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루블폭락·서방제재…트리플 악재에 러 디폴트 경고음

내년 성장률 전망 1.2%에서 -0.8%로
남부가스관 포기NYT “푸틴 완패

 

국제 유가 하락세가 장기화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고, 국채 수익률이 폭등해 자칫 1998년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2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2%에서 -0.8%로 대폭 낮췄다. 러시아 경제부는 이날 국제 유가 하락과 서방의 경제 제재 장기화를 이유로 들면서 이 같은 수정 전망치를 발표했다.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면 러시아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다음해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경제 규모가 축소되는 것이다.

알렉세이 베데프 경제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면서 “러시아 경제는 이번 분기에 제로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후 다음 분기에 본격적으로 역성장에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의 우려처럼 루블화 가치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이날 루블화도 전날보다 3% 넘게 폭락하며 달러당 52루블 선을 돌파했다. 특히 전날인 1일에는 장중 한때 6.8% 이상 하락한 53.92루블까지 추락했다. 달러당 50루블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루블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30% 이상 하락했다.

지난 6월 이후 40% 가까운 폭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유가 하락이 러시아 경제를 옥죌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지난해 러시아 재정의 절반 이상이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충당됐다.

이처럼 러시아 경제가 추락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지도 약해질 처지에 놓였다. 러시아 당국자들도 과거처럼 서방에 대해 ‘강대강’ 전략으로 맞서기보다는 다소 누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알렉세이 메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서방에 대해 제재를 풀어달라고 대놓고 호소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유럽의 동반자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의미 없는 제재를 그만두고 우리 기업을 블랙리스트에서 해제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도 저유가와 서방 제재로 러시아가 연간 1400억달러 피해가 예상된다며 제재 수위를 낮춰줄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의 완화된 태도로 주목받는 것은 ‘남부가스관(사우스스트림)’ 프로젝트를 스스로 보류하기로 한 것이다. 남부가스관은 러시아 남부에서 흑해를 통과한 뒤 불가리아, 세르비아, 헝가리를 거쳐 오스트리아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터키를 방문한 자리에서 “(통관국인) 불가리아로부터 건설과 관련한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현 상황에서 러시아는 남부가스관 사업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방의 압박에 완패했음을 어느 정도 시인한 셈이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에게는 드문 외교적 패배이자 유럽연합(EU)과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에는 드문 승리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덕식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87290

Posted by insighta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