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결말을 통한 구원/ 혹은 몰락

 

자. 이제 마지막 결말단계까지 왔어.

지금까지 따라오느라 수고했고

조금만 힘내자.

 

지난 3회의 포스팅을 통해

평행상태와

그 평행상태를 파괴하는 강력한 사건

그리고 사건의 전개...

평행상태를 회복하려는 목숨을 건 도박과 사투

그리고 주인공의 결핍과 그 성장

등에 대해 다루었다.

 

 

이제 마지막 결말을 향해 가보기 전에

다시 한번 맥기의 이론을 인용해보자.

 

 

로버트 맥기가 말하는 '스토리의 3대 요소'

 

1. 주인공이 생명을 건 포커를 치고 있어야 한다. 그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사안을 제시하라.

2. 주인공이 무너진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투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성장이 진행된다.

3. 마지막에 그 균형이 회복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상실한 비극적인 결말이어도 균형으로 볼 수 있다.

 

 

이제 3번 단계까지 온 거야.

3번에서 균형이 회복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평행상태의 회복을 말하는 건데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영화 피에타의 결말은 우리가 다 알듯이

매우 충격적이지.

주인공의 평행상태를 깨는 사건의 시작 (엄마)

그리고 목숨을 건 도박 (엄마의 상실)

그리고 변화되고 성장된 주인공

그리고 모든 숨겨졌던 비밀이 드러나고

그 다음 피에타의 전개에 주목해보자.

 

 

피에타의 주인공이

인간성에 대해 눈을 뜬 이상

예전의 모습 그대로 살 수가 없어.

역학관계가 이미 기울어져 버렸기 때문이야.

주인공은 성장했고

그는 스스로

자신의 죄에 대해 속죄함으로

구원을 쟁취해야 해.

마지막 장면

새벽 일하러가는 트럭 아래에

자신의 몸뚱아리를 묶어두고

길게 핏자국을 끌며

죽어가는 장면은

능지처참 형이 생각나고

십자가 구원의 대속 사건도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지.

그러나 그 죽음이 단순히 비참하거나

거부감이 들지만은 않는 것은

그 죽음을 통해

속죄함

그리고 어쩌면 육체의 죽음을 통한

영혼의 죄사함. 속죄함. 혹은 자유라는

평행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일 거야.

즉.

주인공은 해낸거야.

스스로 몸을 짖이김으로

영혼의 자유를 얻어낸거라고.

더할 것 없이

완전하고 숭고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어.

 

 

보통 학생들의 글을 보면 이 부분에서 문제가 많지

결말을 잘 쓰고

극적 평행상태를 회복시키는 결말까지 나아가는 학생 자체가 매우 드물어.

그러나 극적 결말이 중요한 이유는

모든 것은 결말에 집약되어 나타나기 때문이야.

 

 

제도

구조도

플롯의 완성도

카타르시스도

결말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것이기에

결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꺼야.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예로 든 비극중의 최고 걸작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인데

그 고전의 결말 역시 완벽에 가깝지.

주인공은 모든 비밀을 깨닫고 두 눈을 찌름으로

극적 균형을 이루지.

오이디푸스의 결말에 대해

예전에는 신 앞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성을 증거하는 거라는 해석이 많았는데

요즘엔

일종의 저항으로 읽기도 해.

스스로 형벌을 가하지만

죽지는 않는다?

피는 나지만 죽지는 않는. 어쩌면 신에 대한 적극적 저항행위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

 

 

극적 균형의 회복이 중요한 이유를 알겠지?

 

 

이쯤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건

너의 주제

너의 사상

너의 어떤 의도라도

그 의도가 스토리를 끌어가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야.

이거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포스팅 쓸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주제야.

 

 

학생들이 글을 쓸 때

대부분 자기 주제나 사상을

글을 통해 전달하거나

설명하려고 해.

그리고는 글이 그런 거 아니냐고 물어봐.

글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 아니냐고...

물론 그렇지.

글을 통해 결국 너의 생각을 전하는 건 맞지.

그러나

그 방식이 문제인거야.

 

주제나 사상이나 생각이나 의도는

반드시 플롯 속에 녹아 있어야 해.

플롯과 극적 짜임새와 극적 긴장과 유리된 주장은

강요고 설교고 교조지.

