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인공지능] [스페셜 리포트] 인공지능 시대 구글의 맨해튼 프로젝트
Insights & Trends/Technological/Scientific 2014. 9. 2. 09:28인공지능(AI) 분야 관계자들이라면 깜짝 놀랄 기업합병이 지난 1월 26일 있었다. 사원이 75명에 불과한 신생 기업 ‘딥마인드(DeepMind·www.deepmind.com)’를 구글이 인수한 것이다. 인수 가격은 6억5000만달러. 당시 인수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IBM도 나섰다고 알려져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둔 딥마인드는 인공지능 업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이다. 신경과학자 출신으로 게임 개발자에다 체스(Chess)의 고수로 알려진 CEO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도 무명에 가깝다. 사실 구체적으로 어떤 비즈니스에 집중해 무엇을 연구 개발하고 있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표면적으로 알려진 것은 이 신생회사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게 전부이다. 딥러닝은 최근 인공지능업계를 달구는 새로운 키워드 중 하나이다. 2011년 창업된 딥마인드가 불과 3년 만에 수억달러짜리 기업으로 팔릴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딥러닝에 있다. 인공지능 비즈니스를 활성화시켜 줄 새로운 첨단분야가 딥러닝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주간조선 5월 12일자(2306호)에서 인공지능을 겸비한 로봇이 구글의 차기 핵심사업이라 전망했다. 인공지능 분야는 방대하다. 인간의 지능을 로봇에 이식하는 것은 우주를 개발하는 것만큼 길고도 깊은 영역이다. 딥러닝은 그같은 미래로 나아가게 만드는 첫 발걸음이다.
딥마인드를 인수한 구글은 현재 딥러닝 분야에서 첨단을 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애플도 이 분야에 힘을 쏟지만, 2012년 6월 들려온 해외 토픽 같은 소식 하나가 구글을 딥러닝의 첨단기업으로 각인시켰다. 당시 주목을 끈 구글의 실험은 고양이 인식 실험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듀에 있는 구글 연구실에서 이뤄진 것으로, 유튜브에 올려진 1000만마리 고양이의 얼굴을 구글이 자체 개발한 딥러닝 체계에 의해 개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람이 보면 모두 똑같아 보이는 고양이 얼굴이지만, 구글이 보유한 수퍼컴퓨터로 딥러닝 체계를 활용해 분석할 경우 개별 인식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고양이 얼굴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은 인간, 나아가 개를 비롯한 모든 동물의 얼굴을 컴퓨터가 구별해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딥러닝은 구글의 고양이 실험과 인연을 맺으면서 세간에 알려진 IT 신조어이다. 심층학습이라 번역될 수 있는 딥러닝은 한마디로 인간의 두뇌를 닮은 데이터 분석체계를 말한다. 딥러닝을 얘기할 때 반드시 따라붙는 것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다. 기계학습이라 불리며, 인간이 후천적으로 행하는 학습능력을 본뜬 인공지능 체계에 해당한다. 기계학습은 인공지능 개발의 효시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인간이 배운 모든 지식, 얻어낸 정보, 구체적 경험을 컴퓨터에 집어넣어 분석하는 식이다. 인간이 직접 입력한 테이터 정보를 통해 머신러닝 체계가 구축된다.
딥러닝은 머신러닝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갖는 지능과 두뇌의 기능에 준하는 데이터 분석능력을 갖춘 개념이다. 뉴런과 시냅스로 구성된 뇌의 신경회로와 같은 구도를 컴퓨터를 통해 구축해 나간다는 것. 머신러닝처럼, 사람이 직접 조작해 체계화한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인간 뇌의 신경회로에 준하는 컴퓨터 체계를 구축해 뇌와 같은 능력을 창조해내자는 발상이다. 자동차 인식을 예로 든다면, 머신러닝은 자동차 번호판·색상·모델·디자인 등을 다각도로 입력해서 데이터로 종합분석해 내는 식이다. 반면 딥러닝은 사람이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차를 그냥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색상·번호판·모델을 인식해 누구의 소유인지를 알아내는 인공지능에 해당된다.
