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8.3 강진, 대지진 전조인가

태평양연안 석달새 지진·화산 수십차례
불뿜는 `불의 고리`…한국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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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잉~삐이잉." 

16일(현지시간) 평화로운 늦은 오후, '철썩철썩' 파도 소리만 간간이 울리던 남미 휴양도시 칠레 산티아고의 적막이 깨졌다. 2시간 내 해안에 대형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는 날벼락 경고였다. 

이날은 18~20일 칠레 독립기념일 연휴를 앞두고 여행객 수만 명이 산티아고 해안에 몰렸다. 오전 강진에 이어 쓰나미가 들이닥칠 것이라는 예고에 사색이 된 관광객과 주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비슷한 시각, 산티아고 세레나 지역 대형 쇼핑몰에선 쇼핑객 수천 명이 패닉에 빠졌다. 전기가 갑자기 나가면서 암흑으로 바뀐 뒤 건물이 흔들리면서 슈퍼마켓 진열대가 무너지고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데니스 코르테스 이야펠 시장은 현지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모두 겁에 질렸다. 도시가 패닉 상태"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도심 곳곳은 물바다로 변하거나 오도가도 못하는 자동차들로 아수라장이 된 지 오래였다. 4m 넘는 파도를 맞은 해안가 주택들은 산산조각이 났다. 산티아고 국제공항도 피해 예방 차원에서 사람들을 내보내고 잠시 문을 닫았다가 운항을 재개했다. 

칠레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지진이 잦고 화산 활동이 왕성하다. 14일 일본 아소산에서 화산 폭발이 일어난 데 이어 16일 인도네시아 지진, 결국 17일엔 칠레에서 규모 8.3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의 지각 활동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환태평양 조산대에서는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만 규모 8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50년을 주기로 10년 동안 대지진이 연달아 발생한다는 '불의 고리 대지진 주기설'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대지진의 전조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맞서고 있다. 

지구 표면은 거대한 땅덩어리들이 맨틀이라는 액체 위를 떠 있는 형상을 이루고 있다. 

맨틀의 이동에 따라 거대한 지각도 함께 움직인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지각판이 만나거나 맞물리는 곳에서는 '응력(stress)'이 쌓이게 된다. 지각이 쌓인 힘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되면 지각에 균열이 생기면서 지진이 발생한다. 

특히 한 번 지진이 발생한 곳은 지층이 갈라지면서 '단층'이 생겨난다. 이미 균열이 존재하는 만큼 작은 내부 충격에서 지진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북아메리카판 등 네 개 지각판이 만나는 남미의 칠레 일대와 일본 등에서 강진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 지각이 취약한 만큼 화산 활동도 활발해 이곳을 '불의 고리'라고 부른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리본부 책임연구원은 "지각 활동이 활발하고 단층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 세계 활화산과 휴화산의 75%가 이 지역에 몰려 있으며 전 세계 지진의 약 90%도 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의 고리 지역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대지진이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900년대 이후 규모 8.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총 15번인데 대부분 1950~1960년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후 잠잠하던 대지진은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역(규모 8.7)의 대지진을 시작으로 2010년 칠레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간이 지진을 관측한 지 이제 100년이 조금 넘은 만큼 이 같은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수 책임연구원은 "쌓였던 에너지가 분출되는 것이 지진인 만큼 대지진 주기설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지강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선임연구원은 "불의 고리처럼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에서는 건물을 단단하게 짓고 쓰나미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지진이 발생하기 전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원호섭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899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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