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비용에 수백년 걸쳐 점진적 진행

일론 머스크 "핵폭탄으로 단축 가능"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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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시간 내 화성을 지구처럼 바꿀 수 있다. 양 극지방에 핵폭탄을 터뜨리면 된다." 

실리콘밸리의 괴짜 일론 머스크가 최근 미국 한 TV 토크쇼에 나와 한 말이다. 잘 알다시피 그는 전기차 테슬라모터스,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다. 인기 캐릭터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화성에 핵폭탄을 투하해 지구처럼 만들 수 있다는 말이 그저 허무맹랑하지만은 아닐 것 같다. 화성을 지구처럼 바꾸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한 걸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해 비영리단체인 마스원(Mars One) 프로젝트, 그리고 머스크 등 다양한 주체가 화성에 거주민을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화성 환경은 열악하다. 우주 방사선과 각종 유성우·운석 충돌 등 '우주적' 문제는 차치하고 화성은 지구처럼 생명체에 친화적이지 않다. 대기 중 산소 비율은 1% 미만(지구는 21%)에 불과한데 그 대기마저 희박하다. 게다가 극저온이다. 최저 기온은 영하 176도, 평균 영하 62도다.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래서 화성 환경을 바꾸는 방안이 논의된다. 이를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고 한다. 지구를 뜻하는 '테라'와 '~화(化)하다'는 의미의 '포밍'의 합성어다. 말하자면 지구화다. 유명 천문학자 고(故) 칼 세이건도 사이언스에 화성의 테라포밍을 제시한 적이 있다. 

세이건은 화성 테라포밍을 위해 일단 차가운 지표 기온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해법을 온난화에서 찾았다. 먼저 지구 미생물에 유전자 조작을 가해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후 화성 극지방에 살포한다. 미생물이 번식하면 화성 극지방이 어둡게 변색된다. 변색된 극지방은 태양열을 흡수해 얼음을 녹인다. 얼음이 녹으면서 그 안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CO2)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로 '온실효과'가 발생하면 화성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세이건의 온난화를 통한 화성 테라포밍 구상이다. 

머스크의 핵폭탄 아이디어도 극지방 얼음 속 이산화탄소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세이건 구상과 비슷하다. 

다만 미생물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핵폭탄으로 이를 단시간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그는 열핵무기(수소폭탄)를 사용하면 일반 핵무기와 달리 방사능 피해는 줄이면서 더 많은 양의 얼음을 한번에 녹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머스크 주장대로 1기가t(히로시마 원폭의 5만배 위력)급 핵무기 수십 개를 화성 극지방에서 터뜨린다면 방대한 양의 얼음이 녹으면서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발생해 대기가 다소 두꺼워질 수 있겠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조슈아 밴드필드 워싱턴대 교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간다면 사람 등 동물 생존엔 오히려 위험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NASA도 "태양계 탐험·탐사는 원래 있던 자연 상태를 보존하면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머스크의 급진적 아이디어를 비판했다. 대신 세이건 구상을 받아들여 '점진적으로'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NASA 예측은 화성 대기압을 높이는 데 90년, 빙하 등을 녹여 물을 얻는 데 120년, 행성 기온을 올리는 데 150년, 식물을 심고 퍼뜨리는 데 50년, 화성 정착지 건설에 70년이 소요된다. 총 480년이 걸린다.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2012년 기준으로 약 3조9000억달러(약 4600조원)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제임스 그레이엄 위스콘신대 교수는 "처음엔 박테리아, 이어서 이끼, 100만년쯤 후엔 나무를 심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서 산소를 얻을 수 있겠지만 길게는 수백만 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욱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89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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