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 평행상태를 무너뜨리는 어떤 치명적인 사건을 제시하라.

 

 

 

자. 이제부터 이야기는 전개되는 것이다.

매우 중요하다.

이것을 사건이라고 한다.

 

 

 

 

 

 

 

기억하라.

 

이야기는 그냥 전개되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는 그냥 전개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이야기를 자꾸 무리한 행동과 표현과 설명적 수사로서

전개시켜 나가려고 하는 것인데

무조건

개연성과 논리라는 벽에 가로막히게 되고

교수들과 관객들은 개연성과 논리에 허점이 생길 때 바로 불신의 벽을 쌓는다.

 

이야기는 그냥 전개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반드시 사건을 통해 전개된다.

사건이 균형상태를 치명적으로 깨뜨린다면

사건은 저절로 진행된다.

그리고 매우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이다.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싶다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치명적인 사건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사건이

진행시키는 이다.

 

 

여기서 다시 맥기의 말을 들어보자.

 

- 요즘 영화들에서 자주 발견되는 스토리 작법의 실패는 무엇인가?

 

"논리적 허점이 보이거나 인과관계가 맞지 않거나 캐릭터의 행동이 납득이 가지 않을 경우

관객은 바로 불신의 벽을 쌓는다.

의미 없는 사건으로 점철된 영화들도 많다.

어떤 영화는 형편없는 스토리를 과도한 영화적 효과와 편집으로 가리려 한다"

 

 

맥기의 지적이 비단 영화 시나리오에만 적용되는 것인가?

한예종 글쓰기, 혹은 한예종 스토리텔링 및 모든 영화과, 연출과, 극작과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 아닌가?

저 짧은 표현 속에 얼마나 많은 날카로운 지적이 들어가 있는가?

 

 

논리적 허점

 

교수들이 정말 못 견디는 제일 큰 요소이다.

글이 논리적 허점 투성이인 것이다.

특히 무리한 SF 적 설정등이 이런 오류의 대표적인 예이다.

미래세계를 묘사했는데

그 미래세계의 삶이 과학적/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설정등이 전형적인 예다.

갑자기 어떤 획기적인 신약을 개발한다는 설정이나

주인공이 갑자기 세계적인 갑부가 된다고 하는 설정 등이 모두 이런 오류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인과관계

 

갑자기 죽고, 갑자기 살해하고, 갑자기 강간하고, 갑자기 화해하고...

절대로 합격할 수 없다. 논리적 허점이 단 하나라도 보여서는...

심형래 영화를 생각하면 쉽다.

실껏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용이 나타나서 다 해결해주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용어를 잘 알 것이다.

개연성이 스토리의 척추이다.

개연성 없이는 관객을 설득시킬 수 없다.

개연성은 논술로 말하자면 논리적 근거이다.

개연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원인과 결과이다.

한가지 플롯, 한가지 사건에만 집중해도

지면이 모자랄 것이다. 2000~ 3000자의 글은.

한가지 사건이 원인이 되어 그 다음 사건/ 행동을 불러오고 이 사건이 그 다음 사건을 불러오고...

개연성이란 결국 원인과 결과이다.

이것을 로버트 맥기는 인과관계라고 축약해서 지적한 것이다.

 

 

 

캐릭터의 행동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것도 치명적이다.

짧은 입시용 스토리 안에서도

주인공의 성격이 계속 바뀐다.

사람을 이유없이 죽이던 주인공이 갑자기 울고 불고 이타적인 인간이 된다던가...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행동과 성격화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피에타의 그 잔인한 주인공이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으로 변화된다면

그것은 그 인물의

전부가 변화된 것이다 !!

당연히 전위적인 변화이며

그 전위적 변화에 걸맞는

치명적인 사건의 연쇄작용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

그런데 우리는

너무 쉽게 스토리 안에서

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변화시킨다.

