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5

 


‘아파트 관리비 폭탄 사라질까.’

올해 6월분부터 공동주택 관리비와 사용료(아파트 관리비) 항목이 지금보다 대폭 세분화해서 공개된다. 그동안 공개대상 아파트 관리비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27개 항목만 공개됐다.

하지만 관리비를 둘러싸고 관리사무소와 단지 대표, 주민들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관리비가 투명하게 사용되지 않은 것이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꼽혀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아파트 관리비를 보다 세분화해 47개 항목으로 대폭 확대 공개토록 했다. 아파트 관리비 세분화는 국토교통부 지침에 의한 것으로 지난 1일부터 적용됐다.

세분화된 관리비 내역은 개별 가구가 매달 한 번 받아보는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도 반영된다. 또 국토부가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www.k-apt.go.kr)에 들어가면 자신이 사는 아파트뿐 아니라 다른 아파트의 상세한 관리비 내역도 볼 수 있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의 공개 항목대로 관리비 등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1. 아파트 관리비 공개란

아파트 관리비는 주택법이 정하는 관리를 의무로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이 부담해야 하는 각종 관리 비용을 말한다. 인건비를 포함한 일반관리비, 모든 사무비,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등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운영 관련 모든 경비다.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아파트의 주요 시설의 교체 및 보수에 필요한 금액을 내는 수선유지비(장기수선충당금)도 포함된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관리 주체가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계획서를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작성하고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사용한다. 세입자의 경우 전·월세 기간 중 납부한 후 집주인에게 돌려받을 수 있다.

정부는 전국 공동주택 단지에서 관리비 사용내역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자 2009년 11월 아파트 관리비 6개 항목(일반관리비·청소비·경비 비용·소독비·승강기유지비·수선유지비) 공개를 결정했다. 하지만 관리비 비리가 이어지자 2010년 12월 27개 항목(6개 항목 세분화 및 잡수입) 공개를 결정한 데 이어 올해 6월부터 관리비를 47개 항목으로 세분화해 공개토록 했다.

2. 관리비 공개돚미공개 주택 구분은

아파트 관리비 공개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300가구 이상 아파트 ▲150가구 이상으로 승강기가 설치된 아파트 ▲150가구 이상으로 중앙·지역집중식 난방방식 아파트 ▲150가구 이상 주상복합건축물 등이다.

전국의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1만3480여 단지이다. 이는 전체 공동주택 2만7681개 단지의 48.7%에 해당된다. 775만여 가구가 이에 해당된다.

관리비 미공개 건축물은 공개 의무관리대상에서 제외된 공동주택과 원룸 등 도시생활형 주택, 오피스텔 등 임대용 공동 거주시설 등이다. 이들 공동주택과 시설은 자율적으로 운영돼 관리비가 천차만별이다. 이에 따라 정부나 자치단체가 이들 공동주택과 시설에 대해서도 관리비 부과체계를 투명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 관리비 운영주체는

아파트 관리비는 기본적으로 입주민들이 뽑은 단지(혹은 동·棟) 대표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 의해 운영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업체를 선정하고 관리사무소가 업무를 대행한다.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은 입주자 및 사용자(세입자 등)를 보호하고 주거생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공동주택을 관리 또는 사용하는 데 준거가 되는 규칙이다. 이 준칙은 각 시장·도지사가 정한다. 이 준칙에 따라 아파트 단지마다 관리규약을 정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민 대부분은 이런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자체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상당수 아파트의 경우 세입자들이 많아 몇몇 집주인들에 의해 입주민대표자가 뽑히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관리 주체도 그들에 의해 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4. 관리비 갈등 왜 생기나

입주민들이 낸 아파트 관리비가 투명하게 사용되지 않은 것이 갈등의 근본 원인이다. 또 아파트 단지마다 관리비가 천차만별인 것도 다툼에 일조하고 있다. 실제 입주자대표회의가 호선으로 선출되는 곳과 외부감사가 있는 곳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아파트의 관리비 사용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국토부는 파악하고 있다.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가 담합해 관리비를 쌈짓돈처럼 쓰거나 빼돌려도 감사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입주민들끼리 소송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웃 아파트와 관리비가 다른 점도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국토부 등이 서울시 전체의 공동주택 관리비 현황(3월분 기준)을 분석한 결과 ㎡당 평균 관리비는 1835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구별로 뚜렷한 이유 없이 관리비 편차가 커 ㎡당 1000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5. 관리비 분쟁 급증

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싼 분쟁은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6·4 지방선거 전남 여수시장에 출마한 한 후보가 특정 업체를 겨냥, ‘아파트 관리비 과다 징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국토부가 집계한 전국 아파트 관리비 관련 민원 건수는 2011년 814건에서 2012년 8755건, 지난해 1만1323건으로 급증했다. 관리비 관련 소송 건수는 2011년 2844건에서 2012년 3085건으로 증가했다.

