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바꿀 때가 되면 누구나 신경이 곤두선다. 같은 기기를 누구는 80만원에, 누구는 40만원에 사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 국민을 ‘호갱님(호구+고객)’으로 내몰았던 휴대폰 시장에 변화가 찾아올 전망이다. 10월부터 ‘단통법(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실시되는 것.
앞으로 휴대폰 ‘호갱님’은 사라질까? 단통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변화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1. 싼 요금제도 보조금 받는다
그동안에는 휴대폰을 살 때 어쩔 수 없이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저가 요금제를 선택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휴대폰을 싸게 사기 위해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고서는 통화나 데이터를 다 쓰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요금제에 따른 ‘보조금 차별’은 단통법이 시행되는 10월1일부터 사라질 전망이다.
이 보조금 혜택은 요금제에 비례해 모든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이를테면 10만원대 요금제를 쓰는 소비자가 3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면 5만원대 요금제 가입자는 절반인 15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예전처럼 비싼 요금제 가입 고객에게만 거액의 보조금을 몰아주는 차별적 행위가 불가능해졌다. (연합뉴스 8월10일)
보조금 상한선도 조정됐다. 새로 시행되는 단통법에 따르면, 보조금 상한선은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결정에 따라 25~35만원 범위 내에서 6개월마다 다르게 결정된다.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난 휴대폰은 보조금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 대리점이나 판매점은 정부가 공시한 보조금의 15% 내에서 추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소비자가 최대 40만 원가량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
지금까지는 보조금 상한선이 27만원으로 규제돼왔다.
2. 통신사? 제조사? 보조금 출처 공개된다
휴대폰 보조금에는 두 종류의 보조금이 섞여있다. 통신사에서 지급하는 보조금, 휴대폰 제조사에서 지급하는 보조금(판매장려금)이 그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휴대폰 보조금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알 길이 없었다. 보조금 출처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월부터는 달라진다. 통신사에서 지급한 지원금이 얼마인지, 제조사에서 지원한 보조금이 얼마인지 각각 분리해서 공시하도록 하는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는 것.
방통위는 논의 끝에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동통신사업자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공시할 때에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와 협의해 이동통신사업자가 직접 부담하는 금액과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가 이동통신사업자에 지급한 장려금 중 위 지원금에 포함된 금액을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공시”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합뉴스 8월8일)
이렇게 되면 뭐가 달라지는 걸까? 휴대폰 단말기의 출고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조금 분리공시로 제조사들은 자신들이 지급하는 휴대폰의 모델별 보조금이 고스란히 공개된다. 현행처럼 특정 이통사나, 대리점·판매점을 통해 불법 보조금을 살포할 수도 없다. 출고가에서 보조금을 제외한 사실상의 가격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만큼 출고가 인하에 경쟁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경제 8월10일)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휴대폰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단통법 시행으로 휴대폰의 실제 판매가격이 노출되면 제조사가 출고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 8월8일)
제조사의 지원금이 공개되면 단말기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말기 가격이 90만원이고 제조사의 지원금액이 10만원이면 그만큼 단말 인하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 제조사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8월8일)
3. 중고 휴대폰도 요금할인 받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분리공시제 도입이 결정되면서 ‘분리요금제’도 탄력을 받게 됐다. 서랍 속에 잠자고 있던 중고 휴대폰이나 인터넷으로 구입한 공기계(가입되지 않은 기기)를 새로 개통하더라도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예를 들어 이통사에서 단말기를 구입해 가입할 경우 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이 24만원이라면 서비스만 가입하는 소비자가 24개월 약정을 선택할 경우 매월 1만원의 요금(총 24만원)을 추가로 할인받게 되는 것이다. (아시아경제 8월9일)
이 요금할인선택제(분리요금제)는 단말기를 이통사로부터 구입하는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자급제 단말기 구입 고객 등)간 차별을 방지하고 과도한 보조금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나치게 잦은 단말기 교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요금할인선택제를 선택하면 이통사가 지급한다고 공시된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아이뉴스24 8월11일)
이 같은 분리요금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분리공시제가 필요했다. 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아야 요금할인 요율을 산정할 수 있기 때문.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3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보고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들은 ‘영업비밀이 노출된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방통위는 논란 끝에 분리공시제를 통과시켰다.
한편 단통법이 시행되면 ‘몇 달 동안은 이 요금제를 써야 하고 이 부가서비스를 써야 한다’는 식의 영업도 불가능해진다. 통화나 데이터를 다 쓰지도 못하면서 비싼 요금제를 어쩔 수 없이 써야 했던 일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선택지가 많아진다"며 "대신 지금처럼 불법 보조금으로 가입자를 뺏는 소모적 경쟁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경제 8월10일)
정부는 단통법 시행으로 가계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으로 출고가와 요금 인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법이 제대로 정착되면 가계 통신비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시아경제 8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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