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기획! '미생 탈출' AtoZ] (16)현대상선

펜실베니아주립대를 졸업한 김모군는 올 상반기 현대상선 공채 전형에 지원했다. 서류 전형을 통과한 김군는 자신의 스펙이면 서류전형은 물론 실무책임자 면접(역량면접·PT토론면접)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생각과는 달랐다. 답변 내내 지나친 자신감과 욕심을 드러낸 나머지 면접관에게 비호감으로 찍힌 것이다. 북경대학을 졸업한 최모군도 면접에서 미끄러졌다. 한 인사 담당자는 “둘다 말투와 행동에서 겸손함과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스펙이 좋은 지원자들이 예상외로 많이 탈락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고 해운업체인 현대상선은 세계 유수의 거대 해운사들과 무한경쟁을 펼치는 글로벌 기업이다. 현대상선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차례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상반기 공채는 지난 4월 서류 접수를 시작해 40명을 뽑았다. 현대상선 대졸 초임은 4000만원 안팎. 올 1분기(1~3월) 기준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현대상선의 선박 모습. /현대상선 제공
◇채용 단계

현대상선의 채용 절차는 서류전형→인적성검사→실무책임자 면접→임원면접이다. 이중 실무책임자 면접은 역량면접과 PT토론면접으로 나뉜다. 각 전형별 배점 방식이 아니라, 각 단계를 통과하는 대로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심사한다.

◇선호 스펙, 학력보단 창조적 인재 강조

현대상선 입사자의 대학 분포를 보면 스카이(서울대·연대·고대) 출신부터 수도권대, 지방대, 해외대학까지 다양하다. 출신 대학 분포는 매년 달라진다. 스카이 대학 출신은 매년 평균 10% 이하 수준이다. 전공도 상경·법정 뿐만 아니라 인문계와 이공계까지 다양하다. 고지영 현대상선 인재경영팀 과장은 “스펙은 참고일 뿐 입사 당락을 가르는 요인이 아니다”며 “기본에 충실하고 자신의 행동결과에 책임지는 자율적, 능동적 인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류 심사, 진정성을 담아 압축적인 자소서 작성이 중요

첫번째 단계인 서류전형의 평균 경쟁률은 80대 1. 자소서에는 기본적으로 학력(학교, 전공, 학점, 졸업 여부), 외국어능력 점수(토익, 토플), 기타 자격증, 교내외 경력활동 내역을 적어야 한다. 합격 기준이 되는 최저 점수는 따로 없다. 서류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다.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다양한 경험과 성격, 가치관, 포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총 5개의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갖고 있는 자소서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자소서 분량이 많아야 좋은 자소서로 평가 받는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고지영 과장은 “자소서의 분량을 늘이기 위하여 상투적인 말을 늘여 놓거나 같은 말을 중언부언 반복하는 것이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현대상선 합격자들의 자소서는 대부분 진정성을 담은 압축적인 자소서가 대부분이었다. 분량은 한장 반 또는 2장 정도가 적당하다.

서류는 사내 인재경영팀 직원들이 모두 일일이 읽어 보고 심사한다. 하나의 자소서를 최소한 3명 이상이 교차 심사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소서를 종합 평가한다. 자소서 심사위원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모든 시간을 나열하는 방식의 자기소개서를 가장 싫어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현대상선 요구하는 어떠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명료하고 간결하게 전달해야 한다. 자신의 어떤 역량이 현대상선에 기여할 수 있는지, 내가 얼마나 현대상선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잘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업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것도 좋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현대상선 본사 사옥 전경. /현대상선 제공
◇인적성검사, 솔직하게 검사하기

인적성검사는 인성검사와 적성검사로 나뉜다. 인성검사에서는 책임·사교·조직 능력을 평가하고 적성검사에서는 언어·수리·어휘·추리·역사 능력을 심사한다. 집필고사 형식으로 매년 시험 시간과 문항수가 조금씩 다르다. 대개 2시간~2시간 반 정도 걸린다.

◇실무 면접, 적극적이며 신입사원 다운 예의바른 자세가 중요

자소서와 인적성검사를 통해 지원자의 약 95%가 탈락한다. 최종 선발 인원의 약 5배수가 실무자 면접의 기회를 갖는다. 실무자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서류상 각종 스펙을 지운 상태에서 역량 면접과 PT토론 면접을 한다. 지원자 4~5명이 한 팀을 이뤄 2개의 면접(역량면접, PT토론 면접)을 이어 진행한다. 면접관은 5명 정도가 참여한다.

역량 면접에서는 자소서에 기반해 질문을 던진다. 지원자의 경험과 성격, 가치관 등을 심층적으로 평가 한다. 이때 원어민 면접관이 동석해 간단한 영어 질문도 한다. 일상 대화 수준의 회화 능력을 평가한다. PT토론면접에서는 즉석에서 주어진 주제를 놓고 지원자끼리 토론을 벌인다. 각 팀별로 프레젠이션을 진행한 후, 상대팀과 토론을 한다. 지난해의 경우 ‘전월세 상한제 시행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연금 기업의결권 확대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와 같은 시사적인 문제가 나왔다. 현대상선의 발전을 위한 새 아이디어를 내는 문제도 있었다. 회사의 수익구조 개선과 신사업 개발, 영업력 강화 등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CEO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획안 초고을 짜는 문제였다. 지원자의 논리력과 창의성, 순발력, 발표 능력, 조직원과의 융화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현대상선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자신감과 미소, 예의, 회사에 대한 이해이다. 현대상선의 경영이념을 반드시 숙지한 상태에서 면접에 임해야 하며 자신의 강점과 경험을 자신감있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인사 담당자는 “현대상선이 선호하는 지원자의 말하는 태도는 자신감이 있지만 과하지 않게 안정적인 목소리로 부드럽게 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량 면접 때는 허리를 바로 세우고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두는 자세가 좋다. 답변을 할 때는 과하지 않는 수준의 손 제스처를 섞는 것이 자연스럽다. 토론 면접 때는 상대방을 지나치게 공격하거나, 자기 생각 없이 다른 지원자의 말을 받아서 자기 말처럼 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현대상선은 다양한 국가의 동료들과 협업을 기반으로 업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기반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핵심 역량으로 평가한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현대상선 본관 전경. /현대상선 제공
◇임원 면접, 잘난 척은 무조건 피해야

실무책임자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절반가량이 걸러진다. 최종 선발 인원의 2~2.5배수 가량이 최종 단계와 다름없는 임원면접의 기회를 갖는다. 이때는 실무 역량보다는 태도, 인성, 가치관, 입사 의지 등을 살펴보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자세로 면접을 봐야 한다. 현대상선 임원 면접에서 가장 피해야 할 점은 ‘잘난척’이다. 현대상선 한 임원은 “현대상선은 완성형 인재가 아닌 성장형 인재를 원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비범한 조직’을 지향한다”며 “혼자서만 잘난 독불장군형 인재보다 동료들과의 조화와 융화를 통해 조직에 시너지를 줄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고 말했다. 임원 면접을 통과하면 사실상 합격한 것이며, 이후 이뤄지는 신체검사 등을 통해 최종합격이 결정된다.

이 기사는 현대상선 인재경영팀 고지영 과장(jy.koh@hmm21.com)이 도와주셨습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21/2015072101347.html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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