 

 

의미 없는 사건

 

이것도 매우 빈번하게 발생되는 실수 중 하나이다. 아니. 거의 99% 이상의 글이 이 오류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올해 내가 논현/ 녹번 연기학원 2개, 학점은행제 학교 포함 학원 3개로 확장하면서 쓸데없는 행정적인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수업을 전적으로 강사선생님들에게 맡기고 나는 행정에 집중했다. (아니, 학원을 론칭해서 적자가 나지않도록 애썼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그리고 학점은행제 학교 여러가지 행정적인 준비들까지)

그러면서 학생들 스토리를 전혀 봐주지 못했고 그 점이 굉장히 후회된다.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강사 선생님들이 해주지 못하는 어떤 부분이 있다. 아무리 뛰어나신 선생님들이 계셔도 결국, 내가 해야하는 몫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2013년에는 무조건 레슨 포 케이아트의 모든 학생들의 스토리를 내가 이끌것이다. 사업을 대폭 줄여서라도 학생들에 대한 통제와 교육적 열정을 지켜가겠다.

올해처럼 수많은 강의를 좌판처럼 벌여놓고 수십명씩 우루루 몰려다니게 하지 않을 것이다.

5명정도의 소그룹으로 조직을 단순화하고, 5명정원의 한 반이 딱 3개의 수업 (스토리, 면접 -전공지식 및 워크숍, 기출문제분석/ 영어)으로 커리큘럼이 깔끔하게 구성되고

대신 그 5명의 학생들은 확실하게 장악/책임지는 시스템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의 스토리는 내가 책임지고 이끌 것이며,  로버트 맥기의 이론을 바탕으로, 마이클 티어노의 스토리텔링의 비밀 + 토비아스의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 이렇게 두권을 교과서로 하는 스토리집중특별과정도 개강할 것이다. 2013년 수업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아무튼

안타깝게도 내가 사업에 정신팔려 여기저기 다니는 동안 학생들이 시험 때 쓴 글을 보니

위의 오류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특히 아직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자신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에

십중팔구 의미없는 사건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면,

결국 논리- 인과관계 - 행동- 사건의 모든 정당한 추진력은

평행상태와

그 평행상태를 깨뜨리는 사건에서 발생한다.

이 사건을 얼마나 잘 만들어주느냐에 따라서

논리와 인과관계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다.

 

예를들어 볼까?

 

피에타에서 주인공의 평행상태는, 여기저기 다니며 잔인하게 돈을 뜯어내는 거라고 했다.

 

이런 주인공의 평행상태를 깨뜨리는 치명적인 상태는 무엇인가?

그래.

바로 엄마라고 스스로 칭하는 한 여인이 주인공의 삶에 끼어든 것이다.

 

이것은 주인공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얼마나 치명적이냐면

주인공의 삶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강력하다.

주인공에게 있어 어머니의 회복은

삶의 모든 정체성을 뿌리부터 뒤흔들 강력한 행동의 동기이자 추진력이 되는

강렬한 사건이다.

 

 

 

 

 

 

 

내용전개는 매우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밖에 없지.

사건이 던져놓은 궁금증들을 해소해 나가면 되니까...

 

왜 저 여자가 나타났을까?

저 여자가 진짜 엄마일까?

어떤 사연이 있을까?

주인공은 저 여자를 어떻게 처리하게 될까?

어떤 비밀을 숨겨놓고 저 여자가 나타났을까?

혹시 주인공에게 희생당한 피해자 중 저 여자와 연관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사건을 통해 발생하고

김기덕은 차분하게 위의 질문들에 대해 답변해 나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면 되는거지.

 

이해가 돼?

사건이 이야기를 전개시킨다는 것이...

 

김기덕이 황금사자상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탄탄한 이유가 있는거야.

서양사람들은 논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작품은 절대로 인정해주지 않거든.

 

 

이창동의 시도 마찬가지다.

이창동의 시의 주인공의 평행상태는 무엇인가?

