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분들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사람 절대 안 변한다!'고. 그런데 또 한쪽에서는 이런 말도 한다. "사람이 굉장히 쉽게 변한다. 심지어 간사하다" 어느 말이 맞는가. 아니 더 정확하게는 어느 말이 어떤 경우에 맞는 말인가. 그 차이와 그 이유를 아는 것은 이 시대 리더들에게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된다. 

한 사람에게 있어서 잘 변하지 않는 것은 능력과 성격이다. 이 둘은 아무리 늦게 잡아도 20세를 넘어서면 그 사람 일생에 있어서 잘 변하지 않고 지속된다. 여기서의 능력은 일의 숙련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IQ, 기억력, 연산능력, 사고 속도와 같이 기초적인 개별 인지능력을 말한다. 이런 능력은 이후 노화가 진행되면서 약간씩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크게 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IQ와 같은 지능검사를 고등학교 때까지는 받지만 성인이 되면 그 검사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이다. 안 변하니 굳이 다시 검사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성격은 두말할 필요 없다. 학창 시절 친구들을 수십 년 후 동창회에서 만나면 대부분 성격은 그대로이다.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능력과 성격을 굳이 입에 올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그리도 많이 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능력과 성격을 바꾸려면 그야말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동창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좀 더 생각을 해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 중에 사람이 확 바뀌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이때 우리는 그 친구들을 만난 후 흔히 '큰 성공을 해서' 혹은 '일이 지독히 안 풀려서'라는 말로 친구가 변한 이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의 수많은 연구를 종합해 보면 그 변화의 근본적 원인은 결국 자아존중감(혹은 자존감, self-esteem)으로 귀결된다. 이는 말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자신의 능력과 한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본인 스스로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이는 역경을 이겨내고 성취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확신과 직결된다. 동창회에서 우리에게 무언가 확 바뀌었다는 느낌을 주는 친구들은 지난 시간 동안 무엇이 변화한 것이겠는가. 결국 그들의 바뀐 자존감을 보고 말하는 것이다. 그 방향이 상승이든 하강이든 말이다. 물론, 자존감이 무조건 높은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타인을 무시하고 아집과 독선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절한 수준으로 자존감을 높게 가질 수 있게 되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다른 구성원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작은 실패나 역경에도 유연하게 대처한다. 반면에 자존감이 약하면 이른바 열등감에 매우 쉽게 빠질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관점이나 기준이 없으니 남의 시선과 평가에 전전긍긍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자존감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외부(즉 리더) 요인은 무엇인가. 당연히 칭찬과 격려다. 이는 어떤 자존감 연구를 찾아봐도 한결같다. 그런데 칭찬과 격려를 단순하게 보면 안 된다. 자존감을 높이는 진정한 칭찬은 먼저 '정확한 칭찬'이다. 두 번째는 '결과보다는 노력에 초점을 맞춘 칭찬'이다.  

전자는 결과를 만들어 낸 진짜 이유에 초점을 맞추게 하니 바둑으로 치자면 질 좋은 복기에 가깝다. 후자는 일의 성패 여부에 관계없이 다음 일에도 긍정적 자세로 뛰어들게 만들 수 있다. 의미심장한 것은 이 두 원칙을 지키지 못한 칭찬은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자식과 부하의 자존감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대부분 연구 결과들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자존감이 대부분 이런 어리석은 칭찬을 받으면서 만들어진다. 영국 천문학자 존 허셜은 '자존이야말로 모든 미덕의 초석이다'고 말했다. 자신을 적절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구성원들과 협동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선 품질 좋은 칭찬을 해야 한다. 정확하게 무엇을 칭찬해야 하는가와 결과가 아닌 노력도 충분히 칭찬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보자.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361841&year=2016

Posted by insighta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