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에도 소비부진…현장 가보니


◆ 올 성장전망 하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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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물가가 별로 안 올랐다고 하는데 매일 장을 보는 주부가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비싸요. 과일, 채소 몇 개만 사도 금방 3만~4만원 훌쩍 나가요. 제 옷을 사 본 지는 한참됐고, 초등학생 아이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면 안 되니까 새 학기용으로 신발 하나 겨우 사 줬어요." 홍제동에 사는 주부 김영옥 씨(43)는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며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도대체 언제쯤 풀리는 거냐"며 하소연했다.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 시대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에 이어 최근 김영란법 통과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는 더 얼어붙을 것으로 염려된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설정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각 3.4%, 3.5% 성장률을 예상했지만 소비 현장에서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그 근거 중 하나로 소비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측을 꼽았다.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가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최저임금 인상, 연기금 주주권 강화를 바탕으로 한 배당 확대, 유가 하락 효과의 신속한 반영 등 정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실제 현장 반응은 다르다. 우선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는 3.1% 감소했다. 소매판매지수는 작년 9월 전월 대비 -3.5%로 바닥을 친 뒤 10월 -0.1%, 11월 0.3%, 12월 3.4%로 순항하는 듯 보였지만 올해 1월 들어서면서 다시 고꾸라진 것이다. 주로 의복을 비롯한 준내구재(-7.7%),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9%)를 중심으로 하락세를 기록해 민생 현장에서 소비가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5%로 담뱃값 인상 효과(0.6%포인트)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0.1%를 기록했다. 저유가로 물가상승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좀처럼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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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신사동 가로수길 강남 청담동에 이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쇼핑·음식 명소로 떠올랐던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마저 고객 발길이 뜸해지며 최근 한산한 모습이 부쩍 잦아졌다 [김호영 기자]

외식을 줄이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공사가 올해 1분기 외식업 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한 결과 해당 지수는 75.39에 머물렀다. 이 지수가 100을 못 넘기면 경기가 나쁠 것으로 예상하는 외식업체 수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1분기 외식업 경기지수는 73.84에서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계속 하락해 지난해 4분기에는 70.67까지 떨어졌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올 들어 백화점 매출 신장률도 제자리걸음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인던 것을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특히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각종 할인, 이벤트 등 프로모션 행사를 쏟아내면서 매출 신장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 같은 소비 위축의 근본적인 원인은 노후대비·가계부채·전세금 상승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통계상으로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소비 여력이 감소하고 있는 원인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은 2010년 77.3%에서 지난해에는 72.9%까지 떨어졌다. 

또 최근 소비 위축은 급증하는 가계대출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7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19조9000억원으로 올해 들어 두 달 만에 3조4481억원 늘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8배가 넘을 뿐만 아니라 1~2월 증가액으로는 최대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자산의 70% 이상이 주택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부담이 더 커지다 보면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더욱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소비 여력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일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은 전주 대비 0.25% 뛰어 작년 3월 10일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김주영 기자 / 서진우 기자 / 최승진 기자 / 김태성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17671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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