글로벌 원유시장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이 보유한 막대한 원유 재고가 풀리면 유가 하락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 인구 8000만명인 이란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나라도 적지 않다. 한국으로서도 '제2 중동붐' 기대가 크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로 중단됐던 각종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란 건설·플랜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최고 600억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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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핵 협상하는 데 대해 반대해 온 미국 전통 우방인 이스라엘과 관계 설정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자 즉각 "역사적 실수"라며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핵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예루살렘에서 네덜란드 외무장관과 회담을 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이 핵무기로 향하는 길을 인정받게 됐다"며 "이는 이란이 중동과 세계에서 침략과 테러를 계속 추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어렵사리 얻어낸 이란 핵 협상 결과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 승인이라는 마지막 고비를 남겨놓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애초부터 이란과 핵 협상하는 데 대해 부정적이었던 만큼 소속 상원의원 전원이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친이스라엘 성향 상원의원 14명이 반대 의견을 분명히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 반대에 더해 민주당 의원 14명이 반대한다면 합의안은 부결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설득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의회 승인을 얻어낸다면 '오바마 케어'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 등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정치력이 다시 한 번 부각될 수 있다. 반면 부결된다면 임기 1년여를 앞두고 50% 지지율을 유지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질 염려도 있다. 

한편 이란 핵 협상 타결 소식에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오후 6시 15분 현재(한국시간) 전날보다 1.68% 내린 배럴당 56.92달러에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2.07% 급락한 배럴당 51.12달러를 찍었다. 같은 날 이란 증시는 소폭 올랐다. 테헤란 유가증권거래시장(TEDPIX) 주가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 오른 채 마감했다. 정유주는 3% 이상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이유섭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67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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