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세계/경제] `유동성 덫` 걸린 유럽…금리 낮춰도 기업들 "돈 말랐어요"
Insights & Trends/Environmental/Global 2014. 10. 2. 08:28투자 14% 줄고 정치도 `발목`…러시아제재 겹쳐 디플레 심화
IMF "선진국 수요부진 장기화"
◆ 수렁에 빠진 유럽경제 르포 (上) ◆
지난달 18일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위치한 케이블ㆍ파이프 제조업체 하우프테크닉. 창고 한가득 쌓인 물품 상자에는 스위스 호주 루마니아 등 행선지 주소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배송할 수 없는 지역이 하나 생겼다. 러시아다.
안드레아 폴 프로서 하우프테크닉 국외 부문 이사(헤드)는 "러시아 수출길이 막히면서 다른 동유럽 국가나 중국 등지로 물량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경제 제재를 단행하면서 독일 경제도 역풍을 맞은 셈이다.
수출 위축에 이어 유로존에는 고실업에 디플레이션 염려마저 감돌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8월 유로존 실업률은 11.5%로 높은 상태를 유지했다.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0.3%로 지난달 0.4%보다도 하락했다. 5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잖아도 최악이던 유럽 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이뤄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유럽 경제가 침체에 빠진 것은 구조 개혁이 더딘 탓도 크다. 2011년 재정위기 이후 유럽 국가들은 재정 긴축과 함께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부터 네 차례나 기준금리를 낮추며 이를 지원했다.
그러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는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유럽 경제의 심장인 독일도 지난 2분기 경제 성장률 -0.2%를 기록하면서 유럽이 일본과 같은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ECB가 돈을 푸는 데도 불구하고 유럽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고 치솟는 실업률에 허덕이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투자 부진이다. 마르첼 프라츠셔 독일경제연구소(DIW) 소장은 "금융위기 이후 유럽 국가에서 고정자본 투자는 이전보다 14% 줄었다"며 "금리가 낮아지고 있음에도 기업은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금리를 낮춰도 돈이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본시장을 통해 중소기업에 자금이 흘러들어갔지만 유럽에서는 중소기업이 대출을 의존하고 있는 은행이 대출을 늘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채에 투자하면서 유럽 국가들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로 낮아졌다. 사무실 임대사업을 하는 후안 라몬 고메스 씨는 "에어컨을 설치하기 위해 3000유로(약 400만원)를 대출받으려고 은행을 네 곳이나 찾았지만 한 곳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했다"면서 "은행들은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할 것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 문제도 유럽 경제 발목을 번번이 잡고 있다. 경제 개혁을 추진 중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자신이 속한 집권여당의 강력한 반대에 맞서고 있다. 경제개혁 정책이 노동유연성을 높이고 재정건전성을 위해 복지를 축소하는 등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 등 선진국들이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는 11~12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연례총회를 앞두고 지난달 30일 내놓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 경제가 영구적인 총수요 부진에 빠질 상황에 처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나서야 할 적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IMF는 "통화 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저인플레이션과 (가동되지 않는 잉여 생산력으로)유휴 경제력이 상당한 유로존 지역에 꼭 필요한 정책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2일(현지시간)에는 ECB 통화정책회의가 열리고 추가 자산 매입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공개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럽 국가들에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통화정책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바덴뷔르템베르크(독일) = 서유진 기자 / 룩셈부르크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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