국토부와 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충북 청원 오송지역 한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비로 매년 1300만∼1800만 원 가까이 지출됐다. 식사비용도 매월 30만∼50만 원 안팎씩 꼬박꼬박 나갔다.

지난해 경기지역 한 아파트는 단지 보수공사를 둘러싸고 입주민과 입주자대표 사이에 관리비를 둘러싸고 분쟁이 생겨 경찰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대구지역 A아파트는 10억 원이 넘는 개별난방 전환공사를 하면서 국세 채무가 있는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하는 바람에 압류 소송에 휘말렸다. 입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장이 담합해 변조된 입찰보증서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업자를 선정하는 바람에 소송까지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에서 공동주택 관리비 관련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부적정(12건), 관리비 횡령 유용 및 보조금 허위정산 등 160여 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6. 관리비 세분화 공개 내용은

국토부는 아파트 관리비 갈등을 해소하는 첫걸음으로 관리비 사용 내역 세분화 공개에 있다고 보고, 공개 항목을 대폭 확대했다.

그동안은 ▲인건비 ▲제사무비 ▲제세공과금 ▲차량유지비 ▲수선유지비 등 27개 항목으로 공개됐으나 이를 더 구체화시킨 것이다. 현재 일반관리비 중 인건비 항목으로만 공개됐던 것을 급여·각종 수당·상여금·퇴직금·산재보험료·고용보험료·국민연금·국민건강보험료·식대 등 복리후생비로 세분화했다. 또 일반관리비 중 모든 사무비 항목으로만 공개됐던 것을 일반 사무용품비·도서 인쇄비·교통 통신비 등으로 나눴다.

현재 일반관리비 중 제세공과금으로만 공개됐던 것도 전기료·통신료·우편료·세금 등으로 세분화됐다. 일반관리비 중 차량유지비로만 공개되던 것도 연료비·수리비·보험료·기타 차량유지비로 분류했다. 또 수선유지비로만 공개되던 것도 용역금액 또는 자재 및 인건비·보수유지비·제반 검사비, 건축물의 안전점검 비용·재난 및 재해 등의 예방에 따른 비용으로 세분화했다. 이 밖에 일반관리비 중 기타 항목으로만 공개되던 것을 관리용품 구입비·회계감사비·그 밖의 비용으로 분류했다.

7. 이웃 아파트와 비교 가능

그동안은 항목별 표준서식도 통일되지 않은 데다 아파트 관리비와 사용료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다른 아파트 단지와 비교가 어려웠다. 아파트 단지마다 관리비와 사용료가 뭉뚱그려서 공개되다보니 객관적인 비교가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6월부터 관리비 내역이 보다 상세하게 공개됨에 따라 입주민은 관리비 중 어떤 항목이 다른 단지와 비교해서 다른지, 쓰임새의 과다 등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비교할 수 있게 됐다. 각 항목을 다른 단지와 비교할 수 있음에 따라 개개 입주민들이 낭비 요인은 없는지 등을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마다 관리비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함에 따라 서로 비교해서 볼 수 있어 관리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쓰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8. 관리비 세분화로 투명해질까

국토부는 관리비 세부내역 공개에 따라 관리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관리비 운영에 대한 투명성도 전반적으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가 아파트 관리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비 공개 항목을 확대했지만 정작 문제의 소지가 있는 항목은 변화가 크게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개 항목 세분화가 일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장기수선충당금과 경비비 등은 빠진 채 월별 변동 폭이 크지 않은 일반관리비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인건비나 보험료처럼 드러나는 사용내역보다는 장기수선충당금이나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경비비 등에서 비리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9. 보완점은 없나

전문가들은 보다 구체적인 공개를 주문하고 있다. 수선유지비 사용내역이나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와 또 다른 경비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승강기유지비의 각종 검사비, 중앙난방의 경우 난방 가동 일과 시간 등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개개 입주민들이 수많은 세대의 난방비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 불가능한 상황에서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가 담합해서 관련 서류를 준비하면 비리를 찾아내기 어렵다”며 “가구 수가 많은 아파트 단지일수록 착복하는 금액을 소액으로 쪼개 각 세대에 떠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부 회계 전문업체 감사 조항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외부 감사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이 담기지 않은 데다 입주민의 3분의 2가 찬성하면 외부 감사를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입주자대표들이 경비 절약을 이유로 외부 전문업체 감사 불필요 의견을 개진하며 입주민 찬성을 유도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10. 관리비 투명화 첩경은

무엇보다도 입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기에 정부의 관련 법령 및 시행령 개정과 함께 자치단체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관리비 문제가 있는 아파트의 경우 민관 합동조사를 실시하는 등 구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서울시처럼 자치단체마다 관리비 분쟁 예방과 해소를 위한 지원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 경우 아파트 관리비의 거품은 빼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 ‘공동주택관리 지원센터’ ‘아파트관리 주민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1&oid=021&aid=0002199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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