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혁신` 노키아 망했다
연구개발비 6배 더 썼지만 노키아 끝내 애플에 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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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노키아 중 혁신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한 기업은 어느 쪽일까. 아이폰으로 노키아를 무너뜨린 애플일 것 같다. 그러나 혁신에 투입한 돈만 따진다면 노키아가 애플보다 몇 배나 더 노력했다. 노키아는 2009년 애플에 비해 6.4배나 더 많은 돈을 연구개발(R&D)에 썼다. 2010년에는 4.4배, 2011년에는 3배나 더 썼다. 직원들도 혁신을 위해 밤낮 없이 노력했다. 차근차근 꾸준하게 성실한 태도로 제품과 서비스를 바꿔 나갔다. 하지만 노키아는 몰락했고 MS에 인수됐다.

그야말로 `혁신의 역설(Innovation Paradox)`이다. 노키아는 혁신을 위해 경쟁업체인 애플보다 엄청난 돈을 썼는데 되레 몰락했다. 엄청난 돈을 썼지만, 노키아 제품은 애플보다 훨씬 덜 혁신적이었다.

문제는 노키아가 혁신을 `차근차근` 했다는 데 있었다. 노키아가 추진한 혁신은 `점진적 혁신`이었다. 자사 제품을 꾸준하게 점진적으로 개선해 시장에 내놓았을 뿐이었다. 2000년에 이미 아이폰과 비슷한 혁신적 제품을 개발했지만, 출시는 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였던 블랙베리도 비슷했다.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점진적 혁신에 매달렸다.

그러나 애플은 달랐다. 기존 휴대폰과 완전히 다른 `아이폰`을 내놓았다.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에 기반을 둔 새로운 스마트폰이었다. 애플은 매출액 대비 겨우 3% 안팎을 R&D에 투자했지만 내놓은 제품은 노키아보다 훨씬 혁신적이었다. 애플은 노키아식 점진적 혁신이 아니라 기존 시장을 전복하는 `파괴적 혁신`을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아이폰은 기존 휴대폰 시장을 완전히 파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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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엡스타인(Marc Epstein) 미국 라이스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토니 다빌라(Tony Davila) 스페인 IESE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혁신 패러독스(The Innovation Paradox)`라는 제목으로 된 책을 펴내고 노키아ㆍ블랙베리 몰락 원인을 `점진적 혁신`에서 찾았다. 과거 미덕으로 여겨졌던 성실하고도 꾸준한 개선작업이 `파괴적 혁신(Breakthrough Innovation)` 앞에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노키아는 몰락했으나 애플은 떠올랐고, 마이스페이스와 프렌드스터(Friendster)는 사라졌지만 페이스북은 남았다. 수많은 유통업체들이 고전할 때 아마존은 굳건히 섰고, 커피 산업이 포화 상태에 들어서 아우성칠 때 네스프레소는 강자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결국 파괴적 혁신을 추구한 기업이 시장의 승자가 됐다는 뜻이다.

이들은 "혁신은 개선(Improvement)이 아닌 돌파(Breakthrough)이며, 변화에 대응(React)하기보다는 스스로 변화 그 자체가 돼야 하는 시대가 왔다"면서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기존 시장을 전복하고, 아예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기업이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두 사람을 대표해 엡스타인 교수가 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한 내용이다.

-실패하는 혁신으로 `점진적 혁신`을, 성공하는 혁신으로 `파괴적 혁신`을 꼽았다. 차이점을 설명한다면.

▶점진적 혁신은 기본적으로 기존 제품ㆍ서비스의 경쟁력 확보에 한정돼 있다. 또 그 방식이 한꺼번에 큰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작은 혁신들이 모여 서서히 개선을 이뤄낼 때가 많다. 이를 통해 조직 내 효율성 극대화를 함께 추구하려 한다. 이는 일종의 `에지(Edge)`를 부여해 경쟁사에 비해 좀 더 낫게(Better) 만드는 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점진적 혁신은 `기존 기업`이 `기존에 존재하던 제품과 서비스`를 어느 정도 혁신하는 데 한정된다는 점이다. 반면 파괴적 혁신은 시장 자체를 바꿔 버린다. 기존 시장을 전복하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킨다. 물론 파괴적 혁신은 좀처럼 이뤄내기 어렵고, 리스크도 크며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산업이나 시장이 아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엄청나다.

