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경영] 요즘 실리콘밸리서 뜨는 최고의 배틀! ‘파워포인트 가라오케’
Insights & Trends/Leadership/Management 2015. 4. 26. 15:01By Shira Ovide
최근 어느 화창한 금요일 오후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의 직원 100여 명은 파워포인트(PPT) 프레젠테이션을 보기 위해 강당으로 모였다.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킴벌리 챔버스는 긴장한 채 마이크를 잡고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를 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개인적 그리고 직업적인 측면에서 고래에 대한 저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동료들은 키득거렸다. 챔버스는 자신의 뒤를 흘낏 쳐다보았다. 뒤에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가 보였는데 상의를 탈의한 반나체 남성을 그린 스케치가 담겨 있었다. 각 스케치에는 가슴 털이 자세하게 묘사돼 있었다. 키득거리던 동료들은 박장대소했다.
그녀는 “여러분들이 모르실 수도 있는 점은 여러 다른 특징을 통해 고래를 독특하게 분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더 두드러진 특징은 고래의 털입니다”라고 즉석에서 설명했다.
챔버스는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어떤 슬라이드가 나올지 전혀 몰랐다. 슬라이드에 곁들여 그녀는 즉석에서 고래에 관한 발표를 9분 가량 했다. 주제는 발표하기 단 30초 전에 주어졌다.
‘파워포인트 가라오케’ 또는 ‘배틀데크’(battle deck, 전투 갑판)로 불리는 이같은 유형의 포럼은 최근 미국 기업가에 등장했다. 즉흥 코미디와 기업 문화가 결합된 이 프레젠테이션은 단순한 개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많은 PPT 프레젠테이션이 이미 패러디인 마당에 갈 때까지 가보자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다.
지난해 월마트스토어스의 행사에서 직원들은 정육 공급업체에 관한 실제 슬라이드를 기반으로 가짜 스토리를 만들어내 발표했다. 딕 코스톨로 트위터 CEO는 회사에서 열린 ‘배틀데크’ 대회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대결을 벌였다
베테랑 기업 풍자가 스코트 아담스는 이같은 이벤트에 대해 최고라고 추켜 세웠다.”다음 슬라이드가 어떤 내용인지 모른 채 파워포인트 발표를 한다는 것은 멋지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26년 동안 ‘딜버트’ 만화를 통해 직장 사무실 풍경을 신랄하게 풍자해 왔다.
아담스는 수년간 은행과 통신사에서 일한 전력이 있다. 그는 칸막이로 이루어진 사무실 문화에서 드물게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PPT가 인기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PPT 발표는 지루한 경우가 많다. 발표자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PPT 가라오케 쇼에서 참가자들에게는 주제와 슬라이드가 세트로 주어졌다. 내용은 다양했다. 일례로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남용하는 이들을 위한 자조 세미나에 관한 주제에는 코에 팬케익을 잔뜩 올려놓은 채로 균형을 잡고 있는 강아지가 담긴 슬라이드가 포함됐다. ‘데이트 앱 ‘틴더’를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들에게 설명하기’라는 주제도 있었다. 이 주제에는 오래 된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사진이 포함된 슬라이드가 곁들여졌다.
포소우트라는 기업이 1987년 선을 보인 PPT 소프트웨어는 글머리 기호, 그리고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차트와 함께 정보를 제시하는 방법을 제공해 주었다. 같은 해 마이크로소프트(MS)는 포소우트를 인수했고, PPT를 자사의 오피스 소프트웨어 패키지에 포함시켜 대중화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현재 파워포인트는 문화의 시금석이 됐다. 일례로 영화 제작자 제레미아 리는 100%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로 단편 액션 영화를 제작했다.
MS는 자사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 모든 관심을 반기고 있다.
그러나 도처에서 볼 수 있는 편재성에는 단점도 있다. 미 국가안보국(NSA) 전 계약직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디지털 도청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폭로했을 때 비평가들은 NSA의 슬라이드 자료를 맹비난했다. 영국 가디언지의 한 건축 및 디자인 칼럼니스트는 NSA의 PPT 자료가 “만취한 유아가 만든 것처럼 보인다”고 혹평했다.
이와 관련해 취재를 요청했지만 NSA 측은 응하지 않았다.
스피치와 슬라이드로 이루어진 PPT 발표 포맷에서 즉석 유머를 유발한 역사는 한 베를린 예술가 단체로부터 시작됐다. 이 단체는 10여 년 전 퍼포먼스 예술로 PPT 가라오케를 주최했다.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 새미 위젠트는 이 포맷에서 더 많은 잠재력을 발견했다. 몇년 전 전직 코미디언이었던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비디오게임 업체 징가의 팀 구축 워크숍에서 PPT 가라오케를 시도했다. 그는 이 방법이 직장에서 즉석 발표를 하는데 안성맞춤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이제 그는 ‘스피치리스’(Speechless)라는 사업도 한다. 스피치리스는 어도비에서 열렸던 행사와 같은 즉석 파워포인트 이벤트를 주최한다. 그 목적은 압박감으로 가득찬 순간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긴장을 풀자는 것이다.
어도비 직원 킴벌리의 챔버스의 경우, 가짜 프레젠테이션이 진짜보다 더 긴장됐다. 그녀는 “상어와 함께 수영하는 것보다 더 무시무시했다”고 말했다.
발표를 통해 챔버스는 회사 대표로 스피치리스가 주관하는 IT 업계 대회 출전권을 획득해 구글, 에어비앤비, 징가의 직원들과 겨루게 됐다.
위젠트는 우승자는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웃긴 사람”으로 인정받을 것이라면서, 그것이 칭찬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사 번역 관련 문의: jaeyeon.woo@wsj.com
출처:
http://kr.wsj.com/posts/2015/03/23/%EC%9A%94%EC%A6%98-%EC%8B%A4%EB%A6%AC%EC%BD%98%EB%B0%B8%EB%A6%AC%EC%84%9C-%EB%9C%A8%EB%8A%94-%EC%B5%9C%EA%B3%A0%EC%9D%98-%EB%B0%B0%ED%8B%80-%ED%8C%8C%EC%9B%8C%ED%8F%AC%EC%9D%B8%ED%8A%B8-%EA%B0%80/'Insights & Trends > Leadership/Manage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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