딥러닝이 집중적으로 연구되는 분야는 화상, 음성, 언어 세 분야로 압축된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에 객관적·수치적 분야만이 아닌, 주관적·관념적·심미적 분야에까지 딥러닝이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000만마리 고양이 가운데 가장 인간에게 사랑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고양이는 누구?’라는 식의 질문에 답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주의할 점은, 딥러닝이 100% 옳거나 정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인간 각자의 지능과 관심 분야가 다르듯 딥러닝에 의해 파악된 결과가 진실, 또는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다. 99% 이상의 정확도로, ‘코 밑에 점이 달린 검은색 고양이가 최고의 인기 고양이다’라는 식으로 답할 수 있을 뿐이다.
1000만마리 고양이 얼굴 인식을 성공리에 끝낸 구글은 실제 딥러닝의 영역을 다른 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해 5월 28일, 세계에서 제일 비싼 호텔 중 하나인 모나코 몬테카를로호텔에서 ‘2014 유럽 데이터센터’ 회의가 열렸다. 발표자는 구글 데이터센터의 부회장 조 카바(Joe Kava)다. 뉴런 시스템을 통한 딥러닝 체계를 활용해 구글 내 데이터센터를 관리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이 마련됐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전문 엔지니어들이 해오던 데이터센터 관리를 딥러닝 체계에 맡겼다는 꿈 같은 얘기가 모나코 호텔에서 울려퍼졌다. 구글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12군데에 분산돼 있다. 미국 9곳을 포함해 대만, 싱가포르, 핀란드, 벨기에, 아일랜드 등에 데이터센터가 있다. 양적 질적으로 방대한 규모와 시설을 자랑한다. 습도, 온도, 먼지밀도, 화학반응 같은 분야는 데이터센터 관리를 위한 기본요소이다.
조 카바의 발표는 일단 온도조절에 관한 딥러닝 운용 결과에 관한 것이었다. 기존처럼 인간이 직접 데이터센터를 돌아다니면서 온도를 측정한 뒤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온도조절 기능을 딥러닝 체계가 알아서 한다는 것이다. 딥러닝 체계를 1년간 운영한 결과, 99.6%의 정확도로 데이터센터의 온도조절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더울 때는 컴퓨터가 온도를 알아서 낮추고, 추울 때는 온도를 높인다. 어디에 위치한 에어컨을 사용하고 어느 정도 온도에 얼마 동안 찬바람을 내보내야 하는지도 딥러닝으로 해결한다. 소규모 공간이 아니라, 수천㎡에 이르는 데이터센터 공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이것이 간단하고 단순한 발표로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춥다, 덥다, 적당하다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 개념이다. 온도만이 아니라 습도, 바람 같은 것도 고려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딥러닝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 체계에서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판단과 실행이 이뤄진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무리를 줄 정도의 더운 날씨, 더운 날씨가 곧 올 것이라고 판단하는 즉시 어디의 에어컨을 어느 정도 돌릴지를 결정해 온도를 조절하는 식이다. 전기의 효율적 사용뿐 아니라 온도관리를 하는 인력을 줄임으로써 돈도 아낄 수 있다.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는 전 세계 모든 데이터 정보통신 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고난도의 신기술에 해당한다.
현재 구글 인공지능 분야를 지휘하는 총사령관은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발명가이자 기업가이자 학자이다. 명예박사를 포함해 무려 9개의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천재이다. 현재 구글의 엔지니어링 분야 디렉터로, 빌 게이츠가 “인공지능(AI)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미래 예측가”로 극찬한 사람이다. 인공지능계의 대부로 통한다. 그가 구글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은 “구글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구글은 지난해부터 커즈와일의 지휘하에 ‘인공지능 맨해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이뤄진 원자폭탄 개발 계획을 지칭한다. 당시 1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예산과, 미국 내 최고 과학자를 끌어들인 역사적 과제가 맨해튼 프로젝트이다. 맨해튼 프로젝트가 결실을 거뒀기에 태평양전쟁에서의 승리가 가능했고, 냉전 당시 소련에 대한 미국의 우위가 유지될 수 있었다.