-기존에는 점진적 혁신이 대세였지만, 오늘날엔 파괴적 혁신이 더 유효한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왜인가.

▶전 세계인이 누구나 인터넷을 보편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힘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되던 정보가 모두에게 열리게 됐다. 인터넷은 힘(Power)의 민주화를 가져왔다. 덕분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들이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스타트업들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기존 기업들이 주로 추구하던 점진적 혁신은 파괴적 혁신에 압도당하게 됐다. 오래된 기업들조차 돌파구를 만들어 기존 시장을 전복하는 파괴적 혁신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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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적 혁신은 `꾸준함` `성실성` 등의 단어로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는 모두 `덕목(Virtue)`으로 여겨지는 것들이다.

▶점진적 혁신은 느리지만 한 발짝씩 꾸준히 나아가는 성실한 개선을 뜻한다. 그리고 이는 덕목이 맞다. 분명히 경영의 세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특히 반짝 사업을 하고 말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십 년간 조직을 유지하고 혁신 역량을 비축하기 위해선 점진적 혁신 역량도 분명히 키워야 한다.

결국 점진적 혁신보다는 파괴적 혁신이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지 점진적 혁신이 아예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어떤 기업이 `돌파구`를 만들어 파괴적 혁신의 기회를 만들었다고 해도 이를 의미 있는 방식으로 시장에 적응해 확장성을 가지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파괴적 혁신을 단행한 후에는 이를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즉 파괴적 혁신으로 돌파구를 만든 후 이를 구체화하는 `실행모드`로 들어가면 이때부터는 점진적 혁신도 함께 단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괴적 혁신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각각의 혁신 방식에 투입해야 하는 자원과 에너지 양을 조절하고, 순서를 잘 짜야 한다는 것이다. 선(先)파괴적 혁신, 후(後)점진적 혁신 순서가 돼야 하고, 조직의 에너지와 자원이 점진적 혁신보다는 파괴적 혁신에 더 많이 투입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통적인 기업들은 이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보유한 제품 혹은 서비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 혁신을 통해 이를 더 낫게 만드는 `개선`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ㆍ조직ㆍ자원ㆍ에너지 등 총량은 한정적이다. 따라서 점진적 혁신에만 신경을 쓰면 파괴적 혁신에 투자할 여지는 줄어든다.

-자원 배분과 우선순위 설정에 실패해 경쟁자에게 뒤처진 기업의 예가 있나.

▶노키아가 대표적이다. 지나치게 점진적 혁신에만 집착했다.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대표되는 기존의 휴대폰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소셜미디어 분야에선 마이스페이스닷컴이나 프렌드스터가 그랬다. 정반대로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은 강자로 떠올랐다. 유통업체들이 기존 오프라인 마켓과 유통방식에 매달렸을 때 이를 과감하게 깬 아마존은 세계 최고 기업으로 떠올랐다.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얼음 생산 업체들`은 점진적 혁신에만 집착하다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례로 유명하다. 이들은 얼음 생산과 좀 더 나은 냉매제 개발에만 열을 올렸으며 `냉장고`가 출현하자 `시끄럽고 불필요한 기계`를 누가 사겠느냐며 비웃었다.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를 한번 봐라.

-사실 파괴적 혁신은 IT산업에서 더 먹히는 경향이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산업군에선 파괴력이 덜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 어떤 산업도 안정적이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전 산업군에 걸쳐 파괴적 혁신이 통할 것이다. 유통도 상당히 보수적인 산업군이지만 아마존의 출현으로 모두가 위협받자 기존 거대 공룡들도 파괴적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월마트조차 체제 전복에 대응하고, 미래에도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장 안정적인 산업으로 꼽혔던 자동차도 그렇다. 아직까진 기존 강자들이 `개선`을 통해 잘해 나가고 있다. 도요타는 심지어 모토가 개선을 뜻하는 `가이젠(Kaizen)` 아니었던가. 하지만 시장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만들어내 영향력을 확대하며 전복을 시도하고 있고, 구글은 자동차회사가 아닌데도 무인자동차 기술 개발을 시도하며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 하고 있다.

물론 자동차는 기존 형태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기존 제품을 더 낫게 만드는 개선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시장이 영원히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언제 어디서 엄청난 돌파구가 마련돼 기존 강자들을 전부 흔들지 모른다. 테슬라와 구글은 시작일 뿐이다.

-파괴적 혁신은 어떻게 도모하는가.

