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인상 불발로 재정적자 눈덩이

가파른 엔저에 GDP 中 절반으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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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1일 일본의 신용등급을 기존 ‘Aa3’에서 ‘A1’으로 전격 하향조정했다. 

소비세율 인상을 연기할 경우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향후 국채금리가 오를 경우 일본의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당장 14일 중의원 총선거를 앞둔 아베 정권은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신용등급 강등의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이 제시한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과 내각부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발행한 장기채와 차입금을 합한 국가부채는 2014년 기준 무려 1142조엔(약 1경711조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31.9%로 유럽 재정위기를 촉발한 남유럽의 이탈리아(146.7%, 이하 OECD 기준)보다 높다. 부채비율 급등은 적자 예산 탓이다. 일본의 2014년도 예산안은 95조8823억엔. 이 가운데 세금으로 거둬들인 돈은 50조엔에 그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산안의 43%인 41조3000억엔을 국채 발행에 의존한다. 재정적자가 1000조엔을 훌쩍 넘다보니 올해 예산 가운데 24.3%(23조2702억엔)는 국채상환과 이자를 갚는 데 투입하고 있다. 게다가 초고령화사회 진입으로 인한 사회보장비 지출로 재정 수요는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채 발행과 관련된 부분을 뺀 일본의 기초적 재정수지(세출-세입)는 올해 약 18조엔 적자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율 인상을 통해 급한 대로 2020년까지 기초적 재정수지를 흑자로 돌려놓겠다는 중기 재정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4월 소비세율을 8%로 올린 것은 바로 이런 목표에 따른 것이었다. 소비세율을 1%포인트 올리면 약 2조5000억엔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 아베 정부는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경우 소비세율을 올려도 결국 전체 세수는 줄어들게 된다”는 논리로 소비세율 10% 인상은 연기했다. 무디스는 그러나 이로 인해 재정적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오히려 확대됐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무디스는 또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성장전략의 타이밍과 효율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국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일본 경제에 치명적이다. 일본은 그동안 막대한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국채의 90% 이상을 국내에서 소화해 웬만해선 국채 금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부채가 불어나면서 국채 수용 능력도 한계에 치닫고 있다. 일본 가계의 순자산은 1290조엔(올해 6월 말 기준) 수준이다. 일본의 부채가 1000조엔을 훌쩍 넘은 것과 비교하면 가계에서 국채를 소화할 능력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무디스는 경기 부양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일본 국채 금리가 오르고 중기적으로 국채 상환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1일 무디스의 발표에 0.43%로 1.5bp 올랐다. 

정부 부채가 1000조엔이 넘는 상황에서 금리가 0.1%포인트만 올라도 1조엔의 추가 이자 부담이 생긴다. 신용등급 강등이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국채 금리가 올라 국채값이 폭락할 경우 외국인들의 투매가 벌어지고, 이는 곧 엔화값 급락을 부채질하게 된다.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 이후 출구전략 때 국채 금리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바로 이런 시나리오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은 또 재정적자의 그늘과 더불어 엔저의 그늘에 시달리고 있다. 엔화가치가 날로 떨어지다 보니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에서 일본 경제가 차지하는 입지가 좁아지는 역풍을 맞고 있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달러 환산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4조8000억달러로 중국(10조4000억달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정슬기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8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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