노인이며

간병인으로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할머니가

시를 쓴다.

주인공 할머니는

단 한번도 자신의 현실과 맞닿을

용기를 갖기 못하고 있다.

그는 치매에 걸렸다는 의사의 통보에도 그것을 부인한다.

그리고 예쁜 옷을 입고 고상하게 시를 쓰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다.

자신이 구축한 환상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이 영화 시의 평행상태다.

그러나

이창동이 영화 시에서 사용한

강력한 사건은 무엇인가?

바로 배우 안내상이 슬금슬금 주인공에게 다가와 (안내상이 연기한 인물의 극중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

충격적인 사실을 말하지 않는가?

주인공의 손자가 이번에 자살한 여중생을 집단 강간한 남학생들 중 한명이라는 것.

 

잘 살펴보라.

스토리 전개는 논리이고

논리와 개연성은

강력한 사건이 이끄는 것이다.

 

주인공의 손자가 여중생을 강간한 그 사건이 발생됨으로 -----> 주인공은 평행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발버둥치게 된다. 문제는 더욱 더 커지고 주인공에게 다가오는 문제도 더욱 커진다. 피해자 어머니와의 합의를 위해 돈 500이 필요하게 되고 -----> 합의를 위해서 죽은 여중생의 어머니를 만나야만 되고 -----> 돈 500을 마련하기 위해 간병인과 섹스를 하고 이후 협박을 하는 등의

치명적인 사건 하나의 파장은

이렇게 엄청나게 확대된다. 외연과 내연 모두의 연쇄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친구야.

스토리를 쓸 때

논리나 개연성에 너무 골몰하지 마라.

논리나 개연성을 짜맞추려고 할 때

네 글은 반드시 억지스럽게 되고 부자연스럽게 되고 매력없게 된다.

논리나 개연성은 짜맞추는게 아니다.

절대로.

논리나 개연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무엇으로?

치명적인 사건으로.

그래서

사건이 중요하다.

어쩌면 평행상태와

그것을 깨뜨히는 치명적 사건.

이게 스토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만 더 예로 들어볼까?

좀 상업적인 영화로.

 

제임스 카메룬의 타이타닉도 똑같아.

 

일단 나는 타이타닉의 주인공이

디카프리오라고 생각하지 않아.

타이타닉의 주인공은

케이트 윈슬릿이야.

그 여자를 주인공으로 놓고 봐야

플롯이 풀리거든.

 

타이타닉에서 케이트 윈슬릿의 평행상태는 무엇일까?

 

케이트 윈슬릿. 주인공 여자가

몰락한 귀족임에도 귀족적이고 봉건적인 삶의 코스프레에 찌들어서 살고 있는 그 상황이겠지?

 

그럼 이 평행상태를 깨뜨리는 강력한 사건이 뭘까?

 

그건 바로 초절정 꽃미남 디카프리오의 등장 !!!!!

바로 이거 아니겠느냔 거야.

암. 바로 이거지. 꽃 미남의 등장이면 여자의 평행상태를 치명적으로 깨뜨려진다는 것을 제임스 카메론이 입증하고 있잖아 ^^

 

그러나 타이타닉이 그렇게 단순한 영화는 아니야.

디카프리오가 갖고 있는 건 단순히 꽃미남에 끝나는게 아니고

말할 수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 아냐?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주인공의 결핍. 즉. 타자에 휘둘리고 봉건적/ 귀족적인 억압적인 삶.

그것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는 자유와 낭만.

그런 것이지.

그리고 또 하나 더 !!

바로 치명적으로 희생적인 사랑.

그 자체 아니냔 말이다.

 

디카프리오의 등장은 주인공에게 치명적인 사건을 진행시키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되지.

 

근데 좀 더 자세히 파헤치면

타이타닉에서 사건을 진행시키는 추진력은

좀 더 앞부분에 있어.

 

바로 개연성을 위해 삽입한 오브제가 있는데

바로 목걸이지.