▶현재의 산업과 현재의 시장, 현재의 제품과 서비스를 벗어나야 한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야 한다. 안정적인 것, 지금 수익이 나는 것, 지금 먹고살 거리를 놓고 파괴적 혁신을 도모할 수 없다. 이들은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면 모두 무너질 것들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안정적 수익과 점유율, 캐시카우들은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면 모두 뒤집히고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요즘과 같은 변화의 시대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이 굴러간다`고 느끼는 순간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안정성`이 경고 사인이 되는 시대다. `안정성`은 이제 안전함(Sense of Security)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폭풍 전야의 고요함을 의미할 뿐이다. 신생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전통적인, 오랜 역사의 기업에 비해 파괴적 혁신을 잘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들은 집착하고 얽매일 과거나 수익원, 즉 안정성이라는 것 자체를 갖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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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스타트업이 아닌 기존 기업들은 파괴적 혁신을 할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일단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기만 하면 신생기업보다 기존 기업들이 이를 쭉 이끌고 가기에 더 유리하다. 축적된 경과 자본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IBM이나 네스프레소가 파괴적 혁신에 성공한 후 꾸준히 성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네스프레소 자체는 그렇게 오래된 회사는 아니지만 전통 기업인 네슬레 산하에 있다).

하지만 기존 기업들이 기존 시장이 아닌 미지의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이들 기업은 자신들의 에너지를 보장되지 않는 미래에 투자하기보단 현재의 건강에 투입하고픈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게임 룰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려면 지금 시장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볼 것이 아니라 미래에 스스로가 어떻게 보일지를 봐야 한다. 변화하는 시장에 잘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가 변화 그 자체가 돼야 한다. 그리고 이 같은 마인드를 전 직원에게 전파해야 한다.

-이를 위한 리더의 역할이 있다면.

▶탐험(Explore)과 발견(Discovery)을 그 무엇보다 장려하고, 이를 위한 여지를 줘라. 기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점진적 혁신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둔 나머지 직원들이 새로운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을 만큼 몰아붙이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쓸데없어 보이더라도 엉뚱한, 그리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아라. 각 조직원이 이렇게 해서 모은 아이디어와 네트워크가 눈덩이처럼 커져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것이다. 또 `인하우스(In-House)`의 아이디어뿐 아니라 외부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리더는 이런 토양을 만든 후 어떤 네트워크를 지렛대로 삼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확장하고, 실행모드로 들어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파괴적 혁신 성공하려면
"아래서 위로" 아이디어 샘솟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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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엡스타인 라이스대 교수와 토니 다빌라 IESE 경영대학원 교수는 `혁신 패러독스(The Innovation Paradox)`라는 책을 통해 파괴적 혁신을 창조하는 방법으로 상향식과 하향식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일반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혁신의 토대로 삼는 `상향식` 방식이 훨씬 보편적이다.

반면 소수 리더와 천재가 주도하는 파괴적 혁신의 예는 많지 않다. 이에 대해 엡스타인 교수와 다빌라 교수는 "엄청난 비전을 가진 천재가 조직에 존재한다면 하향식의 파괴적 혁신도 한두 번은 성공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횟수가 반복될수록 이 방식의 성공확률은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스티브 잡스 주도로 하향식 혁신을 일궈낸 대표적인 기업인 애플도 최근에는 상향식 혁신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하향식 혁신은 조직 내 혼란을 일으킨다는 문제 때문이다. 애플조차도 잡스가 주도한 혁신이 반복되자 조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자신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혼란 때문에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엡스타인 교수는 "상향식 혁신이 실패 확률이 낮고, 조직의 결속력과 만족도 측면에서도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향식으로 파괴적 혁신을 시도한 대표적 기업으론 구글이 있다"면서 "구글 역시 처음엔 `검색엔진`이라는 파괴적 혁신으로 성공했고, 이는 두 창업자의 머릿속에서 나왔지만, 이후 쏟아져 나온 수많은 혁신들은 일반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모여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지메일과 구글드라이브, 구글플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 who he is…

마크 엡스타인(Marc Epstein) 교수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과 하버드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을 거쳐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라이스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 문제와 지배구조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하고 있다. 기업에 실질적인 컨설팅도 제공한다. 그는 토니 다빌라(Tony Davila) 스페인 IESE 경영대학원 교수와 `혁신 패러독스` 저술했다. 다빌라 교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IESE로 오기 전에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박인혜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144461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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