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남짓한 지원금 5년내 갚아야…심사인력 바뀌면 사업평가 뒤집혀


◆ 뭉칫돈 몰리는 분양권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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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3년 과학ㆍ기술ㆍ산업 스코어보드` 보고서에는 주요 회원국의 창업기업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가 나온다. `창업 3년 뒤 살아남은 기업 비율`을 보면 슬로베니아 68.4%, 룩셈부르크 66.8%, 호주 62.8%, 미국 57.6%, 이탈리아는 54.8%다. 한국은 41.0%로 꼴찌다. 우리나라 창업기업들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국내 중소기업들의 재기 지원 시스템(패자부활전)을 제대로 만들 필요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재도전 생태계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재창업 자금을 지원한 첫해인 2010년 자금을 지원받은 업체 중 33%가 상환기간(2년 거치, 3년 원금 상환)이 됐을 때 자금을 갚지 못해 다시 신용불량 상태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듬해 새로 지원받은 업체 역시 25%가 제때 원금을 갚지 못하는 등 상당수 업체들이 재창업 자금을 상환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또 1차 자금을 받은 업체 가운데 추가로 2차 자금을 받은 업체는 19.3%에 불과했으며 3차 지원까지 이어진 사례는 4%가 채 되지 않았다. 신용불량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재기 기업인들의 핵심 자금줄은 중진공의 재창업 자금이다. 현재 재기 기업인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자금은 연간 약 600억원 수준으로, 이 중 중진공 자금이 70%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 재창업 자금은 재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재창업한 날부터 최대 7년이 지나지 않은 기업인에게 최대 운전자금 10억원과 시설자금 35억원을 저리로 융자해주는 제도. 

중진공이 집행한 재창업 자금은 2011년 124억원, 2012년 202억원, 2013년 406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매년 폐업하는 법인 5만개 중 약 3%인 1500명(추정)이 재기에 나서는 현실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2600만원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재기에 나선 기업인들이 평균적으로 지원받는 금액은 1억원대 중반(1차 지원 기준)으로 2600만원보다 많다. 정책자금의 존재를 모르거나 신청했다가 거부당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금액이라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게다가 2012년 1억6200만원이던 평균 지원금액이 올해 7월 말 기준 1억1700만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지원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은 상황에서 그나마 어렵게 받은 자금을 상환하는 기간은 다른 나라보다 짧고, 게다가 추가로 자금 지원을 받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중진공 재창업 운전자금 상환기간은 5년(2년 거치, 3년 원금 상환)으로 최대 15년인 일본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짧은 편이다. 이에 대해 중진공 관계자는 "청년창업자들을 위한 청년전용창업자금 역시 재창업 자금과 상환기간은 같으며 재창업 자금이 특별히 짧다고 볼 수 없다"며 "운전자금 성격상 5년 이상 대출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창업자에 비해 금융권 대출이 사실상 막혀 있는 재기 기업인들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 A사 대표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방송중계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나 2011년 첫 지원을 받은 이후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해 제2신용불량 상태가 됐다. 더욱이 중기청ㆍ미래창조과학부 등에서 진행하는 연구개발(R&D) 지원 프로그램에서도 제외되는 처지에 놓였다. A사 대표는 "국내에서는 재창업 성공 확률이 상당히 낮다는 것도 재기 과정을 겪으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중구난방식 심사 기준도 문제다. 한류 열풍을 탄 드라마에 나온 아이템을 해외로 판매하는 C중소기업 대표는 지난해 정부정책자금 심사직원에게 우수 아이템으로 평가받아 1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심사 인력이 바뀌면서 `간접광고(PPL)가 도대체 무슨 개념이냐` `이런 아이템으로 무슨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질책을 들었고 더 이상 추가 지원을 받지 못했다. 한 해 사이 사업평가가 180도 달라진 것. 

추가 지원이 끊기고 자금을 상환조차 하지 못해 또다시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는 이들이 늘면서 전문가들은 유망한 중기를 엄격히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인수 카이스트 기업가정신연구센터 교수는 "현재의 융자와 R&D 자금만으로는 재기 기업이 성장하기 어렵고 결국 재도전 펀드 등과 연계해 집중적으로 후속 지원을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민석기 기자 / 김정범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329773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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