인공지능 맨해튼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세기적 계획이라 볼 수 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IT기업과 전문가들이 구글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인공지능 맨해튼 프로젝트를 위해 보통 억달러 단위로 출발하는 기업합병이 구글에 의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올해 1월 초 스마트 온도조절기 업계의 선두주자인 ‘네스트랩’을 32억달러에 매입했고, 지난 6개월간 10여개의 인공지능 관련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구글의 프로젝트에 발을 담갔다. 크고 작은 벤처기업을 포함할 경우 50여개 업체가 인공지능 맨해튼 프로젝트에 들어온 상태이다. 50여개 맨해튼 프로젝트 구성팀들은 커즈와일의 생각에 맞춰 움직일 것이다. 2029년 이전에 컴퓨터가 인간의 두뇌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 인공지능 총사령관의 전망을 구체화시켜 줄 서포터이자 증인으로 활동할 것이다.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의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과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이미 1990년 “1998년 이전에 체스게임의 승리자가 인간이 아닌 컴퓨터가 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그의 예상대로 1997년, 역사상 처음으로 컴퓨터가 체스 세계 챔피언을 물리쳤다. 승자는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딥 블루(Deep Blue)였다. 1970년대 말 군사용 인터넷이 막 출연해 일부 학자가 독점할 당시에도 커즈와일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인터넷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그는 “신체장애자도 2000년 이전에 로봇 팔이나 다리를 통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과 관련된 커즈와일의 예리한 전망을 고려할 때 15년 뒤 펼쳐질 인공지능 컴퓨터의 세계는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커즈와일은 과학이 인간의 두뇌를 압도하는 2029년 이후의 세상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넘어서는 순간을 의미한다. 한때 2045년이란 가설도 나왔지만, 엄청난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특이점은 2029년으로 앞당겨졌다. 인간 개개인은 물론 사회, 문명, 문화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는 출발점이 특이점이라는 것이다. 커즈와일은 특이점에 도달한 뒤 인공지능이 한층 더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2045년쯤이면 인간 전체를 합친 두뇌보다 컴퓨터의 두뇌가 10억배 이상 더 힘을 발휘할 것이라 말한다. 커즈와일은 단순히 인공지능 개발을 통한 기술적 진보에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다. 특이점을 통해 새로운 인류의 문명과 문화를 구축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같은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소로 구글을 택했다.
커즈와일은 미래학자가 아닌 과학자이다. 3D프린터를 처음으로 개발하고, 얼굴인식 컴퓨터 프로그램을 창조했으며, 음성인식에 의한 문자기록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각론에 강하면서 큰 그림을 그릴 줄 안다. 현재 인공지능은 크게 세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음성·영상·문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자동인식하는 인공지능이다. 구글은 이미 이 세 분야 인식에 관한 인공지능 개발은 어느 정도 끝낸 상태이다. ‘음성비서 인공지능’에 해당하는 애플의 시리(Siri)가 나온 것이 2011년이다. 1년 뒤 구글은 음성비서 ‘구글 나우(Google Now)’를 선보인다. 시리보다 한층 진화한 소프트웨어이다. 비슷한 질문을 할 경우 미리 예측해서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퇴근할 때마다 날씨를 두세 번 물으면, 묻지 않았는데도 퇴근 전에 일기예보를 전해주는 식이다. 이베이(eBay)에서 쇼핑할 물건을 두세 번 클릭하면 최신제품이라며 이메일에 자동적으로 알려주는 것과 같다. 이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사용허가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진 구글 무인 자동차의 경우 문자·영상·음성 인식이 전부 결합된 인공지능의 축소판이라 볼 수 있다. 시속 100㎞로 달리다가 공사 중이기 때문에 50㎞로 달리라는 신호판과 마주쳤다고 가정하자. 무인자동차가 신호판 문자를 인식하지 못할 경우 과속벌금 티켓을 끊게 된다. 구글은 이 모든 분야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커즈와일의 인공지능은 로봇과 결합된 상태로 발전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 동안 구글이 하루 한 개씩 사들인 4개의 로봇 관련 기업들은 인공지능만 부착하면 완제품이 될 수 있다. 당시 구글 맨해튼 프로젝트에 입성한 로봇 기업은 로봇 팔 전문 ‘레드우드 로보틱스(Redwood Robotics)’, 로봇 바퀴개발 전문 ‘홀롬니(Holomni)’, 로봇 시스템개발 전문 ‘메카 로보틱스(Meka Robotics)’, 로봇 카메라 개발 전문 ‘보트&돌리(Bot & Dolly)’이다. 커즈와일의 일은 이들 개별화된 로봇 영역을 지능으로 묶어 하나로 연결하는 데 있다. 어떤 목적, 어떤 영역에서 활용될지에 따라 인공지능의 특화 분야가 달라질 것이다. 가령 달에 가서 자원을 캐는 로봇이라고 할 경우, 광물에 관한 지식과 인식이 뛰어난 인공지능을 연결하면 된다. 탐사를 한 뒤 직접 채굴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팔과 다리의 힘을 보강하면 된다.
