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창업전쟁중] [1] 創業천국 中國

-스타트업 紅軍
개발 경력 10년 넘는 엔지니어만 수백만명… 제2 샤오미·알리바바 꿈꿔

-'작은 거인' 속출
2013년 창업한 '원플러스', 삼성·애플 절반값도 안되는 스마트폰 美·英·印 진출…
2006년 창업한 DJI, '팬텀' 만들어 드론 세계 1위

-이젠 '창업의 심장' 中國
"나사부터 로켓 엔진까지 막강한 공급망 갖춰져"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는 중국 창업 기업 수. OECD 회원국 신·구 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

지난 6월 8일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박람회 '테크크런치 2015' 행사장. 중국 전역에서 몰려든 스타트업 100여개와 이들을 만나 보려는 예비 창업자, 투자자들로 6000㎡(1800여평)가 넘는 행사장이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틀간 열린 이 행사에 참가한 사람은 1만여명. 상당수가 78만원씩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상하이는 중국의 창업 열기를 보여주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6월 19일 선전(深圳)에서 열린 하드웨어 스타트업 박람회 '2015 메이커 페어 선전'엔 무려 20만명이 몰렸다. 이 행사엔 중국과 세계 각지의 하드웨어 관련 스타트업이 대거 출동했다. 이들은 로봇, 드론(무인기), 산소 제공 가방, 기저귀 교체 알림 앱(응용 프로그램) 등 첨단 기술과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갖춘 제품을 선보였다.

하루 1만개 창업 '스타트업 紅軍'

중국은 요즘 '대폭발'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창업 빅뱅'의 시대다. 중국은 저임금 노동자만 많은 곳이 아니라, 대학 이공계 분야를 전공한 고학력 기술 인력이 매년 300만명 이상 배출되는 국가다. 이들이 제조업체에서 엔지니어로 수년간 경험을 쌓고 창업 전선으로 몰려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3억 농민공(農民工)'의 힘이 이젠 '스타트업 홍군(紅軍)'으로 진화한 셈이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신설된 기업의 수는 365만개, 창업자 수는 291만명에 달했다. 하루에 1만개씩, 1년 만에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 수(약 300만개)보다 많은 기업이 새로 생겨나는 것이다.

중국 주요 도시에는 이런 창업 열기를 반영한 각종 지원 시설과 비즈니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상하이 양푸(楊浦)구에 있는 상하이창업기금회(EFG)는 대형 건물 4개 동(棟)을 모두 창업지원센터로 만들었다. EFG가 투자한 스타트업만 1500여개에 달한다.

세계적인 창업 지원 전문 기업도 중국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핵스(HAX)'는 올해 본사를 선전으로 옮겼다. 시릴 에버스와일러 핵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선전은 하드웨어 창업가들의 천국"이라며 "수준 높은 엔지니어가 많고 공장과 물류 시스템도 잘 갖춰진 데다 투자 인프라까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중국 선전(深圳)의 창업 카페‘3W카페’에 미국 애플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스티브 잡스 사진 걸린 '창업 카페' - 중국 선전(深圳)의 창업 카페‘3W카페’에 미국 애플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창업 정보를 얻기 위해 이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아침에 일찍 오지 않으면 자리를 잡지 못할 만큼 성황이다. /선전(중국)=강동철 기자

지역적으로 특화된 창업 생태계는 중국의 강점이다. 베이징은 IT·모바일 서비스 분야, 선전은 IT 제조 분야의 수만개 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해 있다. 구글 지도 서비스에서 'Shenzhen(선전)' 'factory(공장)'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광둥성(廣東省) 일대가 수천~수만개의 붉은 점으로 물든다. 점 하나는 제조 공장을 나타낸다.

로봇·드론·3D 프린터 등을 직접 조립해 만들 수 있도록 설계도·부품 패키지를 제작해 판매하는 메이크블록(makeblock)도 그런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 왕젠쥔(王建軍·30) CEO는 "선전에는 나사부터 로켓 엔진까지 무엇이든 제조·공급할 수 있는 막강한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공급망)이 형성돼 있다"면서 "신제품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드는 데 실리콘밸리는 두 달이 걸리지만 선전에선 단 2주면 족하다"고 했다.

기존 산업 뒤흔드는 중국 스타트업

중국 신생 기업 중에는 2~3년 사이에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기존 산업의 지형을 뒤흔드는 곳도 드물지 않다. 2013년 선전에서 창업한 스마트폰 업체 '원플러스'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신제품 '원플러스2'는 IT 전문가들로부터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폰 중 "하드웨어적으로는 가장 고성능 제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가격은 329달러(약 38만원)로, 삼성·애플 폰의 절반도 안 된다. 이 업체는 이미 미국과 영국, 인도 시장에도 진출해 제품을 판매 중이다.

선전의 신생 벤처 기업 메이크블록의 왕젠쥔(30) CEO가 자신이 직접 만든 로봇과 3D 프린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30세 CEO - 선전의 신생 벤처 기업 메이크블록의 왕젠쥔(30) CEO가 자신이 직접 만든 로봇과 3D 프린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메이크블록은 고객이 부품과 설계도를 패키지로 구매해 직접 조립해 쓰도록 함으로써 가격을 기존 제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조립식 IT 기기'를 개발했다. /선전(중국)=강동철 기자

피트 라우 원플러스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폰 업체 '비보(VIVO)'에서 일하다 창업한 인물이다. 선전의 본사에서 만난 그는 "중국엔 개발 경력만 10년이 넘는 엔지니어가 수백만명이 넘는다"며 "이들이 제2, 제3의 샤오미와 알리바바를 만들기 위해 창업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산업인 드론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도 2006년 창업한 중국 기업 DJI다. 이 업체는 조작과 조립이 쉬우면서 가격은 기존 제품의 10분의 1에 불과한 보급형 드론 '팬텀'으로 세계 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벤처투자사(VC)인 궈진캐피털(國金投資) 류웨이밍(劉偉明) 이사는 "20세기에는 공장이 중국을 이끌었다면 21세기에는 창업이 중국 경제를 이끌 것"이라고 했다.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19/2015081900145.html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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