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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상은 ‘백화점 모녀 사건’으로 들끓었다. 백화점에서 주차 문제를 놓고 고객이 아르바이생을 무릎 꿇린 사진이 SNS에 올랐는데 땅콩 회항에 이은 ‘갑(甲)질’이라며 네티즌은 분노했다. SNS에서는 서비스 불만으로 점원에게 욕설을 하거나 때리는 진상 고객이 간혹 논란이 된다. 하지만 진상과 갑질을 대하는 네티즌의 반응은 분명히 다르다. 

‘진상’은 양자 사이에 벌어지는 구체적 ‘행위’에 초점을 둔다. 서비스센터나 식당 등에서 직원에게 욕설을 하고 택시에서 소란을 피우는 고객은 대개 진상으로 지탄받는다. 이 점에서 고객과 직원 관계가 아닌 지하철 등 열린 공간에서 불특정인에게 피해를 주는 ‘민폐’와 구분된다. ‘갑질’은 행위보다 행위자의 ‘신분’에 주목한다. 대리기사 폭행 현장의 국회의원, 땅콩 회항의 재벌가, 기내 컵라면 소란의 대기업 임원 등 한때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던 이들의 진상 행위는 갑질이 된다. 

진상 행위는 SNS에 얼굴 사진이나 동영상이 공개되며 공개적으로 지탄받는다. 이런 행위가 진상이며 창피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공동체 윤리를 강화하는 감시자 역할도 한다. 반면 갑질은 사건 이후의 진행 과정까지 네티즌이 주시한다. 국회의원은 국회 안전행정위원직을 사퇴했고 ‘라면 상무’는 사표를 제출했다. ‘땅콩 회항’의 재벌가 딸은 구치소 방까지 네티즌이 지켜보고 있다. 갑질에 대해 SNS는 감시자보다 더 엄격한 심판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주목되는 점은 백화점 모녀의 경우 재벌이나 국회의원, 대기업 임원도 아니다. ‘체어맨’을 탔고 ‘하루 700만원 쇼핑’ 등 주변 정황이 진상이 아닌 갑질로 틀 지었다. 

SNS의 감시자, 심판자 역할과 관련해 지난해 일본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달 일본 사단법인 뉴미디어리스크협회는 ‘올해 인터넷을 달군 사건’ 순위를 발표했는데 1위는 ‘만화책 도둑 사진 공개’였다. 만화책 전문 고서점에 도둑이 들어 25만엔(약 230만원) 가치의 ‘철인 28호’ 만화책을 훔쳤다. 서점은 경찰에 알리는 동시에 폐쇄회로(CC)TV에 찍힌 범인 사진을 얼굴만 모자이크한 채 SNS에 올렸다. 또 “일주일 안에 반납하면 문제 삼지 않겠다. 일주일이 지나면 모자이크를 없애겠다”는 글도 함께 올렸다. 이를 놓고 SNS에서 갑론을박이 거세게 일어났다. 한쪽은 사진 속 인상착의를 토대로 범인 찾기에 나섰다. 다른 한쪽은 CCTV 속 사진 공개는 프라이버시 침해라며 서점을 비난했다. 양측 주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무렵 서점이 정한 일주일의 기한이 다가왔다. 서점 주변에는 수많은 언론과 주민이 몰려 범인을 기다렸지만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서점 측은 “며칠 전 범인의 부인이 ‘만화책을 반납하러 가겠다’고 연락해왔지만 여론의 관심이 높아 부담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화제의 사건 3위는 ‘점원을 무릎 꿇린 고객’이다. 삿포르의 한 의류매장에서 40대 여성이 구입한 옷에 문제가 있다며 점원에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점원의 대응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무릎을 꿇게 했는데 이 사진이 SNS에 올랐다. 논란이 되자 경찰은 ‘강요죄(强要罪)’ 혐의로 고객을 구속했다. 강요죄(일본 형법 223조1항)는 점원이나 거래처 등에 ‘무릎을 꿇지 않으면 가게 평판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상사에게 이르겠다’며 어떤 행위를 강요한 죄를 말한다. 점원에게 잘못이 있어도 강요가 지나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런 순위를 전하며 뉴미디어리스크협회는 “일반인들도 언제 SNS에서 논란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SNS의 감시 대상과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평범한 시민도 마냥 안심할 수가 없다. 자신의 위치에서 ‘선(線)’을 지키며 사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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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찬동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8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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