런던에 본사를 둔 딥마인드는 인공지능 업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이다. 신경과학자 출신으로 게임 개발자에다 체스(Chess)의 고수로 알려진 CEO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도 무명에 가깝다. 사실 구체적으로 어떤 비즈니스에 집중해 무엇을 연구 개발하고 있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표면적으로 알려진 것은 이 신생회사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게 전부이다. 딥러닝은 최근 인공지능업계를 달구는 새로운 키워드 중 하나이다. 2011년 창업된 딥마인드가 불과 3년 만에 수억달러짜리 기업으로 팔릴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딥러닝에 있다. 인공지능 비즈니스를 활성화시켜 줄 새로운 첨단분야가 딥러닝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주간조선 5월 12일자(2306호)에서 인공지능을 겸비한 로봇이 구글의 차기 핵심사업이라 전망했다. 인공지능 분야는 방대하다. 인간의 지능을 로봇에 이식하는 것은 우주를 개발하는 것만큼 길고도 깊은 영역이다. 딥러닝은 그같은 미래로 나아가게 만드는 첫 발걸음이다.
딥마인드를 인수한 구글은 현재 딥러닝 분야에서 첨단을 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애플도 이 분야에 힘을 쏟지만, 2012년 6월 들려온 해외 토픽 같은 소식 하나가 구글을 딥러닝의 첨단기업으로 각인시켰다. 당시 주목을 끈 구글의 실험은 고양이 인식 실험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듀에 있는 구글 연구실에서 이뤄진 것으로, 유튜브에 올려진 1000만마리 고양이의 얼굴을 구글이 자체 개발한 딥러닝 체계에 의해 개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람이 보면 모두 똑같아 보이는 고양이 얼굴이지만, 구글이 보유한 수퍼컴퓨터로 딥러닝 체계를 활용해 분석할 경우 개별 인식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고양이 얼굴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은 인간, 나아가 개를 비롯한 모든 동물의 얼굴을 컴퓨터가 구별해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딥러닝은 구글의 고양이 실험과 인연을 맺으면서 세간에 알려진 IT 신조어이다. 심층학습이라 번역될 수 있는 딥러닝은 한마디로 인간의 두뇌를 닮은 데이터 분석체계를 말한다. 딥러닝을 얘기할 때 반드시 따라붙는 것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다. 기계학습이라 불리며, 인간이 후천적으로 행하는 학습능력을 본뜬 인공지능 체계에 해당한다. 기계학습은 인공지능 개발의 효시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인간이 배운 모든 지식, 얻어낸 정보, 구체적 경험을 컴퓨터에 집어넣어 분석하는 식이다. 인간이 직접 입력한 테이터 정보를 통해 머신러닝 체계가 구축된다.
딥러닝은 머신러닝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갖는 지능과 두뇌의 기능에 준하는 데이터 분석능력을 갖춘 개념이다. 뉴런과 시냅스로 구성된 뇌의 신경회로와 같은 구도를 컴퓨터를 통해 구축해 나간다는 것. 머신러닝처럼, 사람이 직접 조작해 체계화한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인간 뇌의 신경회로에 준하는 컴퓨터 체계를 구축해 뇌와 같은 능력을 창조해내자는 발상이다. 자동차 인식을 예로 든다면, 머신러닝은 자동차 번호판·색상·모델·디자인 등을 다각도로 입력해서 데이터로 종합분석해 내는 식이다. 반면 딥러닝은 사람이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차를 그냥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색상·번호판·모델을 인식해 누구의 소유인지를 알아내는 인공지능에 해당된다.
