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이 틀려서…경험이 없어서…사랑에 빠져서
M&A의 실패 요인은 다양하지만 딜 분석상의 이슈(Analytical drivers), M&A 프로세스상의 이슈(Process drivers), 조직 행동학적인 이슈(Behaviour and cultural drivers)가 가장 대표적이다.
① 어긋난 분석과 전망
첫 번째, 딜 분석상의 이슈는 대부분 기업 경영자들이 실패한 M&A의 주된 요인으로 손꼽는 것이다. `매출액에 대한 우리의 전망이 철저하게 어긋났다` `초기에 생각했던 수익성 개선이 달성 불가능함을 깨달았다`는 등의 언급은 실패한 M&A 사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딜 분석상의 이슈는 규모의 경제 또는 범위의 경제 달성 여부, 핵심 스킬의 획득ㆍ적용 여부에 대한 분석이 잘못 계산돼 생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최근에 진행됐던 동양매직 매각건은 다수 업체가 막연하게 동양매직의 방문판매 채널로 범위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동양매직은 당시 방문 채널에서 정수기ㆍ비데 정도만을 제한적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니 인수 참여 업체들은 이와 중복되지 않는 자사 제품을 동양매직의 방문 채널을 통해 교차 판매한다면 추가 채널 구축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서도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동양매직의 방문판매 채널은 정수기 같이 제품의 우열을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서 관계 영업이 효과적인 특성이 강하다. 거기에 사후관리가 필요하여 주기적인 방문이 요구되고, 동시에 가정주부의 주거환경 관련 의사결정 범위 내 속한 제품에 철저하게 특화되어 있다. 따라서 해당 채널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은 상당히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 유사한 채널 중심의 여러 회사가 매출 확대를 위해서 방판 채널에 정수기 외 연수기, 주방가구 등 다양한 제품을 시도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② 프로세스에서의 시행착오
두 번째 문제는 M&A 프로세스상의 이슈다. M&A는 한 기업을 놓고 볼 때 일 년에 한 건 발생하는 것도 흔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세스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하기 쉽다. 신제품 개발같이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경영 행위에 대해서는 부서 간 역할 분담, 승인 요건 등에 대해 자세한 프로세스 정의가 마련되어 있는 반면 M&A는 그렇지 못하다.
M&A 프로세스에서의 시행착오는 기업에 그 어떤 경영 행위에서의 시행착오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M&A 후 통합 프로세스는 특히나 실패에 대한 용인도가 낮아서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인수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던 임원이 갑자기 통합 책임을 맡게 되거나 통합 프로세스에 대한 경험이 부재한 현업 인력이 투입되는 경우엔 예측하지 못한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③ 들인 노력이 아까워 비이성적 판단
마지막 문제인 조직 행동학적인 이슈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M&A 의사결정에 왜곡된 방향성(Bias)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대기업의 CEO가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달성이 목표이며 M&A도 주요한 수단이라고 발표를 했다고 하자. 이 기업의 M&A 시도에는 이후 왜곡된 방향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M&A 담당자는 `가치 창출을 위한 최선의 딜`을 찾기보다는 `성사 가능성이 높은 메가 딜`을 찾게 될 것이다.
다른 예로는 기업의 주요 M&A 의사결정자가 딜과 일종의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M&A 담당 임원이 딜을 분석하기 위해 들여왔던 수개월간 노력이 아까워서일 수도 있다. 또 딜이 성사되었을 경우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받게 되는 전문가 집단이 주장하는 딜을 부추기는 왜곡된 의견에 CEO가 휩싸일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냉철한 판단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고 M&A의 실패 가능성은 매우 높아지게 된다.
[최재원 L.E.K. 컨설팅 부사장 / 서승욱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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