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성용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최근 스마트폰과 SNS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관심종자(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 또는 어그로꾼이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어그로꾼은 공격적이란 뜻의 「어그레시브(aggressive)」와 어떤 행동을 즐겨 하는 사람이란 뜻의 「꾼」을 합쳐 만든 신조어로, 인터넷상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거슬리는 글이나 사진을 올리거나, 공공장소에서 주목을 받기 위해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네이버 지식 백과, 시사상식사전 참고). 어그로꾼이라는 단어는 2015년 3월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4년 신어(新語)로 선정될 만큼 오늘날 널리 통용되고 있다.
관심종자나 어그로꾼과 같은 단어는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히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 이에 대한 극단적 사례들이 증가함에 따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례로 페이스북에서는 한 남성이 자신의 신체부위에 밥을 비벼 먹는 혐오스런 행동으로 이슈가 되어, 50만명이 넘는 이용자의 '좋아요'를 받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강원지역 아우디 매장에서 일했던 '아우디녀'라 불린 한 여성의 경우 자신의 신체 부위 사진과 성관계 동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려 논란이 되었을 뿐 아니라, 실제 지하철 전동차 내, 강남역 인근 대로변 등에서 까지 속옷을 벗은 채 피켓시위를 벌임에 따라, 결국 법원에 의해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중앙일보, 2015-10-07일자 기사참고). 많은 경우, '어그로꾼' 들은 극단적인 행동을 통해 자신의 SNS 팔로워 숫자는 물론, '좋아요'와 '공유'수를 늘림으로써 기형적인 형태의 사회적 관심에 도취되곤 한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위의 사례처럼 음란하거나 폭력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어그로꾼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를 악용하는 어그로꾼들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4월, 국가적 재난 사태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졌던 '세월호 참사' 속에서 '저 살아있어요'라는 식의 거짓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유가족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 경우도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사람들의 '좋아요'를 유도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유명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해 사람들을 더욱 더 경악케 하였다. 이처럼 비상식적, 비윤리적, 비사회적인 행동을 통해서 남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어그로꾼이나 관심종자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르시시즘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스마트폰, 인터넷, 그리고 SNS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그 어느 때 보다도 자신들을 표현하고 소통하기 쉬운 다양한 창구를 갖게 되었다. 어그로꾼, 관심종자들은 자기애성 인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되고자 끊임없이 애쓴다. 그들은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과장된 지각을 갖고 있으며, 대인관계에서 착취적이고 공상에 몰두하는 증상이 있다. 이러한 어그로꾼들에게는 SNS만큼 완벽한 창구는 없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미 다양한 SNS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연결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매일, 매시간, 매분 다양한 방법(예: 글, 사진, 동영상)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소통 하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그 어느 시대보다, 어느 미디어를 통해서 보다, 쉽고 빠르게 다양한 이슈들이 퍼져나갈 수 있다. 예전에는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전해야 했던 일들이, 지금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한 한 번의 터치나 한 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너무나도 쉽게 멀리 퍼져나간다. 구전마케팅(e-WOM)이 다양한 형태로 각종 SNS에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특히 기업들이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자신들의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려 하는 것은, '나쁜 소문이 더 빨리 퍼진다' 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어그로꾼들은 긍정적인 컨텐츠나 이슈로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고 하고, 궁극적으로는 '좋아요'와 '공유'를 끌어내서 자신의 자존감을 찾으려고 한다. 기존 SNS를 비롯한 셀카(selfie)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에서 밝혀졌듯이, 사람들이 SNS에 본인의 글과 사진을 포스팅하는 대표적인 동기는 '사회적 승인'과 '자기표현'이다. 이와 같은 SNS이용의 심리적/사회적 동기에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갖고 있는 어그로꾼들의 히스테리성(연극성) 특징까지 더해져 여러 형태의 미디어폭력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미디어 폭력과 극단적인 방법으로 타인의 관심을 유발하는데 집중하는 어그로 꾼들이 우리 사회로부터 사라지고, 바람직한 집단문화를 회복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인터넷과 SNS는 다른 미디어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고,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덜 받는 우수한 전파성을 가지며, 익명 표현의 자유 또한 가지고 있다. 각종 문제점과 부작용은 이러한 온라인 미디어의 본질에서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 미디어 폭력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온라인 미디어 이용자 스스로의 자각이 필요할 것이다. 이용자들은 무분별하게 생성되는 폭력적인 컨텐츠들을 능동적으로 식별하여 컨텐츠들이 전파되는 것을 저지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컨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더불어 폭력적 미디어 컨텐츠를 생산하는 어그로꾼들은 물론, 이를 공유하여 전파시키는 온라인 미디어 이용자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규제가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인터넷 이용과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예: 명예훼손, 모욕, 프라이버시 침해, 음란물 유포, 저작권 침해)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미디어 법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법과 기술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규정지어 나가는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야 할 것 이다. 또한 어그로꾼들의 연령층은 20, 30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중, 고등학생 어그로꾼들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어그로꾼들이 올리는 자극적이고 엽기적이며 음란한 내용물들이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그 어느 세대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고, 잘 사용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온라인 미디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미디어 이용과 관련된 교육이 필요하다.
혹자는 어그로꾼을 일종의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새로운 문화 및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가 지속될지 아니면 얼마 후에 자정되는 분위기로 바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 글. 성용준
  • 미국 Iowa State University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University of Georgia에서 광고학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광고학과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소비자/광고전공)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기표현, 브랜드 개성, 소비자-브랜드 관계, 자아개념과 소비자 행동에 관하여 60여 편의 논문들을 발표하였으며, 현재는 미디어를 통한 자기표현에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출처: http://webzine.kpsy.co.kr/2015winter/sub.html?category=9&psyNow=22&UID=133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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