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손영화 (계명대학교 심리학과)
요즘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종편 채널에서는 요리 관련 먹방이나 쿡방 프로그램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먹방은 '먹다'와 '방송'이 결합해서 나온 말로 방송에서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말하고, 쿡방은 요리하다의 '쿡(cook)'과 '방송'이 결합된 것으로 요리하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을 일컫는다. 최근에 나오는 프로그램들은 쿡방과 먹방이 결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유명 연예인들 뿐 만 아니라 유명 쉐프(요리사)들이 나와 요리를 만들고, 맛있게 먹는 장면들을 연출하고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계속 보게 만드는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먹방, 쿡방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예전에도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최근에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을 하여 재조명받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순한 프로그램만의 재미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럼 왜 최근에 이러한 먹방이나 쿡방 프로그램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일까? 이것은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볼 문제로, 인구통계학적 변화, 사회경제적 환경변화, 소비트렌드의 변화, 소비자 욕구의 변화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우선 인구통계학적 변화로 인해 혼자 살고 있는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어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들은 무엇이든 혼자 해야 하는데, 혼자 먹기 위해 밥을 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닌 상황 때문에 이러한 쿡방 프로그램을 통해 혼자 밥을 먹는 고독함을 해소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1인 가구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거주할 때는 어머니가 해주는 밥만 먹고 살던 친구들이 혼자 살게 되면서 매일 사먹는 식당 밥에 질리다보니 집 밥이 그리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럴 때 쿡방 프로그램을 통해 손쉽게 해서 먹을 수 있는 요리 레시피를 배워 시현해 볼 수 있게 된 것도 한 가지 이유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를 재미와 함께 충족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사회경제적 환경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가족의 해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모습은 온 가족이 모여서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이 기존에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데에 대한 결핍이 생기면서 먹방이나 쿡방을 보는 것이 정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또한 가족의 해체로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예전과 달리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혼자 아무거나 먹는 것이 아니라 혼자 먹어도 맛있고 건강도 고려한 요리를 먹고자 하는 생각도 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소비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2015년 한해는 소비트렌드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난 해로 볼 수 있는데, 특히 의식주 중에서 먹거리와 관련된 소비트렌드에서의 변화가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장기 불황과 내수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이 몰락하고 웰빙과 같은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경제활동 여성 인구가 늘어나면서 집에서 요리할 시간이 줄고 가정 간편식을 선호하는 가구가 늘면서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쿡방 프로그램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점도 한 가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소비자의 욕구 변화를 들 수 있다. 매슬로우의 욕구위계설에 따르면, 하위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욕구로의 진전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는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오히려 욕구가 퇴행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먹고 살기 힘든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 취업하기 어려운 청년들의 쌓여가는 고민, 정치적 불안 및 언론의 폐쇄적인 보도에 대한 불만 등등에 대한 욕구좌절이 상위 단계로의 욕구진전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 중 먹는 욕구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여러 가지 경제적 어려움으로 지갑은 닫혀가고 있지만 작은 소비로 그나마 맛있는 즐거움을 채울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소비를 통해 욕구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욕구는 직접 먹지 않더라도 보기만 해도 즐거운 먹방, 쿡방이 대리충족을 시켜주고 있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어렵고 힘든 경제적 현실 속에서 자기 자신의 건강은 소중하게 생각하는 웰빙에 대한 욕구는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것이나 먹지 않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적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이러한 프로그램에 몰입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쿡방이 현재 지상파 뿐 아니라 종편채널에서도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로 소위 쉐프라고 불리는 남자 요리사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 먹방이나 쿡방에 출연하는 쉐프들은 10명 이상이 되는 것 같고, 여러 채널에 중복 출연하는 인기 있는 쉐프들도 여럿 있는 것 같다. 이들은 빼어난 요리 솜씨로 요리 경연을 벌이는가 하면 요리와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또한 남자 연예인들 중 무엇이든 척척 요리해내는 요리 실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는 실정이다. 이 또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즉 사람들이 많은 부분에서 좌절을 겪게 되면서 행복과 즐거움을 찾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일상생활에서의 소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찾게 된 것이고 바로 먹방, 쿡방에 출연하는 쉐프들이 그러한 즐거움과 행복을 주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지상파 및 여러 종편 채널들까지 앞 다투어 먹방과 쿡방 프로그램들을 제작하고 있으며,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서비스(SNS : Social Media Service)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곳에 올리는 사진 중에 먹는 것과 관련된 사진이 많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부정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겠지만,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고 사회적 불만이 팽배해있다고 해서 미디어까지 너무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청률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방영하면 좋겠다.
  • 글. 손영화
  •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산업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기업에서 13년간의 직장생활을 하고, 2005년부터 계명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출처: http://webzine.kpsy.co.kr/2015winter/sub.html?category=9&psyNow=21&UID=132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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