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탄생110주년 앞두고 재조명
총서기 선출후 전국 돌며 `개혁` 깃발 올려
유훈통치로 정통성 확보…반대세력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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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금 `개혁ㆍ개방의 총사령관` 덩샤오핑 추모 열기로 뜨겁다. 오는 22일 `덩샤오핑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전국에서 봇물을 이루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중국중앙(CC)TV 채널1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역사적 전환기의 덩샤오핑`이다. 5년에 걸쳐 총 48부작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지난 8일부터 매일 밤 8~10시에 두 편씩 연속 방영되고 있다.

덩샤오핑 드라마가 황금시간대를 완전히 점령한 것이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한 관영 언론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덩샤오핑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싣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최근의 `덩샤오핑 띄우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최고지도자로 올라선 이후 리더십 강화를 위해 덩샤오핑의 행적과 발언, 사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 주석의 `덩샤오핑 활용하기`는 그가 당 총서기에 선출된 이후 첫 지방 시찰지로 광둥성을 선택한 2012년 12월부터 본격화됐다. 그는 광둥성 선전시를 방문해 롄화산공원에 있는 덩샤오핑 동상에 헌화한 것을 시작으로 주하이, 순더, 광저우 등을 연달아 방문하며 개혁의 깃발을 치켜 들었다.

이는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행보를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 남순강화는 1989년 톈안먼 사태 폭력 진압 이후 보수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신이 주창하던 개혁ㆍ개방에 브레이크가 걸릴 위기에 처하자 덩샤오핑이 1992년 1월 광둥성 선전과 주하이 등 남부지역을 한 달간 돌면서 개혁ㆍ개방을 역설한 여정을 말한다. 중국은 남순강화를 계기로 다시 개혁ㆍ개방의 길로 들어선 덕분에 지금의 대국으로 성장했다.

시 주석의 `남순강화` 행보는 그의 부친 시중쉰 전 부총리의 유업이기도 하다. 개혁ㆍ개방이 시작된 1978년 당시 시중쉰은 덩샤오핑이 발탁한 광둥성 당서기였다. 시중쉰이 "광둥 사람들의 홍콩 밀항을 막기 위해서는 경제특구가 필요하다"며 덩샤오핑에게 제안해 이뤄진 것이 바로 `개혁ㆍ개방 1번지` 선전특구였다.

시 주석은 덩샤오핑의 발언을 자주 인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3월 상하이시 대표단을 만나 자유무역지대(FTZ)와 관련해 "대담하게 부딪치고, 대담하게 시험하라"고 격려한 것은 남순강화 발언을 되살린 것이다.

한 관영 언론은 최근 시 주석이 인용한 덩샤오핑 명언 11개를 골라 소개하기도 했다. 그중 첫번째 명언은 덩샤오핑의 1981년 문집에 나온 "나는 중국 인민의 아들로 조국과 인민을 애틋하게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홍콩 정치 평론가 조니 라우 씨는 시 주석의 이런 행보에 대해 "정치 권력의 정통성 확보를 위해 위대한 전임 지도자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개혁에 대한 저항 세력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적으로는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공고히 유지하려는 측면에서도 시 주석은 덩샤오핑과 일치한다.

덩샤오핑이 "마오쩌둥이 없었다면 신중국도 없었다"며 마오쩌둥의 공적을 높이 평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시 주석도 지난해 12월 마오쩌둥 탄생 120주년 기념행사 때 "시장경제가 곧 자본주의와 같은 것은 아니며, 사회주의에도 시장은 있다"고 말했다.

스티브 창 영국 노팅엄대학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시 주석은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지 않았던 덩샤오핑식 접근법을 따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 정혁훈 특파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10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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