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자연·첨단기술 조화…아부다비·두바이 등서 벤치마킹

15년간 도심인구 75% 늘었지만 차량은 20% 줄어든 그린시티


◆ 글로벌 도시전쟁 ① 살기좋은 도시 / 캐나다 밴쿠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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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스카이트레인을 타면 11개역, 24분 만에 인구 250만명 규모 밴쿠버 도심 한복판 시티센터역에 도착한다. 3분 간격 배차에 운임요금은 4캐나다달러(3500원). 지하철역을 나와 서울 명동 격인 롭슨 거리를 향했다. 차도만큼 폭이 넓은 보도를 걷는 동안 해발 1000m 높이 시모어산, 푸른 하늘, 그리고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왔다. 도심 한복판 마천루 사이를 걸어도 보행자들이 탁 트인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잘 가꿔진 도시. 

북위 49도 북태평양 연안에 있지만 겨울에도 좀처럼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비가 내리는 밴쿠버는 반전이 매력적인 도시다. 유럽풍 가스타운은 빈민촌이었고 고급 주택가인 예일타운은 버려진 공장터, 예술촌이자 관광 명소로 변신한 그랜빌 아일랜드에는 아직도 대형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 있다. 숲이 울창한 스탠리파크는 군수 창고였고, 고급 신흥 오피스촌인 콜하버는 이름 그대로 석탄 하역지였다. 

2011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밴쿠버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most livable city) 1위로 꼽았다. 날씨와 자연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밴쿠버는 마천루와 자연, 그리고 인간과 첨단 기술이 조화를 이루도록 1970년대부터 당시 주지사였던 스펙먼을 중심으로 계획적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부다비,두바이, 멜버른 등 전 세계에서 앞다퉈 벤치마킹하는 밴쿠버식 개발 모델은 도시계획 전문가들 사이에선 '밴쿠버리즘'으로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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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솟은 초고층 빌딩 사이로 시원하게 하늘길이 뚫린 캐나다 밴쿠버시 스카이라인. 도심을 고층 개발하면서도 시민들의 조망권을 보장했다. <사진 제공〓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밴쿠버 도심에 쫙 들어선 신축 빌딩들은 독특한 외관을 갖고 있다. 3·4층 이하 아케이드 등 저층 상가 부분은 넓게 퍼진 원형 포디엄 형태이며, 상가 위쪽으로는 최고 30층까지 길고 늘씬한 주거용 타워가 높다랗게 세워져 있다. 마치 팬케이크 위에 초를 꽂아둔 모양새다.  

밴쿠버리즘의 핵심은 △조망권 보장을 위한 경관 축(view corridor) △주거·오피스·상가 복합형 고밀도 고층빌딩, 그리고 △도시 전체를 둘러싼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압축된다. 도심 한복판을 성냥갑처럼 무뚝뚝한 오피스빌딩으로 빽빽이 채운 서울과는 다르다. 오피스와 주거, 상업시설을 도심 한복판으로 끌어들인 것. 같은 용적률이라도 획일적인 규제로 건물을 낮고 뚱뚱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스카이라인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빌딩을 길고 늘씬하게 만들어 조망권도 함께 중요시한다. 

브렌트 토데리안 전 밴쿠버시청 도시계획국장은 "빌딩을 높여서 도심 밀도를 높이면서도 사람을 우선하는 도시계획을 통해 다양성을 유지하는 게 밴쿠버리즘의 핵심"이라며 "도심 한복판에 살아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30분 이내에 산이나 바다에서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서울을 지배하는 대도시 도심 테마는 보존을 위한 성장 억제다. 하지만 밴쿠버시의 정책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도심 규제를 적극 풀고 상업용 오피스빌딩과 초고층 콘도미니엄 설립을 통해 젊은 인재와 하이테크 기업들을 도심으로 빨아들이고 시민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해낸다. 

캐나다 이동통신회사인 텔러스는 최근 도심 한복판인 롭슨 거리에 최근 7억5000만달러를 들여 44층짜리 고층 빌딩을 신축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은 시티센터역에서 2블록 떨어진 펜더 거리에 30층 높이 오피스빌딩을 짓고 있다. 유서 깊은 밴쿠버 증권거래소 빌딩이 이 건물에 자리를 내줬다.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회사는 웨스터 펜더 거리에 24층 빌딩을 짓고, 옥스퍼드부동산회사는 웨스트헤이스팅 거리에 25층 규모 타워를 신축 중이다. 모두 시티센터역에서 걸어서 5분 내에 위치한 중심지다. 픽사, 디지털도메인, 소니 이미지웍스, 모션픽처스 등 1000개가 넘는 첨단 디지털미디어 기업이 밴쿠버에서 1만5000명 이상을 고용하면서 매년 20억달러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밴쿠버의 녹색산업 정책에 힘입어 클린에너지 벤처기업들도 100개 넘게 생겨났다. 밴쿠버 다운타운 지역의 경우 2011년까지 15년간 인구가 75% 증가했다. 일자리도 26% 늘었다. 

밴쿠버의 또 다른 역설은 도심을 고밀도로 개발했지만 지난 20년간 도시 진입 차량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이다. 도심부는 20%나 줄었다. 외곽 개발 대신 도심 한복판으로 사람과 산업을 끌어들였지만 탄소세 부과, 지속적인 환승시설 확충 등을 통해 자동차 보유보다는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장려한다. 대기오염이 심각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북미대륙 최고 수준의 공기질을 자랑한다. 

밴쿠버시는 도보, 자전거, 전철, 전기버스 등 대중교통수단 이용률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세계 도시 중 가장 깨끗한 공기질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별취재팀 = 이근우 차장(팀장) / 정승환 기자 / 임영신 기자 / 안병준 기자 / 국토연구원 이왕권 / 박세훈 기자 / 박정은 연구위원 / 송지은 연구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398197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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