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트 앨버트 미네소타대 카슨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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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혁신의 상징으로 주목받는 인터넷 은행. 그런데 인터넷 은행은 이미 10년 전 닷컴 붐 초기부터 기술적 토대가 마련돼 시장에 등장했다. 필요한 인력이 적고 수수료가 저렴한 것도 지금과 똑같았다. 그러나 당시 인터넷 은행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민감한 금융 정보가 오가는 인터넷을 고객이 신뢰하는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바이러스와 해킹에 취약한 인터넷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고 이런 신뢰를 상쇄할 만한 인터넷 은행은 매력적인 금리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제공해야 했다. 영업실적을 초과하는 비용을 오래 감당할 수 없어 인터넷 은행은 속속 문을 닫았고 그후 10년간은 빛을 보지 못했다. 

지금 다시 부활하고 있는 인터넷 은행의 10년 전 실패는 사업에서 타이밍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다. 시간은 장소보다 사업에서 훨씬 중요하다. 똑같은 사업을 하더라도 언제 하느냐,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세계적인 타이밍 전략가로 손꼽히는 스튜어트 앨버트(Stuart Albert) 미네소타대 카슨 경영대학교 교수는 본인 저서 '퍼펙트 타이밍(When:The art of Perfect timing)'에서 속도뿐만 아니라 시간의 여러 구성 요소를 모두 고려할 때 최적의 타이밍 전략을 짤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음은 앨버트 교수와의 일문일답. 

―흔히 타이밍을 분석할 때는 속도를 많이 생각하곤 한다. 타이밍에서 속도 말고도 중요한 게 있는가. 

▷물론 속도(rate)가 시간 분석에 중요한 요소인 것은 맞지만 그것 말고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첫째는 시간의 연속성이자 순서인 시퀀스(sequence)다. 가령 제품 시식회를 하기 전에 네이밍을 할지 아니면 후에 할지에 대한 결정은 제품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는 시간의 구두점(period)이다. 언제 시작하는지, 언제 끝나는지다. 일의 결과는 마감시간 준수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구두점은 중요한 시간 분석 도구다. 셋째는 지속성(duration)과 간격(interval)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와 어떤 간격으로 일을 할지가 해당한다. 넷째는 속도다. 그리고 다섯째는 시간의 셰이프인데, 사건 진행 양상이 직선형으로 속도가 일정한지, 지수함수형으로 급격히 감속 또는 가속이 이뤄지는지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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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골든 타임(Golden Time)'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건 중요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엔 적절한 타이밍이 있고 이를 놓치면 손실이 급증한다는 얘기다. 골든타임도 시간의 분석 도구를 통해 뜯어볼 수 있는가. 

▷골든타임을 찾는 데 특별한 공식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지만 다이내믹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도구다. 사업에서 언제 행동해야 하는지, 골든타임이 언제인지를 찾으려면 다음에 무엇이 올지, 즉 시퀀스를 알아야 한다. 어떤 사태가 닥칠지 알아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일이 언제 시작할지, 끝날지, 아니면 잠시 멈출지 알아야 하는데 이는 시간의 구두점과 관련된다. 그다음으론 어떤 이벤트가 얼마나 빨리 또는 천천히 이뤄질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건 속도로 분석할 수 있다. 변화의 방향이나 사이클을 알기 위해서 또는 데드라인 전 사건 추이를 보기 위해선 셰이프를 보면 된다. 

―요즘처럼 기업 환경이 급변하는 때 무조건 빨리 행동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다른 고려 요소는 없는가. 

▷많은 기업이 속도가 생명이라는 얘기를 하며 빨리 신제품을 출시하고 실수도 빨리 수정하라고 한다. 모두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신봉하고 있다. 이건 사물을 천천히 움직이기 위해선 자기가 더 빨리 움직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래야 지금 벌어지는 일에 대해 컨트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절반만 맞는 얘기다. 빨리 한다는 것과 성공적으로 한다는 것은 별개다. 신제품을 내더라도 시장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빠른 건 의미가 없다. 얼리 어답터에게만 비싸게 팔 수 있는 신제품을 경쟁사보다 한달 더 빨리 내는 것이 사업 흥망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고객 반응에 따라 아니면 조직 내부 프로세스에 따라 너무 빨리 출시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신뢰 구축이나 인식의 변화는 진행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신제품 출시에도 이를 감안해야 한다. 의식이나 제도 변화의 최대속도가 한정되어 있는 경우엔 기술 발달이 빠른 건 의미가 없다. 때로는 속도를 약간 낮추고 다음 세대 모델 개발은 과감히 뛰어넘는 것도 필요하다. 

―흔히 기업들은 시장을 놀라게 하는 전략을 써야 할 때도 있고 시장을 길들여야 하는 전략을 써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엔 인터벌 전략, 즉 사건과 사건 사이의 경과 시간이 중요하다. 만약 시장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싶다면 일단 계속해서 발표를 하되 인터벌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가령 예전 미국 자동차경주협회는 불법 튜닝을 경고하기 위해 전 시즌 내내 페널티 수준을 경고했고 인터벌을 줄여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더 절감하게 했다. 반면 시장을 놀라게 하고 싶을 때나 쇼크 전략을 구사하고 싶다면 반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인터벌을 줄이는 전략은 별로 좋지 않다. 한 번에 끝내야 한다. 

[김제림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659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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