딥러닝이 집중적으로 연구되는 분야는 화상, 음성, 언어 세 분야로 압축된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에 객관적·수치적 분야만이 아닌, 주관적·관념적·심미적 분야에까지 딥러닝이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000만마리 고양이 가운데 가장 인간에게 사랑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고양이는 누구?’라는 식의 질문에 답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주의할 점은, 딥러닝이 100% 옳거나 정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인간 각자의 지능과 관심 분야가 다르듯 딥러닝에 의해 파악된 결과가 진실, 또는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다. 99% 이상의 정확도로, ‘코 밑에 점이 달린 검은색 고양이가 최고의 인기 고양이다’라는 식으로 답할 수 있을 뿐이다.
1000만마리 고양이 얼굴 인식을 성공리에 끝낸 구글은 실제 딥러닝의 영역을 다른 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해 5월 28일, 세계에서 제일 비싼 호텔 중 하나인 모나코 몬테카를로호텔에서 ‘2014 유럽 데이터센터’ 회의가 열렸다. 발표자는 구글 데이터센터의 부회장 조 카바(Joe Kava)다. 뉴런 시스템을 통한 딥러닝 체계를 활용해 구글 내 데이터센터를 관리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이 마련됐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전문 엔지니어들이 해오던 데이터센터 관리를 딥러닝 체계에 맡겼다는 꿈 같은 얘기가 모나코 호텔에서 울려퍼졌다. 구글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12군데에 분산돼 있다. 미국 9곳을 포함해 대만, 싱가포르, 핀란드, 벨기에, 아일랜드 등에 데이터센터가 있다. 양적 질적으로 방대한 규모와 시설을 자랑한다. 습도, 온도, 먼지밀도, 화학반응 같은 분야는 데이터센터 관리를 위한 기본요소이다.
조 카바의 발표는 일단 온도조절에 관한 딥러닝 운용 결과에 관한 것이었다. 기존처럼 인간이 직접 데이터센터를 돌아다니면서 온도를 측정한 뒤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온도조절 기능을 딥러닝 체계가 알아서 한다는 것이다. 딥러닝 체계를 1년간 운영한 결과, 99.6%의 정확도로 데이터센터의 온도조절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더울 때는 컴퓨터가 온도를 알아서 낮추고, 추울 때는 온도를 높인다. 어디에 위치한 에어컨을 사용하고 어느 정도 온도에 얼마 동안 찬바람을 내보내야 하는지도 딥러닝으로 해결한다. 소규모 공간이 아니라, 수천㎡에 이르는 데이터센터 공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이것이 간단하고 단순한 발표로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춥다, 덥다, 적당하다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 개념이다. 온도만이 아니라 습도, 바람 같은 것도 고려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딥러닝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 체계에서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판단과 실행이 이뤄진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무리를 줄 정도의 더운 날씨, 더운 날씨가 곧 올 것이라고 판단하는 즉시 어디의 에어컨을 어느 정도 돌릴지를 결정해 온도를 조절하는 식이다. 전기의 효율적 사용뿐 아니라 온도관리를 하는 인력을 줄임으로써 돈도 아낄 수 있다.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는 전 세계 모든 데이터 정보통신 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고난도의 신기술에 해당한다.