그런데 그런 글들이 얼마나 많은지.

네가 스토리를 쓴다면

스토리를 통해 승부를 봐야 하는거야.

일단 스토리의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플롯의 구조를 통해서

사상과 생각과 의도를 전해야 하는거지.

(전하려고 하지마라. 전하려고 하면 반드시 교조적이 된다)

 

 

예를들어

나는 플롯을 통한 주제전달에서 최고는 역시 이창동의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박하사탕의 플롯과 구조를 좋아해.

 

영화 박하사탕의 구조는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어?

플레이백이라고 하지.

시간을 거꾸로 되돌아 가는 거지.

이걸 구조적으로 상징하는 장면은?

거꾸로 돌아나오는

터널과 기차의 상징이지.

 

그런데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나는게

거꾸로 돌아갈수록

주인공은 희망에 더욱 가까워지지.

절망의 이유와 근원을 거꾸로 되짚어가는 설정의 영화에서

마지막 장면에 우리는 주목해야 해.

주인공 설경구가

대학생 시절. 아마 새내기 같은데

누워서 하늘을 보는 장면에서 끝나잖아?

아직 아무 사건도 경험하지 않은

꿈많고 희망에 찬

대학 새내기의 모습.

그리고 누워서 하늘을 보는 앵글에서

설경구의 얼굴 옆에

작은 꽃 한송이가 있는 것에 주목해야 돼.

 

 

희망을 말하는데 너는 반드시 주의해야 해.

왜 그러냐고?

우리가 사는 현실이

실존적으로 비참하기에

희망에 대한 강요는

극적 설득력을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이야.

현실이 시궁창인데 교조적 희망은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지.

 

그래서 위대한 작가들은

희망을 구조와 플롯 속에 숨겨놓곤 해.

그게 이창동의 방식이야.

 

거꾸로 돌아가는 기차.

인생을 거꾸로 돌리는 설정과 구조는

역설적으로

희망의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내포하고 있어.

 

그것을 입증하려는 듯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서

작은 들꽃 한송이를

살며시 숨겨 놓은 것이지.

 

희망에 대한 가능성.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열린 가능성에 대해

뜨겁게 웅변하고 있는 감독의 마음.

그 마음이 전해질 때

우리는 깊은 감동을 전해받게 되는거 아닐까?

교조적이고

강요하는

비현실적인 희망과는

전혀 다른.

삶의 무게를 지탱하며 선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절실한

삶에 대한 호소.

 

 

 

자.

결말은 반드시 극적인 평행상태의 회복이 되어야 해.

그리고

어떤 구조와 결말과 주장에까지 나아가는 힘도

결말에 있다는 점까지 말했어.

 

 

이창동의 시의 결말 역시

앞서 언급했듯이

주인공 할머니의 죽음과 여중생의 죽음을 교차/ 일치 시키면서

순환구조를 완성하지.

 

죽음으로서 현실과 마주하고

죽음으로서 완벽한 속죄를 하지.

죽음으로서 완벽한 일치를 이루고.

 

맥기가 말한

3. 마지막에 그 균형이 회복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상실한 비극적인 결말이어도 균형으로 볼 수 있다.

가 오차없이 입증된 것을 다시한번 살펴보길 바래.

 

 

타이타닉의 결말도 마찬가지.

 

타이타닉은

목걸이라는 오브제를 활용해 극적 개연성을 이끌어간다고 말했지?

 

처음 타이타닉을 발굴하는 것도 목걸이 때문이고

주인공이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 것도 목걸이 때문이지 (금고 속에 있는 누드그림의 주인공이 착용하고 있는 목걸이 때문)

 

타이타닉의 결말을 보자.

모든 이야기를 마친 주인공 할머니가 말을 마치니까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딱 벌리고 있잖아?

그들을 뒤로하고 주인공 할머니는

갑판으로 가서

다시 예전의 그 멋진 포즈를 해보지.

그리고가 중요해.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지?

자. 퀴즈.

그 상황에서 나와야 하는 물건은?

1) 총 2) 도깨비방망이 3) 가면 4) 도끼 5) 목걸이

 

 

목걸이가 나올때

관객들은 극적 개연성이 쫘악 이어지는 쾌감을 느끼지.

