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삼성이야기 에디터, Sam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헤는 밤'
윤동주 시인의 일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윤동주 문학관으로 함께 가볼까요?
하숙생 윤동주, 그가 거닐던 자락에는
강한 겨울의 기운이 잠시 사그라지던 날, 커다란 빌딩과 복잡한 거리의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 한적한 부암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불과 몇 분 거리에 떨어진 곳이지만, 부암동과 청운동의 경계를 가로 짓는 그 언덕에는 한적함이 감돈다. 그리고 낯선 팻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보인다.
시인이 거닐었을 것만 같은 그 작은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작은 돌계단들이 줄지어 언덕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이끌었고 계단 옆 울타리에는 익숙한 시구와 익숙한 단어들이 새겨져 손에 맞닿았다. 기대하고 오른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아담한 시인의 언덕이었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지도 그렇다고 그 풍경이 화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차갑지만 차분한 분위기가 그 언덕을 지배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 위압적으로 느껴지는 인왕산과 저 아래의 경복궁 그리고 남산, 북악산, 북한산이 다 보이는 바로 이 언덕에서 시인은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시를 썼을까.
윤동주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사실, 윤동주 문학관이 위치한 종로구는 청년 윤동주의 삶이 묻어 있는 곳이기에 연이 있다.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지금의 연세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그는 종로구 누상동에서 정병욱이라는 후배와 함께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생활을 했다. 그리고 정병욱의 회고담에 의하면 아침이면 함께 인왕산으로 산책을 나서거나 약수터에 가서 세수를 하였다고 한다.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대표작들은 그의 대학 시절에 대부분 완성되었다. 실제로 이 언덕을 윤동주 시인이 거닐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언덕을 돌아 돌담을 끼고 내려오다 보면 마치 내가 시인이 된 듯 걸음 하나하나가 신중해진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새겨진 시비 앞에는 한 여인이 웅크려 앉아 넋을 놓고 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마음이 느껴져 카메라의 셔터 소리도 죄스러웠다.
언덕을 따라 자연스럽게 난 길을 걸어 내려오면 희고 작은 외관의 윤동주 문학관과 마주한다. 겉에서 스쳐 보기에는 마치 카페 같아 보이지만 이곳은 사실 수도 가압장이라는 산업시설이 있던 곳이다. 정수장에서 수돗물이 생산돼서 가정으로 흘러가다가, 지대가 높은 이곳에서 유속이 느려질 때 압력을 가하여 다시 세차게 흐르도록 하는 장소이다. 윤동주와 가압장은 그러한 점에서 닮아있다. 세상사에 지쳐 타협하면서 비겁해지는 우리 자신에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의 시는 새로운 자극을 준다.
윤동주 문학관은 총 세 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제1전시실에는 시인의 어린 시절부터 죽고 나서 유고시집이 나오기까지의 일생을 볼 수 있는 사진들과 유품 등을 연대별로 전시해 놓았다. 윤동주, 그 이름을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할 이는 드물 것이다. 그만큼 그의 시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그의 삶 또한 많이 알려졌다. 윤동주는 살아생전에는 시인이 아닌 그저 시를 쓰는 학생이었다. 전 생애를 일제강점기에 보내고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은 윤동주. 그리고 그가 죽은 지 3년 뒤, 유족들이 시를 모아서 낸 유고시집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이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 중학교였던 광명중학교로 전학을 간 뒤 두 달 만에 쓴 이런 날이라는 시. 그리고 일본 유학을 가기 위한 창씨개명을 하기 5일 전에 쓴 참회록과 같은 시들이 들어있다. 제1전시실에는 참회록의 원고를 볼 수 있었다. 원고의 빈 여백에 어지러이 쓰여 있는 힘, 상극, 도하, 생존 등의 단어는 그 당시 시인의 고된 심경을 눈으로 바라보게 해주었다.
전시실의 한가운데에는 윤동주의 생가에서 가져온 우물 목판이 자화상이라는 시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우물은 윤동주 시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매개체로 우물은 곧 성찰을 뜻한다. 이곳 문학관의 전체적인 테마도 우물이다.
제1전시실을 지나면 물탱크를 개조한 열린 우물과 닫힌 우물로 이어진다.
제2전시실 열린 우물로 향했다. 사방이 콘크리트벽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지붕은 없었다. 바람이 벽을 타고 흘러 내려왔고 햇살과 하늘 그리고 살짝 걸쳐진 나뭇잎이 머리 위로 보였다. 윤동주의 시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하는 이곳이 제2전시실이었다. 마치 제3전시실로 향하는 통로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물탱크의 천장을 제거한 이곳은 열린 우물이라는 이름을 가진 하나의 작품이자 공간이다. 이곳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네모 반듯한 액자에 담긴 하늘 풍경을 바라보는 듯하다.
커다란 철제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3전시실이 나타난다. 천장에 있는 작은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빛 말고는 암흑 그 자체이다. 이곳은 윤동주의 생애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전시실이다. 영상이 시작되면 천장의 빛은 차단되고 암흑 속에서 영상은 시작된다. 윤동주가 그의 생을 마감했던 후쿠오카 형무소의 독방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윤동주는 일본에서 유학 중이었던 1943년 사촌인 송몽규와 함께 경찰에 검거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옥사했다. 모자에 진 작은 잔주름 하나도 견디지 못했던 그의 일생을 보고 돌아 나오는 길에 다시 마주한 열린 우물은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윤동주 문학관을 나서니 새로운 길이 보인다. 비록 어제도 오늘도 같은 길이었던 그 길이.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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