현재 구글 인공지능 분야를 지휘하는 총사령관은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발명가이자 기업가이자 학자이다. 명예박사를 포함해 무려 9개의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천재이다. 현재 구글의 엔지니어링 분야 디렉터로, 빌 게이츠가 “인공지능(AI)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미래 예측가”로 극찬한 사람이다. 인공지능계의 대부로 통한다. 그가 구글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은 “구글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구글은 지난해부터 커즈와일의 지휘하에 ‘인공지능 맨해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이뤄진 원자폭탄 개발 계획을 지칭한다. 당시 1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예산과, 미국 내 최고 과학자를 끌어들인 역사적 과제가 맨해튼 프로젝트이다. 맨해튼 프로젝트가 결실을 거뒀기에 태평양전쟁에서의 승리가 가능했고, 냉전 당시 소련에 대한 미국의 우위가 유지될 수 있었다.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의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과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이미 1990년 “1998년 이전에 체스게임의 승리자가 인간이 아닌 컴퓨터가 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그의 예상대로 1997년, 역사상 처음으로 컴퓨터가 체스 세계 챔피언을 물리쳤다. 승자는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딥 블루(Deep Blue)였다. 1970년대 말 군사용 인터넷이 막 출연해 일부 학자가 독점할 당시에도 커즈와일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인터넷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그는 “신체장애자도 2000년 이전에 로봇 팔이나 다리를 통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과 관련된 커즈와일의 예리한 전망을 고려할 때 15년 뒤 펼쳐질 인공지능 컴퓨터의 세계는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커즈와일은 과학이 인간의 두뇌를 압도하는 2029년 이후의 세상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넘어서는 순간을 의미한다. 한때 2045년이란 가설도 나왔지만, 엄청난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특이점은 2029년으로 앞당겨졌다. 인간 개개인은 물론 사회, 문명, 문화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는 출발점이 특이점이라는 것이다. 커즈와일은 특이점에 도달한 뒤 인공지능이 한층 더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2045년쯤이면 인간 전체를 합친 두뇌보다 컴퓨터의 두뇌가 10억배 이상 더 힘을 발휘할 것이라 말한다. 커즈와일은 단순히 인공지능 개발을 통한 기술적 진보에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다. 특이점을 통해 새로운 인류의 문명과 문화를 구축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같은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소로 구글을 택했다.
커즈와일은 미래학자가 아닌 과학자이다. 3D프린터를 처음으로 개발하고, 얼굴인식 컴퓨터 프로그램을 창조했으며, 음성인식에 의한 문자기록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각론에 강하면서 큰 그림을 그릴 줄 안다. 현재 인공지능은 크게 세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음성·영상·문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자동인식하는 인공지능이다. 구글은 이미 이 세 분야 인식에 관한 인공지능 개발은 어느 정도 끝낸 상태이다. ‘음성비서 인공지능’에 해당하는 애플의 시리(Siri)가 나온 것이 2011년이다. 1년 뒤 구글은 음성비서 ‘구글 나우(Google Now)’를 선보인다. 시리보다 한층 진화한 소프트웨어이다. 비슷한 질문을 할 경우 미리 예측해서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퇴근할 때마다 날씨를 두세 번 물으면, 묻지 않았는데도 퇴근 전에 일기예보를 전해주는 식이다. 이베이(eBay)에서 쇼핑할 물건을 두세 번 클릭하면 최신제품이라며 이메일에 자동적으로 알려주는 것과 같다. 이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사용허가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진 구글 무인 자동차의 경우 문자·영상·음성 인식이 전부 결합된 인공지능의 축소판이라 볼 수 있다. 시속 100㎞로 달리다가 공사 중이기 때문에 50㎞로 달리라는 신호판과 마주쳤다고 가정하자. 무인자동차가 신호판 문자를 인식하지 못할 경우 과속벌금 티켓을 끊게 된다. 구글은 이 모든 분야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커즈와일의 인공지능은 로봇과 결합된 상태로 발전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 동안 구글이 하루 한 개씩 사들인 4개의 로봇 관련 기업들은 인공지능만 부착하면 완제품이 될 수 있다. 당시 구글 맨해튼 프로젝트에 입성한 로봇 기업은 로봇 팔 전문 ‘레드우드 로보틱스(Redwood Robotics)’, 로봇 바퀴개발 전문 ‘홀롬니(Holomni)’, 로봇 시스템개발 전문 ‘메카 로보틱스(Meka Robotics)’, 로봇 카메라 개발 전문 ‘보트&돌리(Bot & Dolly)’이다. 커즈와일의 일은 이들 개별화된 로봇 영역을 지능으로 묶어 하나로 연결하는 데 있다. 어떤 목적, 어떤 영역에서 활용될지에 따라 인공지능의 특화 분야가 달라질 것이다. 가령 달에 가서 자원을 캐는 로봇이라고 할 경우, 광물에 관한 지식과 인식이 뛰어난 인공지능을 연결하면 된다. 탐사를 한 뒤 직접 채굴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팔과 다리의 힘을 보강하면 된다.
출처: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2&nNewsNumb=0023111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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