물론 평론가들이나 고급관객들은 작위적인 설정이라고 혐오하겠지만

적어도 나를 포함한 순진한 관객들은

그 시점에서 목걸이가 나올때

환호하게 돼.

그리고 주인공은 그 목걸이를 바다에 던져 버리지.

 

 

내가 타이타닉의 주인공은 케이트 윈슬릿이며

그녀의 결핍은 봉건적/귀족적 삶에 짓눌려 영혼의 자유를 잃어버린 거라고 했지?

 

그런 그녀가 디카프리오를 만나면서

목숨을 건 도박을 벌이게 되고

 

함께 고난을 겪으면서

주변사람들에게 고난을 당하고

또 타이타닉의 침몰이라는 외적 고난까지 겹치게 되면서 문제는 계속 점층되지.

 

모든 것이 얼어있는 바다 위에

디카프리오는 얼어죽고

주인공은

절대적 희생- 목적없는 절대적 사랑을 경험하고는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지.

그것이 초인적인 힘을 불러 일으켜

주인공은 마침내

죽음을 이겨내고

휘슬을 불어 구조되게 되지.

 

극의 마지막 장면을 주목해보자.

할머니가 목걸이를 던지고

그 다음 장면이 매우 중요해.

카메라의 깊은 곳에는

침대에 평온히 누운 주인공 할머니가 보이고

카메라는 패닝하면서

액자를 비추지.

액자 속에는

절대적 사랑/ 희생적 사랑의 사건을 통해

마침내 영혼의 자유를 얻게 된 케이트 윈슬릿이

이후 변화된 삶을 살게 된 기록이 담겨 있어.

승마를 하는 모습.

가정을 꾸린 모습.

그런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삶으로

주인공은 성장하게 된거야.

 

그리고

마침내 숨을 거두면서

영혼의 안식을 얻게되지.

영혼의 자유를 얻은거야.

어쩌면 구원일수도 있어.

 

절대적/ 헌신적인 사랑,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을 통해

주인공은 결핍을 이겨내고 성장하여

마침내 영혼의 자유를 얻게되는거지,

 

 

맥기가 말한 극적 결말에 딱 들어 맞는게 보여?

 

 

주제곡이 흐르고 이 장면을 끝으로

제임스 카메론은 자기 이름을 크게 박아놓지.

마치

관객들을 이 모든 서사속으로 끌어들여놓은 다음

이 모든 극적 몰입을 자신 앞으로 끌어놓는다는 느낌이 들어.

과연. 나는 세상의 왕이다. 라고 외칠만한 자신감이야.

그리고 이런 오만이

바로 작가의 매력. 감독의 매력 아니겠는가.

플롯을 완벽하게 구성한 자는

이런 달콤한 댓가를 얻을

자격을 갖추게 되는거지.

 

 

마지막으로 반전에 대한 로버트 맥기의 언급으로 영화적 글쓰기 6단계를 마무리 하려 한다.

 

-좋은 반전은 어떤 것인가?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의 전개로 관객이 캐릭터에 동화돼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다. 훌륭한 스토리텔링은 이런 경이로운 반전을 품고 있다. 사건이 툭 튀어나와 흐름을 끊어버리고, 캐릭터와 사회에 대한 성찰이 없는 반전은 싸구려 반전일 뿐이다. 액션 작가들이 종종 그런 싸구려 반전에 기대곤 한다'

 

 

 

 

 

 

 

 

현실에서의 적용방법

 

 

 

자. 이제 6가지 플롯에 대해 다 이야기 했어.

그런데 이쯤에선 의문이 들꺼야.

 

좋아. 좋다고. 다 이해하겠어.

근데 저걸 어떻게 써?

쓰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잖아?

너는 쓸 수 있냐?

 

등등의 의문이 생길꺼야.

 

 

네게 숙제를 줘볼께.

 

1-2-3-4-5-6의 단계를 갖춘 플롯 구조를 짜보는 거야.

 

소설쓰기에 몰두하지 말고

글은 6개월동안 아예 안써도 좋으니까

6개의 사건

혹은 6개의 장면, 혹은 단계로

플롯을 짜보라.