 

영화의 첫 장면은 침몰한 타이타닉 호를 발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발굴한 목적은 엄청난 값어치의 목걸이가 침몰한 타이타닉호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지.

그런데

막상 발굴한 타이타닉 호

금고 속엔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없고

그 목걸이를 착용한 여자의 벌거벗은 나체그림이 있는거지.

여기서 자연스럽게 개연성이 이어지는거지.

또 사건이 진행되는 힘도 생기는거고.

 

여자는 누구인가?

왜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나?

목걸이는 어디로 갔나?

특히 !!!!

왜 벗었나 -,.-;;;

그것도 굉장한 글레머다.

그리고 !!!

벌거벗고 있는 그림이라면

도대체 그 그림을 그린자는 누구인가?

어떤 사연이 이 그림에는 있는가...

그리고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등등...

 

이 질문들에 대해 답변해 나가는 것이

바로 영화 타이타닉인거야.

 

너무 쉽고 간결하고 정확하지 않아?

 

사건만 잘 만들어주면

개연성과

전개는

그냥 따라오는 것임이 입증되는 거지.

놀랍지 않아?

 

이것이 사건의 힘이야.

 

이따 결말에 대해 언급하면서 다시한번 타이타닉의 목걸이 이야기를 할께.

타이타닉은 헐리우드식 스토리텔링의 교과서다.

어찌보면 너무 상업적으로 딱 들어맞게 맞춰서 유치한 면도 있지만

그래도 가장 효과적으로 대부분의 관객을 움직이는

기본 플롯구성에 충실한 것은 사실이고

이게 역시 먹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처럼 아방가르드한 사회에선

정석이 오히려 혁신이 된다.

 

(노자의 사상과 간디의 언급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진보란 단순화이다 - progress is simplification"

 

디터 람스가 말했듯이, 아무것도 더 하지 않은 것이 가장 많이 더한 것이라는 말처럼

입시 스토리의 혼탁 속에서

기본 플롯에 충실한 너의 글은

반드시 빛나게 될 것임을 장담한다.

그 동안의 숱한 합격생들.

그리고 이 블로그를 보고 카톡으로, 메일로, 그리고 댓글로 알리는

진실된 증언들. 한예종 합격, 서울예대 합격, 신춘문예 합격의 소식들이

바로 그 증거이다.

 

 

근데 우리나라 고전을 무시해서는 안되는게

우리나라 고전 춘향전도

굉장히 탄탄한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다.

굉장히 아리스토텔레스 적이라니까?

 

춘향이의 평행상태는

그냥 사는거지 뭐. ^^ 이몽룡이를 사랑하면서.

 

근데 그 평행상태를 깨뜨리는 사건은?

이몽룡의 등장?

아니 그건 오히려 전제조건에 가깝고 (물론 중요한 사건임에 틀림없지만)

변학도가 나타나서

사또라는 지위를 이용해

수청을 들라고

강요하는 바로 이 것이야.

이 사건이 주인공에게 너무도 강력해서

주인공의 평행상태는 치명적으로 박살이 나고

사건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구.

특히 춘향전이 훌륭한게

딜레마의 문제를 아주 잘 설정했어.

사또의 청을 거절할 수 없는 신분적/ 사회적 상황.

이몽룡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고, 자신과의 약조를 지킬 것인지 아닐지 모르는 상황이 유발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현실과 이상 사이의 딜레마

등의 딜레마가

매우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니까?

 

 

혹시 굉장히 좋은 스토리를 찾고 싶다면

우리나라 고전에 눈을 돌려봐.

생각보다 훨씬 매력투성이의

고전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아.

특히 극작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최인훈의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를 꼭 읽어 보도록.

가치있는 투자가 될테니까.

 

 

 

 

영화적 글쓰기란? (로버트 맥기의 이론을 기준으로) -3 에서 계속


출처: http://intheatre.tistory.com/355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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