(서울예대 영화과는 이 작업이 곧 입시의 시작과 끝이야. 바로 이 방식으로 입시문제가 나오거든)

 

영화과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또 많이 빠지는 오류가

쓸데없이 글 쓰는데 시간을 허비한다는거야.

 

친구야.

너는 영화과를 지원하는거잖아?

 

그러면 플롯이 전부니까

소설쓰기는 이제 그만 집어 치우지?

 

그리고

플롯을 짜임새있게 구성하는 연습을 먼저 해야 돼.

 

그러니

글을 쓰는건 나중에 하자고.

 

대신

장면 6개로 플롯을 축약해서 완성하는 연습을 해봐.

 

아주 짧은 문장으로 각 단계의 장면을 요약해봐.

 

이야기의 뼈대를 구성하는 작업에 몰두하라는 것이야.

 

살을 붙이는건

내가 장담하는데

1주일이면 충분해.

 

영화과에서 합격할만한 글을 완성하는데

글 자체를 쓰는데는 1주일이면 충분한거야.

 

나머지는 다

구조와 뼈대와 아이디어의 문제라고 확신해.

 

그러니까 제발

구조를 짜는 연습을 하라고.

 

이제 소설 쓰기는 그만하자. 영화과를 지원하는 학생이라면.

문장? 표현? 대사? 묘사? 제발 좀 버리라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으니까.

제발 빌테니까

대사 좀 쓰지 마.

쿵 쾅 두두둑 앗. 으악....이런 의성어 대사에 쓰지 말라고.

 

영화과를 지원한다면

너는 8개월 준비한다면

7개월은 소재찾기와 플롯구성에 투자하고

나머지 1개월만 간단한 살 붙이기를 배우면 충분해.

 

자. 그럼 이제 서두에 언급한

영화과 및 극작과, 연출과 모든 한예종 및 스토리텔링의 필독서를 하나 더 추천해줄께.

 

 

 

 

 

이 책에서 나오는 모든 형태의 플롯들을

6단계의 플롯구성에 맞춰서

응용해서 써봐.

결정적인 도움이 될꺼야.

 

지금 내가 공개하는 내용은 입시 스토리학원에서 몇달치 분량의 노하우란거 꼭 기억해.

그리고 나중에 합격하면 감사인사 올리라구.

나는 입시를 그만하고 1,2년안에 개성넘치는 학점은행제 대학으로 전환할 것을 준비하고 있기에

모든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는거야.

 

 

지금까지 이 블로그를 통해 합격했다는 수없이 많은 살아있는 피드백들이

나도 고마워.

그러니 걱정말고

한번 해보라고.

 

 

 

 

그리고 기존의 영화들을

위의 6단계로 분석해보라.

짤막한 문장으로 6단계를 쪼개서 노트에 적는 연습을 하라.

 

1- 평행상테

2- 사건 발생

3- 사건의 진행

4- 더욱 더 사건이 복잡해지고 주인공은 극복하고자 목숨을 건 사투를 벌임. 그것이 외면적 행동이건 내면적 행동이건 (사건의 점층)

5- 갈등의 폭발/ 혹은 서사적 클라이막스와 주인공의 변화/ 급진

6- 처절한 몰락 혹은 구원을 통한 평행상태의 회복

 

 

 

 

사실 가르치다보면 느끼는건데

아무리 다 말해줘도

못 알아듣는 학생들은 못 알아듣더라.

이 정도 글을 보고

합격에 이르는 깨달음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글의 몫이 아닌

바로 잘 소화한 너 자체가 좋은 학생이기에

오로지 너의 재능/ 너의 몫인거야.

 

자. 이제 글은 완성되었다.

레시피는 완성이야.

실제 맛있는 식사를 하는건

너희들의 몫이고

그래서 이 글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꺼야.

너희들의 적용을 통해서

그리고

삶을 통해서

 

그래서 고맙다.

이번 주 내로 완성될 홈페이지와 내년 초에 출간될 단행본에도 많은 관심 부탁해.

 

 

 

끝.

 

 

 

 

intheatre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MA (극작.연출.연기교육)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MFA수료 (비평)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편집간사/ 한국예술종합학교 TA

현) 레슨 포 케이아트 대표

(신사/ 논현 / 녹번 학점은행제 예술학교)


출처: http://intheatre.tistory.com/357

Posted by insighta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